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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농작물재해보험 손해평가, ‘민간회사 배 불리는 운영 구조’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11-03 조회 1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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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가 스스로 손해평가단을 구성하고 자사 보험 상품의 보험금 산정을 위한 평가까지 진행하는 건 손해평가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지난 5월 생육장해가 발생한 양파밭에서 한 손해평가사가 피해율 조사를 마친 뒤 다른 밭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인터뷰] 현직 손해평가사 4인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2024. 11. 3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NH농협손해보험(농협손보, 농작물재해보험 운영사)이 손해사정법인(법인)에만 손해평가 조사비가 높은 일감을 배정하고 관리비 등을 지급하는 등 특혜를 준다는 의혹이 나왔다. 농협손보는 현재 손해평가 업무(보험금 산정의 근거)를 법인과 두 협회((사)한국농어업재해보험협회·(사)한국손해평가사협회), 지역농협에 맡기고 있는데 법인에만 더 큰 이익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5년간 기관별 조사 건수와 조사비 등 수치로도 확인된다.

사실상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는 쪽은 두 협회의 현직 손해평가사들이다. 이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농협손보가 운영 중인 구역담당자(구담) 제도와 보험사(농협손보)에 종속된 손해평가 운영 구조라고 본다. 구담 제도는 현장점검·지도, 피해규모 확인·보고, 조사 진행 현황 관리·보고, 민원 건 대응, 가용인력 파악(거대재해 시)을 위한 것이나 일부 현장에선 법인에 유리한 지역과 일감을 선점하고, 배정 인력을 제한하고, 심지어 손해율을 관리하며 ‘눈 밖에 난’ 인력을 배제하는 등 ‘옥상옥’처럼 활동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건 전체 구담 73명 가운데 법인(44개) 소속(63명)이 대부분이라서다(두 협회 10명). 손해평가 가용 인력(법인 800명·두 협회 3400명) 규모와 견주면 비대칭이 더 크게 확인된다. 일손이 모자랄 때만 갑작스레 불려 가는 까닭에 현장 손해평가사들 사이에선 ‘예비군’이란 자조적 표현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4명의 현직 손해평가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실명과 인터뷰 장소는 생략합니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감 몰아주기가 된다는 건가

A : 농협손보는 손해평가 업무 관리를 위해 구담을 두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법인 소속이다. 법인은 주로 개인회사니 자사 이익 확보가 최우선이다. 농협손보가 큰 틀에서 일감을 나누겠으나 결국 구담들이 자기 법인에 유리한 지역과 일감을 선점하고, 협회 쪽 인력 수도 정해놓는다. 일단 자기 일감부터 충분히 확보하고, 올해처럼 거대재해(벼멸구)가 발생하면 자기들만으론 감당할 수 없으니 협회에 인력을 요청한다. 필요할 때만 선심 쓰듯 일감을 내놓는 격이다. 급하게 동원되다 보니 현장 손해평가사들 사이에선 ‘예비군’이란 표현까지 나온다. 법인은 대부분 일감이 풀로 배정되는 반면, 양 협회의 올해 첫 인력 배정률은 30%대다. 법인은 보조인까지 인력이 총 투입되고 협회 쪽은 가용 인력이 반 이상 남는다.

B : 구담들이 애초 일감을 법인 위주로 배정하고 남는 일감을 협회에 주는 식이고, 담당 지역에 투입될 인력 수를 기관별로 제한하는 게 문제다. 법인 소속 평가사가 800명 정도고, 두 협회가 3400명인데 결국 손해평가 업무와 관련한 운영 방식이 30%도 안 되는 800명 위주로 돌아가는 거다. 매우 비합리적이고 인력 낭비다. 현장에선 구담 제도로 법인은 좋은 일감으로 수익을 챙기고, 농협손보는 손해평가 업무에 대한 통제력을 얻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가득하다.

A : 실제로 돈이 되는 시설작물 손해평가엔 협회가 손도 못 대게 한다(조사 단가가 높은 시설작물은 현재 법인에만 배정). 손해평가사가 도입된 지 10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이렇다는 건 정상적이지 않은 거다. 단지 기존의 손해평가 물량에서 우리가 좀 더 가져오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다. 개인회사가 국가 예산이 대거 투입되는 공공보험에서 이익을 낼 수 있게 하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다. 정부가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한 손실을 보전해 준다지만, 결국 손실이 나면 보험사로서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 책임에서 벗어나려면 손해율을 관리해야 하고, 실제로 구담들이 손해율을 통제하기도 했다. 몇 퍼센트 이상 책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다. 최근엔 이런 폐해가 많이 줄었다곤 하는데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결국 구담 제도를 통해 보험사와 법인이 이해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의구심, 이로부터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는 이유다.

C : 농협손보에서 임기가 끝나거나 정년을 맞은 뒤 법인으로 가기도 하니 농협손보는 이들에게 일을 계속 주게 된다. 이런 이해관계 외에 올해의 사례도 문제다. 올해는 5~7월까진 조사 물량이 별로 없어 법인들이 지역농협 물량을 많이 확보한 상태였다. 그러다 8월 지나 벼멸구에 이어 세균성 전염병까지 터지면서 이들이 자기 구역의 물량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협회 직원, 하다못해 가축반 평가사들까지 동원하라는 요구가 거듭됐다. 다음 날 수확해야 해서 당장에 조사해야 하는 물량들을 몽땅 우리에게 줬다. 이에 더해 4~5일 여유 있는 조사 물량도 받았는데, 급한 조사를 끝내고 가보니 법인에서 이미 해버렸다. 우리에게 배정해 놓고 자기들이 해버린 상황인 거다. 조사 일정을 잡아놨던 협회 소속 손해평가사들 더러는 ‘다 철수해라. 원장 반납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법인은 완전히 양손에 떡을 쥐고 일감을 몽땅 확보했다가 안 될 때는 협회를 예비군으로 활용하고, 필요한 건 자기들이 다 해버리고 ‘너희는 이제 가라’는 식이다.


  # 구담에게 일감에 대한 통제권이 있다는 뜻인가

D : 손해평가사들은 구담의 지시를 받고, 구담은 손보의 지시를 받는 구조다. 단순한 업무 관리 제도라고는 하지만 보통 구담이 조사 업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다. 법인은 개인회사이고 수익을 추구하니 농협손보의 말을 잘 따를 수밖에 없을 거다. 더구나 여러 법인이 서울 본사에서는 일반 보험의 사정업무를 하고, 지역에는 자회사(자사 브랜드를 빌려주는 방식) 같은 걸 둬서 농작물재해보험을 맡긴다. 이들이 손해평가사를 고용해 조사 물량을 악착같이 따와서 자기들끼리 나눈다. 실체를 보면 가족회사가 많다. 결국엔 많은 법인이 손 하나 안 대고 조사비 수입을 챙겨 가는 구조다. 농민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보험인데 제도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A : 구담 제도를 통해 이 같은 수익 구조가 뒷받침되고 있다. 실제로도 구담은 옥상옥의 왕과 같다. 뜻에 안 맞으면 지역에 못 들어오게 하거나 일감을 안 주고, 농가 민원을 막기 위해 급할 때만 손해평가사들을 동원하면서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구담 제도는 법적인 근거로 만든 게 아니라 농협손보가 운영의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이니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고 근본적으론 폐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

B : 이번에 벼멸구 피해조사가 폭증하면서 동원된 손해평가사들이 거의 2주간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했다. 벼는 수확 전에 피해조사를 마쳐 줘야 하는데 콤바인으로 수확하다 보니 한 지역에서 거의 동시에 수확이 진행돼서다. 물론 우리가 담당한 지역이 아니니 조사 요청이 들어와도 해줘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농민을 생각하면 안 해 줄 수 없고, 업무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구담과의 관계에서 눈 밖에 나게 된다. ‘너희는 내일부터 빠져’하면 빠질 수밖에 없는 관계다 보니 눈치 보게 된다. 농협손보나 구담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특히 하루에 지급되는 조사수당의 상한선(1일 환산농지·계약자 수로 산정하는 데 각각 15점, 5명 이상부터는 모두 100%로 계산)이 있어 아무리 여러 농가(계약자)를 조사했어도 추가 조사비는 받을 수 없다. 그래서 다들 안 하려 하지만, 이런저런 관계를 생각하면 안 할 수 없다.

 
  #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D : 관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편의성을 위해 구담 제도를 둔 것인데 그 전반을 법인에 일임한 게 문제다. 농협손보는 법인과 이해를 공유하면서 손발을 맞추는 게 더 수월할지는 몰라도 협회보다 인력 수가 적은 법인이 협회 인력을 관리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인력 관리가 안 되면 올해처럼 거대재해 때도 문제가 된다. 협회의 충분한 인력 자원이 활용돼야 한다. 이는 단지 ‘지금도 너희는 일감을 가져갈 만큼 가져가는데 더 많이 가져가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손해평가 인력 운영에 있어 불합리함이 있다는 지적인 것이고, 이를 재해보험 취지에 맞게 바로잡자는 뜻이다. 이를 이해하고 농협손보가 개혁의 의지를 내기 바란다.

A : 영리 추구가 목적인 민간회사가 국가보험에 대한 손해평가를 주도하면서 그 과정에서 이익을 내는 게 옳은가를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결국 여기서 모든 문제가 생겨난다. 일감 배분, 손해평가사 재교육 등 관련 업무 전반을 협회가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구담 제도를 폐지하고 새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손해사정사는 본연의 주 업무(일반 보험 사정)에 집중하는 게 좋다. 적어도 농작물재해보험만큼은 손해평가사들에게 일임해야 한다(현재 전체 손해평가 업무의 약 40%는 약 800명의 인력을 구동하는 법인이, 60%는 3400명의 인력을 갖춘 두 협회가 담당).

B : 협회에 지역을 배정해 주고, 일감 배분 등 관련 업무 운영도 일임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의 통제에서 좀 더 독립적으로 손해평가를 할 수 있고, 거대재해 때 가용 인력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C : 농작물재해보험은 농협손보와 농민 간 계약인데, 보험금 산정을 위한 심판(손해평가)이 누구인가? 바로 보험사인 농협손보다. 보험사가 스스로 손해평가단을 구성하고 자사 보험 상품의 평가까지 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그 어떤 보험보다 공공성이 중요함에도 손해평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농민에게 피해로 돌아간다. 제3의 손해평가 기관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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