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을 떠들썩하게 만들던 배추 가격은 김장철에 접어들기도 전에 내림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향후 공급 전망도 양호해 김장철 수급 불안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때 10kg 상품 기준 2만 원대 중후반을 넘나들던 배추 도매가격은 지난달 18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2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지난달 하순에는 1만 원 언저리에서 도매시세가 형성됐다.
이는 전국적으로 재배되는 가을배추가 나오기 시작한 영향으로 예상된 흐름이라는 것이 농산물 도매시장 유통인들의 의견이다. 특히 지난달까지 배추가 높은 도매가격으로 거래된 것은 김치 공장의 수요가 높았던 탓인데 이들 업체가 계약재배한 가을배추를 직접 공급받기 시작하면서 도매시장에 대한 수요가 줄고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윤준 대아청과 부장은 “김장철 수요는 매년 일정한 시기에 집중되는 만큼 산지에서도 이에 맞춰 공급하므로 오는 15일부터 공급량이 늘기 시작해 시세가 크게 요동칠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워낙 배추 생육환경이 좋지 않았던 터라 김장을 대비한 개인 텃밭의 작황이 나빴을 것이고 이로 인한 수요 등 숨겨진 요인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계속해서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김장철을 앞두고 언론이 지나치게 위기감을 조성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언론이 소비 심리를 과도하게 위축시켜 소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산지에서는 올해 계속된 불볕더위와 폭우 등으로 배추 생육환경이 좋지 않아 병해충 방제를 위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약제와 영양제 등을 사용하고 세심하게 관리하다 보니 생산비가 많이 들었다”며 “매년 김장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언론마저 배추 가격을 가지고 위기감을 조성하니 지나치게 가격이 하락하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무는 배추보다 작황이 좋지 않아 김장철에도 평년보다 다소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말 가락시장에서 무 20kg 상자 상품은 2만 원대 후반에 거래됐다. 도매시장 관계자들은 무 역시 가을무가 출하되면서 다소 시세가 떨어지겠지만 2만 원대는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찬겸 대아청과 경매사는 “올해 폭염·폭우 등 기상재해가 연이어 발생, 무 작황이 부진해 평소 같으면 농지 300평에서 차 한 대 분량이 나오던 것이 400~500평에서 한 대가 나오고 있다”며 “본격적인 김장철에 들어서면 지금보다야 공급량이 늘긴 하겠지만 한계가 있어 평년보다는 시세가 다소 높게 형성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건고추는 서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노지 화건 손꼭무 1근(600g)에 1만 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현수 서안동농협 경매사는 “고온 등의 영향으로 올해 건고추 생산량은 평년에 비해 줄었지만 특·상품 비중이 작고 품질도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며 “김장철 수요 물량이 거래된 지난달에도 평균 도매시세는 1만 원대 아래에서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외 깐마늘은 지난달 말 가락시장에서 20kg 상품 기준 13만 원대에서 거래됐다. 이는 평년 수준으로 유통인들은 현재까지 깐마늘 가격이 급등락할 요인은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 역시 김장철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3일 여당인 국민의힘과 생산자단체·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민당정 협의회를 개최하고 ‘2024년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우선 안정적인 농산물 수급을 유지하기 위해 김장철에 맞춰 배추 2만4000톤, 무 9100톤 등 계약재배 물량을 집중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기상악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가격이 폭등할 경우를 대비해 즉시 시장에 방출할 수 있는 비축 물량을 1000톤가량 유지한다. 더불어 고추·마늘·양파·천일염 등 김장 부재료 역시 정부 비축 물량을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 등에 공급할 방침이다.
이어 농수산물 할인 지원으로 소비자의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 24일까지 대형·중소형마트와 전통시장 등 전국 1만8300개소에서 최대 40% 할인 판매를 진행한다. 수산물 역시 오는 20일부터 30일까지 ‘코리아 수산페스타’를 통해 천일염·새우젓·멸치액젓·굴 등을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도록 지원한다.
이외에도 김장재료 원산지 표시 단속과 잔류농약 검사 등 안전성 관리도 강화해 국민의 안전한 식탁을 지키고 합리적인 소비를 돕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매년 김장 규모가 감소함에 따라 농산물 수요 역시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가정에서 직접 김치를 담그겠다는 비율은 68.1%로 지난해보다 4.8% 늘었지만 4인 가구 기준 김장규모는 18.5포기로 지난해에 비해 7%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김장재료 수요는 지난해보다 3.2%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