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농해수위는 지난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한국농어촌공사 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기관 업무 전반을 점검했다. 사진=김흥진 기자
[2024 국감ㅣaT] “늑장 대응으로 배추가격 상승” 질타…“할당관세 남발” 지적도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2024. 10. 25
2024년도 국정감사가 막바지를 향해 가는 가운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어기구)는 지난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대상으로 농산물 수급 안정 및 유통개선 등 업무 전반을 점검했다. 농해수위 의원들은 특히 배추 수급 불안, 할당관세 확대, 비축시설 노후화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언급하며 aT의 대응을 질타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취임한 홍문표 aT 사장이 수년 간 농해수위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과 유통구조 개선에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는 격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기도 했다. aT 국감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 배추값 폭등 20여일 방치·비축량 방출시기 실패…중국산 ‘무차별 수입’ 지적도
지난여름부터 이어진 배추가격 강세로 인한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듯 aT 국감에선 배추 수급과 관련한 aT의 대응에 문제를 지적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은 배추값 상승의 원인으로 aT의 늑장 대응을 지목했다. 문금주 의원은 “aT는 배추값이 폭등할 대로 폭등한 9월 25일에서야 여름배추 긴급 수급안정 대책과 정부 수매 세부 추진 계획을 마련했다”라며 “품목별 위기단계 가이드라인의 배추가격 최고 위기단계인 심각단계가 이미 9월 4일부터 시작됐는데도 즉각적인 대응을 못하고 20일가량 방치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심각단계 전 단계인 경계단계가 8월 14일부터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8월 중순부터는 심각 단계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 심각단계가 된 동시에 여러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라고 덧붙였다.
문금주 의원은 aT가 배추 방출시기 조절에 실패한 부분도 언급했다. 문 의원은 “aT는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고온 피해를 간과하고 9월이 되면 강릉, 평창 등 준고랭지 날씨가 배추 생육에 적합한 기온으로 돌아올 것으로 판단해 9월 6일, 비축한 배추를 모두 방출했는데, 9월 상순에도 준고랭지 기온이 평년 최고기온보다 높아 고온의 날씨 때문에 원활한 배추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기후변화에 의한 농작물 고온 피해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aT가 배추 비축을 통한 수급안정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전북 정읍·고창) 의원은 “지난해 감사원에서 aT의 배추 비축사업과 관련해 폐기량이 적게 나오도록 하라고 했는데, 이는 사전적, 예방적, 적극적 대응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런데 aT는 비축 기능 자체를 훼손시키는 것으로 감사원 지적 사항을 잘 못 이해하고 소극적·사후적으로 대응해 배추 비축량이 제로(0)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라고 짚었다.
같은 당의 임호선(충북 증평·진천·음성) 의원은 배추 수입 문제를 지적했다. 임호선 의원은 “배추 가격이 올라가니까 정부는 서둘러서 중국산 배추 1100톤 수입 계획을 발표했고, 현재 150톤을 들여와 시중에 48톤을 풀었다”라며 “그러나 시중에 푼 물량의 3분의2가 김치공장으로 들어갔는데, 이는 소비자 물가 안정과는 거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이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응답자의 94%가 중국산 신선배추 구매 의향이 없다고 답변했다”라며 “향후 전망도 배추가 그렇게 많이 부족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배추 수입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 aT 비축기지 평균 54.5년…10℃ 이하로 못내려 저장 기술 개발해도 ‘무용지물’
aT가 운영 중인 농산물 비축 시설과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거론한 의원도 많았다. 특히 임미애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은 배추를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도 적용 가능한 비축시설이 없다면서 해결을 촉구했다. 임미애 의원은 “농촌진흥청에서 2015년에 이미 봄배추 저장 기술을 개발해 0.5~1℃로 저장해 출하 2~3일 전에 3~5℃에 노출한 후 출하하는 방법으로 최대 75일까지 저장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했다”라며 “그런데 aT의 비축 기지는 평균 54.5년이 경과한 건물로, 이 저온 시설은 10℃ 이하로 온도를 내릴 수 없어 장기 저장 기술을 개발해도 보관을 하지 못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수급 정책을 담당하는 곳에서 갖고 있는 시설이 10℃ 이하로도 내릴 수 없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여기서 무슨 비축 정책을 펴겠느냐”고 질타했다.
이만희 국민의힘(경북 영천·청도) 의원도 비축시설 문제를 꺼냈다. 이만희 의원은 “50년 넘은 비축기지 6개에 작은 비축기지 5개까지 aT가 가진 11개 비축기지의 역량으로는 배추 등에 대한 비축이 거의 불가능하다”라며 “배추를 5~6개월, 1년 보관하는 것은 안 되고, 단기간 보관이 한계인데, 시설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라고 전했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전북 군산·김제·부안을) 의원은 “농협 창고들이 있는데, 비축기지 면적으로 200평 이상을 요구하다 보니 농협 창고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기준을 검토했으면 좋겠다”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원택 의원은 이와 함께 비축 시스템 개선을 주장했다. 이 이원은 “aT가 농산물 수매 비축을 하면서 국산보다 비싼 수입산으로 비축사업을 하는데 국내산보다 비싼 수입 농산물로 과연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주요 품목에 대한 비축 시스템과 작동 기제를 바꿔서 품종별로 농산물 비축농지를 만들어 저장한 공공물량을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면 공급하는 시스템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 올해 할당관세 51개 품목 적용…제한적·한정적 운영 필요 주문
이번 국감에선 정부가 물가안정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할당관세 도입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전남 여수갑) 의원은 “윤석열 정권은 제한적으로 운영해야 할 할당관세를 물가안정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할당관세 적용 품목 수만 해도 2012년 21개에서 2022년 38개, 2023년 46개, 올해는 더 늘어 51개 품목에 적용하고 있다”라며 “농산물은 계절에 따른 일시적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데다, 소비자 물가 가중치도 낮아 할당관세를 적용한 농수산물을 들여와도 물가안정 영향은 미미한 반면, 농민들의 수익 감소와 직결되고 농민들의 자율적인 수급 조절 능력도 떨어뜨린다”라고 지적했다. 주철현 의원은 아울러 “올해 4월부터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아보카도는 수입 전량에 할당관세를 적용하는데, 이 과일들이 무슨 필수 먹거리라고 관세까지 면제하면서 수입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aT는 농업인 소득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할당관세를 제한적, 한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할당관세 적용 품목이 물가안정에 기여하고 있는지 검증할 수 있도록 수입업체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문금주 의원은 “할당관세 확대가 실질적인 물가안정에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할당관세가 수입업체에 악용되는 것은 아닌지 검증이 필요해 업체명 등 관련 자료를 정부에 요구했는데 농식품부와 aT가 영업기밀과 개인정보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다 10월 들어 마지못해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라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 “강도 높은 혁신·쇄신 필요”…유통구조 개선 통한 농산물 유통비용 절감을
aT가 농산물 유통비용 절감 등 유통구조 개선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양수 국민의힘(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 의원은 “2019년 1876억원이었던 유통구조 개선 사업 예산이 2023년에는 4443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정부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5년 동안 1조6000억원을 들여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데도 2019년 47.5%였던 유통비용률이 2022년에는 49.7%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라며 “농민들이 땀 흘려 지은 농산물인데, 유통구조 개선을 제대로 효과적으로 해서 유통비용이 감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또한 같은 당의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의 과일 물가지수를 100으로 잡았을 때 우리는 물가수준이 175로, 우리나라의 식료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서 “aT가 유통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혁하고 바로잡는 등 강도 높은 혁신과 쇄신을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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