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농산물 유통정책 100년을 바라보고 만들어야
이광형 (사)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올해 물가지수를 3%대로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벌써부터 무너지고 있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4.1% 올랐다고 언론에서는 야단이다. 유가상승, 기상이변 등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어 물가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농축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우선 무, 배추값을 보자. 배추의 경우 평년대비 3배가량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설 성수기 한시적이었지만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주식시장의 서킷브레이크와 유사한 정가수의매매를 실시해 물가조절에 안간힘을 썼다.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경매사들 간의 묵시적인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설들이 난무했다. 부작용이다. 과연 정가수의매매가 농산물가격을 안정시킬까? 엄연한 자율시장경제에서 국가가 강제한다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구심이 앞선다.
지난해 배추파동은 농산물 유통정책에 대한 일대 전환기를 가져왔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유통구조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골자는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이다. 농협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개선방안이 주를 이루며 법인을 중심으로 하는 수직계열화가 더해졌다. 영세농은 설자리가 없어진 셈이다.
높은 농산물값의 가장 큰 원인은 우선 기상이변에 따른 작황 부진이라는데 전문가를 비롯한 모든 이가 공감한다. 그 다음으로 유통구조와 국가정책 혼선, 인프라 및 인력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농산물값의 고공행진은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지속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천재지변이야 피할 수 없지만 철저한 예방을 한다면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튼튼한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많은 농업·경제전문가, 학자, 유통인, 생산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100년을 바라보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정책입안자들의 직분이라고 본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농업도 중소업체를 튼튼히 해야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것에 재원을 투입하고 고민해야 한다. 사후약방문, 근시한적 땜질은 이제 과감히 버려야 한다.
커피 한잔 5000원과 배추 한포기 5000원, 어느 것이 더 비싸다고 생각하는가? 국민대다수는 배추가 비싸다고 할 것이다. 국내여건을 볼 때 분명 우리 농축산물은 저평가된 부분이 상당히 많다.
물가가 조금만 오르면 너나 할 것 없이 농축산물이 물가불안의 주범이라 한다. 국민경제에서 농업의 비중이 낮다고 할 때는 언제이고 조금만 물가가 오르면 농산물을 주범이라 몰아붙인다. 더욱이 값이 폭락하면 물가가 안정됐다고 하고 조금만 오르면 수입하기 바쁘다.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농축산업이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리는 것은 국가의 몫이다. 소비자에게 우리 농산물의 생산서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알려 소비자의 이해를 구하고 우리농산물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데 좀 더 많은 재원과 인력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농업현장에는 인력수급이 생산·유통보다 더 힘든 해결과제다. 대부분의 인부들은 조선족, 동남아인이다. 이들 또한 충분한 인력은 아니다. 자동화와 기계화가 많이 되었지만 농산물 수확은 아직도 인력에 의존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특히 채소류 수확에는 기계화 자동화가 쉽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인력수급 대안으로 수확기계 개발, 외국인 노동자 주거 및 소득 보장, 청년실업자, 노숙자 활용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발굴이 시급하다. 여기에 적재적소에 냉장시설이 완비된 수급조절센터를 설립해 농산물 수급을 조절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숲속에서 큰 고목만을 보지 말고 수많은 고목을 볼 수 있는, 높은 산에 올라 전체를 바라보고 판단하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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