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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에 위치해 있는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모습.
가락시장 주5일제 재추진…수요일에 쉰다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4. 11. 5
가락시장 개장일(경매일)을 줄이는 ‘주5일제’ 시범사업이 올해 동절기부터 재추진된다. 앞선 1차 시범사업과 달리 토요일이 아닌 평일인 수요일 휴업으로 변경해 12월과 2월, 3월 1회씩 총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출하 산지에서 요구한 피해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추진 당위성만 앞세워 시범사업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는 우려가 산지에서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정부(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출하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취지의 사실상 ‘우려(반대)’ 의견을 추진 주체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돼 향후 시행 계획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 시범사업, 수요일로 변경해 ‘12월, 내년 2·3월’ 3회 확정
공사는 10월 31일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비공개로 열고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2차 시범사업(안)’을 심의했다. 이날 확정된 2차 시범사업 내용은 1차 때와 달리 △휴업일은 수요일로 변경하고, △시행 일정은 2024년 12월 4일, 2025년 2월 12일, 3월 5일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는 것이다.
2차 시범휴업일을 보면 12월 4일과 3월 5일은 모두 첫째주 수요일이며, 2월의 경우 설 연휴(1.28~1.30) 관계로 둘째주 수요일인 2월 12일로 정했다는 것이 공사의 설명이다. 휴업일에는 경매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경매 물량은 반입되지 않는다. 대신 정가수의매매, 온라인도매시장 거래물품 반입은 가능하고, 매잔품 판매 등 중도매인의 개별 영업도 가능하다.
앞서 8~9월 시장관리운영위 산하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검토 협의체’에서 논의된 2차 시범사업(안)의 시행 일정은 2024년 11월 6일, 12월 4일, 2025년 3월 5일(모두 수요일)이었는데, 올해 고온 현상 지속에 따른 산지 여건 등을 감안해 11월 시행을 조정하자는 판단에 따라 시행 시기를 늦추는 쪽으로 일부 변경됐다.
이날 시장관리운영위원회는 전체 구성원 20명 중 18명이 참석했다. 재적인원 20명 중 생산자단체(위촉직) 몫은 3명으로, 강도수 농협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 의장과 최흥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 등 2명(불참자 1명은 수산부류 대표자)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된다.
# 산지 요구 반영하지 않고 대책 없이 강행 추진만
1차 시범사업 이후 산지에서 요구한 피해 대책이 반영되지 않고 후속 시범사업이 강행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산지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산지 관계자들은 앞선 협의체 회의 등을 통해 가락시장 내부의 근로여건 문제를 휴업일을 늘려 산지에 피해를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되고, 이보다 먼저 시장 내부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한 이후 시범휴업을 고려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 그러면서 △중도매인 토요일 교대휴업 △경매시각 변경 △추가 인력 고용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공사는 물류 동선 변경에 따른 기존 체계의 혼란 불가피, 숙련된 인력 유치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대책 반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자체 검토 내용을 시장관리운영위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에 따르면 2차 시범사업 추진에 대비해 준비 중인 방안은 정가수의매매 확대, 온라인도매시장 활용 등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서경남 공사 유통혁신팀장은 “1차 때는 토요일과 일요일 연속 휴업 영향이 컸는데, 2차는 수요일 휴업이 이뤄져 연중 출하 품목인 사과와 배 등은 1차 때보다 한층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선도가 요구되는 딸기, 오이, 호박 등의 경우 산지에서 주 2~3회 출하하기 때문에 출하시기 조정이 자율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1차 시범사업에서 정가수의매매 확대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를 활성화하는 데 노력할 생각이고, 이와 함께 온라인도매시장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산지 요구와 괴리가 큰 데다 1차 시범사업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재탕’ 또는 ‘내용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강도수 의장(성주 월항농협 조합장)은 “시범사업 자체는 공사의 판단이나 재량에 따라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시범사업을 찬성한다거나 동의한다는 차원의 얘기와는 다른 것”이라면서 “다만 추진 과정에서 산지의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1차 시범사업 이후 제기된 문제에 대해 충분한 대책 등을 내놔야 출하자들이 수긍할 수 있지 않겠나.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2차 시범사업을 추진하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1차 시범사업 이후 공사에 대한 산지의 불신은 한층 깊어지는 모습이다. 산지에선 1차 시범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와 혼란 등을 호소하고 있는데, 공사는 반입 물량 데이터와 가격 변동 수치 등을 분석한 결과 “가격·물량 측면에서 유의미한 피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 이를 근거로 시범사업 재추진 명분을 삼고 있는 양상이어서 올해 고온 피해 등의 어려움이 가중된 산지에서는 2차 시범사업 시행에 대한 비판이 더 커지고 있다.
최흥식 회장은 “가락시장의 열악한 근로 환경을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지금 산지는 고온 피해 등 이상기후 위협 속에서 내년 농사를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암담한 처지에 놓여 있다. 도매시장 내부도 중요하지만 산지의 상황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면서 “시범사업 자체의 필요성도 있겠지만 출하자들의 피해를 묵과하면서 강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짚었다.
# 중앙정부도 “출하자 피해 없도록 대책 만들라” 의견
이런 가운데 중앙정부인 농식품부도 시범사업 추진에 대해 산지 출하자들의 피해와 불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의 ‘우려(반대)’ 의견을 앞서 공사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혜영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도매시장은 출하자들의 편의를 위해 있는 것이다. 피해가 한 분이라도 있다면 피해가 없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라며 “가락시장에 193개 농산물 품목이 출하하고 있는데, 출하자들과 충분한 합의를 한 것인지 합의하지 않은 출하자들은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강혜영 과장은 이어 “시범사업 추진 과정에서 피해가 난 다음에 보상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가 나지 않도록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개장일수 감축은 출하자들의 충분한 동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하고, 출하 불편에 대한 대안과 휴업일 당일 출하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흥식 한농연 회장은 “출하자 피해에 대한 충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농식품부의 의견도 나오고 있는 만큼, 이에 입각해 산지 피해가 없도록 출하자들을 위한 특단책 마련이 먼저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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