‘필요하다면 언제든 수입한다’는 정부 태도, 시장에 자리 잡아
즉각적인 가격하락뿐만 아니라 향후 가격 형성에도 파급효과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4. 11. 10
윤석열정부 취임 이후 증가한 TRQ·할당관세 수입품목과 수입액은 지난달 국정감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 아울러 이러한 TRQ·할당관세 수입은 국내 농산물의 즉각적인 시장가격 하락뿐만 아니라 이후로도 장기간 정상적인 시장가격 형성을 저해하는 등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3년 TRQ 수입액은 1조753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0년 수입액 1조1498억원 대비 1.5배 많은 값이다. 윤석열정부는 특히 민감품목인 마늘과 양파, 생강(식용)의 TRQ를 증량해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는데, TRQ 증량을 통한 앞선 품목의 수입량은 마늘(2022년) 1만4707톤, 양파와 생강은 2023년 각각 6만5181톤과 3085톤에 달한다. 아울러 각각의 수입액은 △마늘 1463억6000달러 △양파 2268억달러 △생강 621억4000달러 등이다.
마늘 TRQ는 2016년 이후 6년 만에 증량된 것으로, 재배면적 및 단수 감소로 생산량이 줄어들자 가격 상승을 우려해 즉각 운용됐다. 마늘가격의 하락을 목표로 추진된 TRQ 증량은 주산지 마늘 공판장의 경매 중단으로 이어질 만큼 큰 반향을 초래했고, TRQ 수입 이후 산지 마늘가격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아 하락세를 그리며 생산비에도 밑도는 수준을 기록했다.
아울러 양파 TRQ 도입 및 증량은 2023년에 이뤄졌다. 생산자단체 반대에 부딪혀 도입 계획을 철회했다 몇 달 만에 다시 그 결정을 뒤집어 더 큰 공분을 사기도 했다. 양파 품목의 TRQ는 특히 생산자단체가 그간 적정가격 형성을 위해 들인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큰 반발로 이어졌다.
이렇듯 마늘과 양파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TRQ 도입 및 증량 운용은 일시적인 가격하락뿐만 아니라 시장에 언제든 개입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해 사실상 제대로 된 시장가격의 형성을 저해했다. TRQ 증량·도입은 정부 농산물 가격 정책에 대한 가공업체 및 공판장 중매인 등 실수요자의 뿌리 깊은 불신으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공판장 산지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실정이다. 실제 올해 작황 부진과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마늘 산지공판장 가격이 오르지 않은 데엔 그간 정부의 TRQ 수입 전적이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정부에선 할당관세 또한 TRQ만큼 자주 적용됐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할당관세는 윤석열정부 집권 직전인 2021년 말 기준 농축산물 20개 품목 남짓에 적용됐지만 윤석열정부 첫해인 2022년엔 적용 품목이 35개로 늘어났다. 수입액 또한 같은 기간 6조4000억원에서 10조8000억원으로 4조4000억원 증가했다. 아울러 2023년 할당관세 적용 품목은 43개로 전년보다 8개 늘었고, 수입액은 전년과 비슷한 10조2000억원으로 파악된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67개 농축산물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했으며 수입액은 5조60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임미애 의원은 할당관세 적용 품목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이전 정부가 사료나 가공품 원료에 주력해 할당관세를 적용했던 것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선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비롯해 대파·양파 등 농업계 민감품목으로 대거 확대됐기 때문이다. 임 의원은 최근 고관세를 적용받는 각종 과일 품목으로 할당관세가 보편 적용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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