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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의 시선] 농작물재해보험, 이대론 안 된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10-30	조회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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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시선] 농작물재해보험, 이대론 안 된다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 기자 2024. 10. 29

길고 길었던 여름이었다. 폭염과 열대야만이 아니라 극한폭우에 병충해까지, 기후재난을 체감하게 만든 여름이 지나갔다. 여름은 끝났지만, 그러나 이것은 기후재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자연과 기후에 기대어 살아가는 농민들은 기후재난의 가장 큰 피해자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 2월 사이 일조량 부족으로 마늘 양파 등 월동작물과 참외 수박 등 시설작물이 타격을 입었다.

여름에는 초유의 폭염과 극한 폭우로 논밭이 휩쓸려가고 병충해가 창궐했다. 벼멸구 확산으로 쌀이 타격을 받았고, 배, 포도, 대봉감, 제주 레드향 등에 일소(햇볕데임)와 열과(열매터짐) 피해가 발생했다. 단감에 탄저병이 번지고, 여름에 심은 단호박은 생산량이 80% 줄었다.

재해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헤아리기 어려운 고통이다. 농사를 지어 생활하는 농민들에게 농업재해는 곧바로 생계에 대한 위협이다. 뿐인가. 농업재해로 인한 생산 감소는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식량안보를 흔들고, 국민 생활 부담이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그래서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짓고, 국민들은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농업재해를 예방하고, 재해 발생 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복구와 보상을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하지만 현행 재해관련 제도는 기후재난의 시대에 농민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담보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

현재 농업분야 재해 지원제도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과 ‘농어업재해대책법’에 의한 농업재해대책 복구지원과 ‘농어업재해보험법’에 따른 농작물재해보험의 두 가지가 있다. 하지만 정부의 농업재해대책 지원은 겨우 응급복구와 생계구호 수준이다. 시설복구비와 재파종에 대한 지원도 비용 일부만 지원할 뿐이고, 농작물 피해에 대한 보상은 없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다고 해도 무슨 대단한 지원이 있는 게 아니다. 피해 농민들에 대한 지원은 일반재난지역과 차이가 없고 건강보험료 감면, 고용·산재보험료 납부유예, 전기 · 도시가스· 통신요금 감면 등 간접지원만 일부 추가될 뿐이다.

결국 재해를 당한 농가는 수입이 끊겨 생계가 막막한 상태에서 복구와 생계를 위해 또 다시 빚을 내는 수밖에 없고, 자칫하면 파산위기에 몰리게 된다. 그렇다면 농민들이 농업재해에 대비하는 정책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현행 농작물재해보험 역시 문제가 크다. 우선 농작물재해보험은 사각지대가 많다. 2023년 가입률이 면적기준 52%로 나머지 48%는 가입하지 않거나 하지 못했다.

가입률이 50%를 넘는 품목은 벼를 비롯해 12개에 불과하다. 가입률 52%라는 수치도 벼의 가입률이 60.8%로 높고 벼 가입면적이 44만7489ha로 전체 보험 가입면적 63만7960ha의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고랭지 감자, 고구마 등 가입률 10% 미만인 품목도 많다.

농작물재해보험은 기준이 까다롭고, 보험에서 제외되는 품목, 제외되는 재해가 부지기수다. 보험 대상품목은 73개지만, 모든 농민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품목이 있고, 일부 지역에서만 가입되는 품목도 있다. 아예 보험 대상에서 제외된 품목도 적지 않다.

병충해는 극히 일부 품목과 일부 병충해를 제외하곤 대부분 보상되지 않는다. 과수 일소와 열과 피해를 보상하지 않는 문제도 드러났다.

기준가격이니 자부담이니 피해율이니 해서 복잡한 기준을 들이대는 바람에 보험금은 실제 피해액에 못 미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지급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재해가 반복되는 품목은 보험금을 줄이고 보험료 할증률을 올리기도 한다.

자동차보험이야 자기 과실을 따진다지만, 불가항력인 천재지변으로 인한 농민 피해에 자기 책임이니 할증료를 따지는 건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 재해대책과 농작물재해보험이 농가를 보호하는 경영안정장치로 제 구실을 하려면 하루 빨리 개선이 필요하다.

농정전문가인 A박사는 “기후재해 심화에 대비, 현행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면서 “농업재해대책은 생계구호가 아니라 재해를 당한 시점 까지 투입된 생산비용을 실질적으로 보전하도록 기준을 현실화 하고, 농작물재해보험은 농작물 판매시 기대소득에 대한 보전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작물재해보험의 품목과 범위를 확대하고, 재해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품목과 지역의 재해 피해에 대해서는 별도의 피해보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기후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넘어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재난의 시대’에 깊이 들어왔다. 기후 재난에 가장 취약한 농민들을 보호하고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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