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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 경북 상주시 하동면의 포도밭에서 농민 신현식씨가 샤인머스캣 생육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포도·고구마·대파 등 전·평년 대비 뚜렷한 가격 내림세 지속
일부 품목 가격 폭등 소식에 묻혀 생산농가 어려움 ‘관심 밖’
기후 영향…생산량 감소·품질 저하에 가격 하락까지 삼중고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4. 11. 3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로 인한 농산물 일부 품목의 공급량 감소와 일시적인 가격 폭등이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며 농산물이 소비자물가 상승의 주범인 양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마치 농산물 대부분의 가격이 올해 급등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 몇 개 품목을 제외하곤 대부분 보합세를 보이거나 심지어 크게 하락한 것으로 확인된다.
가격 하락이 가장 심각한 품목은 포도다. 캠벨, 샤인머스캣 등 품종 상관없이 가격이 전·평년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10월 4주차(19~25일)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거래동향을 살펴보면, 캠벨얼리(3kg 상자) 평균가격은 1만835원으로 전년 평균가격인 2만2194원보다 51%, 5년 평균가격인 1만6550원보다 35% 하락했다. 샤인머스캣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다. 2kg 상자 평균가격은 7807원으로 1만원도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전년 평균가격인 1만686원보다 27%, 5년 평균가격인 1만7316원보다 55% 떨어졌다.
손석환 상주시농민회 모동면지회장은 “여름철 고온 피해로 올해 캠벨은 수확을 거의 하지 못할 정도였다. 기온이 너무 올라 포도가 봉지 속에서 다 익어버렸고 색도 제대로 나질 않아 상품 가치가 없으니 밭에서 대부분 폐기했다”면서 “상주가 명실상부 주산지인데, 대부분의 캠벨 재배 농가가 80~90% 정도 수확을 못해 생산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 그런데 가격도 형편없다. 지난해 절반 수준도 안 된다”라고 밝혔다.
손 지회장은 덧붙여 “샤인머스캣도 마찬가지다. 2kg 한 상자에 7000~8000원밖에 안 나간다”며 “1만원 받으면 잘 받는 거다. 인건비가 하루 16만원에서 18만원인데 가격이 저 지경이라 그냥 마이너스다”라고 토로했다.
손 지회장에 따르면 900평 포도밭 알 솎기에 필요한 인력만 30명 정도다. 작황이 좋을 땐 투입되는 인원도 늘어난다. 알 솎기뿐만 아니라 가지 유인, 순 고르기, 수확 등에도 인력이 많이 투입된다. 여기다 농약·비료값, 운송비, 포장재값까지 생산비에 포함된다. 샤인머스캣을 예로 들어 2kg 한 상자 가격이 9000원이면 송이당(3송이라고 가정) 3000원인데, 농민들이 대략적으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인건비가 약 1000원, 농약·비료값과 포장재값 등 나머지 생산비가 2000원가량이다. 결국 농민 손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의미다.
상주시 하동면에서 포도를 30년 넘게 재배 중인 신현호씨 역시 올해 여름 고온으로 인한 피해와 낮은 시세, 불합리한 보험 보상 체계 등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신씨는 “제철을 맞아 농산물은 본격적으로 출하되고 그와 상반되게 소비는 전혀 안 되다 보니 고온 피해로 물량이 줄었음에도 가격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올해 낮은 시세가 좋지 않은 품질 탓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게 품질 좋은 물건들도 평년 대비 택도 안 되는 수준의 가격을 기록했다”며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품질 좋은 포도가 올해 적은 편이기는 하나,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품질 상관없이 가격 자체가 형성이 안 되는 것이다. 그간 대부분의 농산물 가격이 좋지 않아 모종 입식 후 1년 만에 수확 가능한 샤인머스캣 등 포도 품목으로 재배가 쏠린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덧붙여 “올해 포도 재배 농민들은 대부분 자가노동비는 물론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할 위기다”며 “소비 활성화 방안이랄 게 사실 딱히 없고 정부가 소비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서 효과가 날 것이란 보장도 없다. 다만 언론에서 매일같이 비싼 사과값, 배춧값 등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는데 배추는 이상기후로 인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고, 사과의 경우 이상기후로 생산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중간 상인들이 매점매석해 가격 상승 폭을 더 부추긴 측면이 있다. 정부가 관리 감독을 강화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신뢰하며 농산물을 생산·소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씨는 올해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컸음에도 농작물재해보험 등의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현실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는 한편 수입 위주의 수급 정책이 정작 소비자·생산자 모두에게 ‘득될 게 없다’며 이상기후에 대비한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포도뿐만 아니라 팽이버섯, 감자, 고구마, 파프리카, 깻잎, 대파, 부추 역시 전년과 5년 평년 대비 가격이 낮은 편이다. 10월 4주차 가락시장 거래동향에 따르면 5kg 상자 팽이버섯 평균가격은 9913원으로 전년과 5년 평년 대비 각각 21%·24% 하락했다. 감자(두백) 평균가격도 20키로 상자 기준 3만1694원으로 전주 대비 올랐지만 전년과 5년 평년과 비교하면 각각 12%·8% 하락했다.
고구마의 경우 전주 대비 가격 내림세가 다소 완화된 상황이나, 가락시장 거래동향에 따르면 10월 4주차 호박밤 고구마(10kg 상자) 평균가격은 2만2236원으로 전·평년 대비 각각 7%·2% 낮다. 이밖에 파프리카(빨강) 평균가격은 5kg 상자 기준 전년 대비 17%, 5년 평년 대비 3% 하락했고, 100속 기준 깻잎은 전·평년 평균가격보다 각각 7%·22%, 대파(1kg 한 단) 역시 전년과 5년 평년 대비 34%·3% 떨어졌다.
전남 영암군 미암면의 고구마 재배 농민은 “날이 더워서 밑(지하부)이 제대로 들지 않았고 비도 자주 와서 썩음병이 많이 퍼졌다. 생산량과 품질 모두 평년 대비 떨어지는데 가격까지 하락한 상황이다”라며 “출하 초기라 가격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지금대로라면 생산비 건지기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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