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할 수 없는 위기에도 위축되기 보다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슬기로움과 도전 정신이 필요합니다. 지방도매시장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무엇을 대비할 것인가’ 는 스스로의 몫입니다.”
‘사과 전문 농산물도매시장’ 으로 변화를 시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원주농산물도매시장 지정 도매시장법인‘합동청과(대표 박만호)’. 불과 2년전만 해도 열악한 농산물도매시장 중 한 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금사과’위기를 기회로 삼았던 전략이 주효해 합동청과는 재도약의 날개를 달아 승승장구 중이다.
합동청과가 여타 도매시장의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박만호 대표의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 덕분이다.
“지난해‘금사과’로 불릴 정도로 물량 부족으로 도매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추석을 앞두고 강원 정선 임계농협(조합장 손재우)에서 합동청과와 거래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때서야 강원도가 사과 주산지로 변화됐다는 것을 인식할 정도로 둔감했던 것이죠.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덜컥 겁부터 났습니다.”
고민이 깊었던 박 대표는 가만 앉아서 망하기 보다는 일단 시도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앞섰다. 사실 박 대표는 이미 안동도매시장에서 사과로 대박을 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터라 합동청과도 기회가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곧장 안동도매시장을 방문하고 벤치마킹을 했다. 그러나 원주농산물도매시장은 사과 경매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우선 기존 경매장이 협소해 사과 전용 경매장이 별도로 필요했고 선별기와 계류장 등이 당장 필요했다. 관리사업소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예산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박 대표는 마냥 행정지원을 기다릴 수 없는 처지였던 터라 급한대로 200여평 규모의 경매장을 시설하고 2억원을 들여 선별기 2대를 설치했다. 이때부터 추석 명절용 사과가 쉼없이 밀려들어 왔다.
사과 선별을 위해 인력을 고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이 부족해 임원 전체가 10여일간 밤낮없이 매달리고서야 겨우 처리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밤낮없이 수고한 임직원들에게 두둑 명절 보너스를 지급했다.
박 대표는“틀에 박힌 일상으로 의기소침했던 임직원들이 사과 물량을 처리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면서“타 도매시장을 마냥 부러워하던 입장에서 부러움을 받는 도매시장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경매사 등을 산지로 적극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더 많고 더 다양한 물량이 합동청과로 출하될 수 있도록 산지와 소통하라는 의미와 함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산지 개척에 노력해 합동청과의 미래를 대비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합동청과의 매출신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300억원에 불과했던 거래금액은 어느새 400억원을 넘어섰고 그 이상의 거래금액 신장도 기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사과를 출하하던 농업인들이 합동청과를 믿고 덤으로 다양한 품목을 출하하고 있어 거래금액 신장은 멈출 기미가 없다.
박 대표는“이상기후로 인해 강원도가 사과 주산지로 탈바꿈 중이고 재배농가들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출하물량 증가는 당연한 것”이라면서“다만 이 상태로 출하물량이 늘어나면 처리하지 못한 물량이 비에 젖고 눈을 맞는 등 상품성 훼손 피해가 비일비재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명실공이 사과 전문 도매시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매장부터 1,000평 규모로 넓혀야 하고 저온저장고, 계류장 등 설치가 필수적이다”면서“예산부족으로 지자체에서 난색을 표한데다 강원도에도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되고 있어 안타깝다” 고 말했다.
한편 박만호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 CJ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하던 중 부친의 강력한 권유로 6개월만에 퇴사를 하고 지난 1989년 합동청과 총무팀으로 입사했다. 도매시장(都賣市場)에 도(都)자도 몰랐던 박 대표는 퇴근후 가락시장으로 출근해 농산물 유통 과정과 흐름을 파악코자 무려 3년간 악착같이 다녔다.
특히 박 대표는 입사 이래 경매사 보조부터 시작해 대표이사에 오르기까지 25년간 담금질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합동청과의 업무 전반을 명확하게 파악하게 됐다. 지난 2014년 대표이사 취임이래 합동청과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분주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