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제주 서귀포 성산읍 고성리에 있는 한 겨울무밭이 1~2일 내린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제주는 지역 토질 특성상 농장 물빠짐이 좋지만, 기록적인 강우량 탓에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아 피해를 키웠다.
잠기고 쓰러지고…제주지역 ‘물폭탄’ 농작물 피해 속출
농민신문 제주서귀포=심재웅 기자 2024. 11. 4
1~2일 제주를 덮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도내 농경지와 농작물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한창 생육 중인 겨울채소는 침수됐고, 수확기에 접어든 메밀과 콩은 쓰러짐(도복) 피해와 곰팡이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물을 많이 머금은 무·양배추는 시간이 지나면서 무름병 같은 병해가 발생할 수 있어 피해를 최소화를 위한 철저한 방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1일 제주(북부) 관측 지점에는 238.4㎜의 비가 쏟아졌다. 이는 기상 관측 이래 11월 최대 강수량이다. 종전 최댓값은 2011년 11월 18일 기록된 102㎜다. 이 밖에도 성산(동부) 지점 242.1㎜, 고산(서부) 지점에는 138.4㎜가 내리면서 1997년 11월 25일 관측된 일 강수량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기상청은 지난달 말 대만을 관통한 제21호 태풍 ‘콩레이’가 남긴 강한 비구름을 이번 폭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겨울무 주산지인 도 동부지역에 강우가 집중됐는데, 최근 파종해 무가 아직 어린 농장이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봤다. 김미정 서귀포 성산일출봉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장은 “파종 시기가 늦은 해안가 밭이 많은 타격을 입었다”며 “강우량이 워낙 많아 물 빠짐이 더뎌 복구할 수 없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확기에 접어든 콩·메밀같은 작물 피해도 상당하다. 13.2㏊(약 4만평) 규모로 콩을 재배하는 강정현씨(50·표선면 가시리)는 “누적된 비와 이상 고온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상황에 이번 비는 결정타였다”며 “도복 피해와 곰팡이병 등으로 생산량이 평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한숨 쉬었다.
문제는 비로 인한 피해가 앞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작물이 젖은 상태에서 기온이 오르면 무름병·노균병과 같은 병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김승만 농협경제지주 제주본부 유통지원단장은 “피해 양상을 지켜봐야겠지만, 겨울채소 병해가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애월읍 봉성리에서 양배추를 생산하는 양기탁씨(68)도 “생육이 어느 정도 진행돼 이번 비로 인한 직접적 피해는 크지 않다”면서도 “추후 방제를 소홀히 하면 무름병이 번져 생산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농정 당국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방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농가에 당부했다. 허영길 제주도농업기술원 농업재해대응팀장은 “겨울채소 수급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면 방제를 철저히 해야한다”며 “방제 시기와 방법 등 농가 지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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