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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수입의존 갈수록 커져도
소비자물가지수는 감소 안해
무역시장 독과점·복합요인탓
공급기반 안정화가 더 효과적
농가소득 보전·규모화 강구를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4. 11. 4
기후위기로 전세계가 농산물 수급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안정을 이유로 국내 수급 불안을 겪는 농산물의 수입 확대를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해당 품목의 가격안정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언제, 어떤 농산물이 수급난을 겪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내 자급률 확대에 주력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농업 수입 의존도, 높은 데다 가파른 증가세
한국 농업의 수입 의존도는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농업부문의 무역개방도는 전체 산업 무역개방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농산물 시장개방화와 물가, 그리고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 국내총생산(GDP) 기준 무역개방도는 2000년 0.40에서 2022년 2.06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 무역개방도는 0.58에서 0.85로 오르는 데 그쳤다. 농산물 수입 문턱을 낮춘 자유무역협정(FTA)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기조에 따라 농업부문 수입 의존도는 2000년 0.34에서 2022년 1.71로 치솟았다. 수입 의존도는 1을 기준으로 1보다 크면 국내 농업 GDP보다 농산물 수입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전체 산업의 수입 의존도는 2000년 0.28에서 2022년 0.44로 농업부문에 비해 완만한 변화폭을 기록했다.
국내 농업부문 수입 의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견줘도 증가세가 가파르다. 1999~2022년 농업부문 수입 의존도 증가율은 한국이 OECD 평균보다 3배 가까이 높다.
정대희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현재 에콰도르·아랍에미리트 등과 FTA를 타결한 상태고, 러시아·우즈베키스탄 등과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농업부문 개방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농산물 수입,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
농산물 수입은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이 1999∼2022년 OECD 회원국의 농업부문 무역개방도와 CPI 간 관계를 살펴본 결과, 한국을 포함해 포르투갈·스페인·헝가리·벨기에 등 많은 국가에서 상관관계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연구위원은 “국가에 따라 농업부문 무역개방도가 증가함에도 농산물 CPI가 감소하지 않는 이유는 공급(기후·자연재해·생산비 등), 수요(인구 등), 국제시장(국제 가격 등), 국내 물류·유통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양한 요인이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무역개방도만으로는 물가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국내 시장을 살펴도 적극적으로 수입을 한 품목과 그렇지 않은 품목 간 가격 상승 추이가 유사했다. 사실상 수입 빗장이 허물어진 포도와 검역 등으로 수입이 제한된 사과·배·귤 가격 추이엔 큰 차이가 없었다. 국내 생산이 활발한 사과와 대부분을 수입하는 바나나·망고·체리·파인애플도 유사한 가격 상승폭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개방 확대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로 무역시장의 ‘독과점구조’를 꼽는다. 세계 농산물 수출시장은 특정 국가에 크게 의존하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2022년 기준 밀·옥수수·쌀 수출 시장에서 상위 5개 국가의 점유율은 각각 61.8%·77.3%·72.7%를 기록했다. 사과(59.5%)·포도(56.0%)·오렌지(72.0%)·감자(58.8%)도 수출시장이 특정 국가에 집중된 구조다.
문한필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FTA로 관세가 감축되면 수입 가격이 그만큼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실제 통계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며 “세계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축산물은 대부분 소수의 다국적기업이나 일부 국가의 시장 지배력이 큰 독과점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정 국가가 수출을 독식하는 구조에서는 생산국이 비용 상승분을 수입국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쉽다는 분석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특히 농산물은 수요가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수출국이 수출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자급률 확대 우선해야”
반면 농산물 자급률이 하락하면 해당 품목의 가격은 되레 오르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이 주요 품목의 자급률과 가격을 분석한 결과 쇠고기(-0.85)·돼지고기(-0.23)·대두(-0.50)·포도(-0.63)·마늘(-0.71)은 음(-)의 상관관계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국민이 원하는 농식품이 적정 가격에 공급되려면 우선 국내 생산기반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본다. 정 부연구위원은 “농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국내 공급 안정화가 중요하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신품종 개발이나 스마트팜과 같은 기술집약적 농업을 확대 보급해 국내 생산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석호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수입량을 늘리면 자급률은 떨어지고, 한번 떨어진 자급률이 회복되지 않으면 산업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며 “농가소득 보전, 규모화를 통해 생산단가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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