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수출 부진-수입농산물 잔류농약 등 질타 이어져
‘비싼 수입농산물로 국내 농산물 수급 안정 발상’ 안될 말
전업농신문 이은용 기자 2024. 10. 25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대상으로 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주요 이슈 중 하나는 배추 수급과 가격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농식품 수출 실적 중 신선식품 수출 부진, 수입농산물 잔류농약, 비축 사업 문제 등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집중 질의가 이어졌다.
# 배추 수급-가격폭등에 제대로 대응 못 해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이번 여름 배추가격 폭등은 정부와 aT의 늦장 대응, 기후변화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1일 배추 포기당 소매가(상품)는 9,162원으로 전년 5,103원 대비 79.54%나 급등했다.
문제는 aT는 배추가격이 이미 폭등할 대로 폭등한 지난 9월 25일에서야 ‘2024 여름배추 긴급 수급 안정 대책 정부 수매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aT ‘품목별 위기 단계 가이드라인’은 위기 단계별 대응을 가격 상승 시 ‘심각, ’경계‘, ’주의‘ 단계로 구분해 배추가격을 관리하고 있으며,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에는 지난 9월 25일 마련한 수급 안정 대책과 같이 비축 물량 할인 공급, 직공급, 수입 관세 인하, 정부 직수입을 추진한다.
하지만 aT는 배추가격 위기 ’심각‘ 단계가 지난 9월 4일부터 시작했음에도 20여 일 동안 별다른 세부 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심각‘ 전 단계인 ’경계‘ 단계가 지난 8월 14일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최소한 8월 중순부터는 ’심각‘ 단계를 대비한 대책을 준비하고 ’심각‘ 단계에 바로 대책을 내놓았어야 했다.
여기에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고온에 농작물 피해가 심해지고, 이미 8월 상순부터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예상됐으나, aT는 평년 기온을 반영해 지난 9월 6일 정부 비축 배추를 모두 반출해 9월 배추가격 폭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문금주 의원은 “이번 배추가격 폭등은 정부와 aT의 안일한 대처에 농림분야 기후변화 대응이 어떠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위기 단계 가이드라인 등 제도 개선 및 농작물 기후변화 지표, 저장 기술 개발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농식품 수출, 가공식품만 늘어 농가 도움 안 돼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을 통해 농식품 수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농가소득과 직결되는 신선식품 수출은 줄어들고, 외국산 원료를 주로 사용하는 가공식품의 수출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농식품 수출 실적은 2019년 405만 3,700톤, 7억 270만 달러에서 2023년 415만 1,200톤, 9억 223만 달러로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농식품 수출액의 가공식품 비중은 84.2%에서 88%로 늘어난 반면, 신선식품의 비중은 15.8%에서 12%로 감소했다.
가공식품의 경우 국산 원재료 사용 비율이 30% 초반에 머물러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해 제조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국내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농가의 소득과 직결되는 신선식품의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수출 가공식품 상위 10개 품목에는 수입 원료를 주로 사용하는 라면, 음료, 커피, 설탕, 비스킷, 소주 등이 포함됐다.
이양수 의원은 “농식품 수출 실적 증가에도 농가소득에 직결되는 신선식품의 수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aT는 신선식품의 수출 증가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산보다 비싼 가격 수입농산물 비축 문제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정부가 농산물 수급 조절을 위한 비축 사업 시 국산보다 비싼 가격의 수입농산물을 비축에 활용할 계획이지만 수입농산물이 국산보다 가격이 높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농산물의 가격안정과 수급 조절을 위해 국산 11개 품목과 수입산 9개에 대해 정부 비축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동일 품목이면 수입농산물이 국산 농산물보다 싸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정부 비축 사업의 예산 수립 기준은 달랐다.
실제 감자 1kg 비축에 국산 수매는 1,688원이 드는 반면, 수입산은 2,763원이 들어 수입에 드는 비용이 수매에 비해 64%가량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러한 비용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부 예산안 기준, 감자의 수매 물량은 올해 1,529톤에서 2025년 1,000톤으로 34.6% 줄어든 대신 수입은 1,041톤에서 1,885톤으로 81.1% 늘어났다.
양파의 경우, 1kg 비축에 국산 수매는 1,305원이 드는 반면, 수입산 도입에는 1,422원이 들어 수입에 드는 비용이 수매에 비해 9%가량 높았다. 양파 수매 물량 계획은 올해 1만 1,696톤에서 2025년 9,781톤으로 16.4%가량 줄어는 대신 수입은 3,000톤에서 8,000톤으로 166.7% 늘어났다. 국내 생산에 기반한 수급 조절보다 수입에 의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원택 의원은 “정부가 농산물의 수입과 비축을 결정하는데 국내 농업생산 기반 유지에 대한 고려는 전혀 되지 않고 있다”면서 “급기야 국산보다 비싼 수입농산물을 들여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비축 사업 대상 품목 선정 기준인 ‘국내 생산 기반 유지 및 증산 유도가 필요한 품목’이라는 조건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농산물 비축 사업의 취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수입 농산물 잔류성 농약 검출 국민 안전 우려
서삼석 민주당 의원은 국감을 통해 수입한 농산물에서 잔류성 농약이 검출됐지만, 회수되지 않아 국민 안전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수입한 건고추 2,920톤 중 200톤에서 잔류농약 ‘클로르메쾃’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aT는 건고추를 수입해 유통한 후 3개월이 지난 2월에서야 잔류성 농약이 초과 검출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것도 모자라 이 가운데 50%인 100톤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클로르메쾃’은 식물 성장 조절제로 과잉 섭취하면 생식계 손상을 유발해 청소년과 임산부에게 위험한 성분으로 제초제 원료로도 쓰이고 있다.
수입산 농산물에서 잔류성 농약이 검출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최초 2011년 인도에서 수입한 건고추 1,218톤 중 82%인 1,003톤에서 ‘에티온’, ‘트리아조포스’ 등의 잔류농약이 확인됐다.
또한 2020년 미얀마산 녹두 2,000톤 중 50%인 1,000톤에서 ‘티아메톡삼’이 기준치 이상 초과 검출돼 해당 제품을 판매 중단하고 회수 조치했다. 건고추와 녹두는 각각 47%(476톤), 91%(914톤)를 회수하지 못했다.
잔류성 농약 검출로 인한 손실은 온전히 국민이 지고 있다. 잔류성 농약에 노출된 농산물은 수거하더라도 모두 폐기해야 한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수거한 잔류성 농산물은 총 713톤으로 추정 손실액은 20억 7,600만 원에 달한다.
aT는 수입국과 외교관계를 이유로 필수적인 배상 요구를 비롯한 잔류성 농약이 검출된 품목의 반환조차 하지 못해 예산만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서삼석 의원은 “잔류성 농약이 검출된 수입산 농산물이 회수되지 못하고 밥상 위에 올라가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aT는 잔류성 농약이 검출될 경우 직접 나서서 전량을 회수하는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aT는 잔류성 농약 농산물 수출국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조치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세부 유통경로 추적 및 사전 잔류성 농약 검출 시스템을 확대·구축하는 한편, 잔류성 농약이 검출될 경우 수입국에 반환하는 법적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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