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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심층진단> 흔들리는 농산물자조금사업 <상>정책방향과 현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4-03-18 조회 7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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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흔들리는 농산물자조금사업 <상>정책방향과 현실 
 

                           2014년3월17일자 (제2609호)    이병성 기자(leebs@agrinet.co.kr)


          # 정부 정책방향

        2017년까지 30개로 확대 계획
        총 사업비 160억원으로 증가
        사업 내실화에 초점 재편 추진

    지난 2000년 파프리카와 참다래 생산자들이 농산물자조금을 처음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wto, fta 등 시장개방이 가속화 되고 있어 농업을 정부의 농정으로만 책임질 수 없다는 판단에선지 농산물자조금을 도입해 생산자 자율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했었다.

   이후 농산물의 자조금(임의자조금)은 과일, 채소, 특작, 화훼 등에 걸쳐 모두 24개 품목(2013년 난 자조금 중단)으로 확대됐고,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까지 30개 이상 품목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자조금사업 품목수가 늘면서 사업비도 증가하기는 했다. 파프리카와 참다래 단 2개 품목으로 출발한 2000년의 농산물자조금 조성액은 6000만원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품목 확대에 힘입어 160억원(거출금과 국고 보조 포함)으로 성장했다.

   농식품부는 농산물품목과 자조금을 연계해 실질적인 품목별 조직화와 발전을 이끄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렸던 자조금단체 워크샵에서도 자조금단체 위주로 품목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었다. wto, fta 등 세계무역자유화에 대비해 정부의 시장개입 축소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또 품목의 양적 팽창보다는 농산물자조금 사업의 내실을 높여나가는 정책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자조금단체 워크샵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단계적 발전을 유도하고, 2015년부터는 의무자조금과 임의자조금을 차등지원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농식품부의 자조금사업 담당부서도 변경됐다. 기존 과수와 채소 등 품목을 주로 담당하는 원예산업과에서 농산물유통을 포괄적으로 담당하는 부서인 유통정책과로 이관됐다.

   신우식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서기관은 “농산물자조금 사업을 품목별 생산자 조직화와 연계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주산지와 품목별 조직체계를 구축해 나가 전국단위로 조직하는 방식이 될 수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또한 농산물자조금 사업에 대한 재정비도 필요한 상황이어서 자조금사업에 대한 재편작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  자조금법 제정되긴 했지만…

     사업 발전 기틀 마련됐지만
     납부 대상에 생산자단체 포함
     의무자조금 활성화 저해 우려

   농산물 자조금사업 활성화를 위한 법률도 지난 2012년 2월 제정됐다. 2000년 첫 도입된 이후 10여년이 넘도록 법적인 육성장치가 없었던 농산물 자조금은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일단은 발전의 기틀이 마련됐다.

   이 자조금법에서는 사업 참여 대상에 농업인, 어업인, 농어업경영체, 생산자단체 등으로 제한했다. 유통업자, 가공업자 등은 빠져 있다.

   특히 이 자조금법에서는 임의자조금과 의무자조금에 대한 조항이 각각 마련됐다.

   임의자조금의 경우 전국 생산량 대비 자조금 납부 단체의 구성원 생산액(생산량) 비율이 30% 이상이거나, 전국 출하량(출하액)이 30% 이상인 단체로 농식품부장관의 설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의무자조금의 경우엔 전국 생산량(생산액) 비율이 50% 이상이거나, 출하량(출하액)이 50% 이상인 단체 등으로 이 또한 농식품부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거출금의 경우 임의자조금은 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했고, 의무자조금은 농산물 평균거래액의 1000분의 10 이내로 거출한도를 설정해 놓았다. 특히 의무자조금의 재원은 의무거출금, 정부 출연금 또는 지원금, 농수산물의 유통, 가공, 수출, 수입 등과 관련된 자의 지원금, 의무자조금 운용수익 등으로 범위가 넓다.

   자조금사업 운영에 대한 평가도 이뤄지고, 운영성과에 따라 국고보조금도 차등 지원하고 있다. 우수 평가단체는 올해까지 자조금 조성액의 100%를 지원하고, 보통은 80%, 미흡은 60%를 지원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의무자조금과 임의자조금이 차등 지원 되는데, 총사업비(배정기준)에서 의무자조금은 우수 50%, 보통 40%, 미흡 30%인 반면 임의자조금은 우수 40%, 보통 30%, 미흡 25% 등으로 국고보조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현행 자조금법에서 의무자조금과 관련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임의자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농산물자조금을 의무자조금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자조금법에서는 의무자조금 활성화를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무자조금은 해당 품목의 생산자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자조금 납부 대상에 생산자단체를 포함시켜 농업인들의 참여가 위축될 수 있다. 또한 농산물의무자조금의 경우 총회를 갈음하는 대의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산물 재배가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재배농가수에 대한 정밀한 통계치가 없는 상황에서 총회 구성 자체가 현실적인 장벽이라는 것이다. 자조금법 시행령에는 도, 시군 등 행정구역 단위로 선거를 통해 대의원을 선출토록 했으나 이에 대한 비용과 행정업무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생산자단체도 참여하도록 했으나 개별농가들이 직접 참여하지 않고는 의무자조금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자조금단체 한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의무자조금으로 유도하면서 정부의 지원도 차등하겠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농산물의 경우 생산자들을 의무적으로 끌어들일 방법이 없다”며 “특히 총회 구성이나 대의원 선정 등 의무자조금을 위한 기초기반 마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 독립성 없는 운영

     24개 중 17개 농협중앙회 관리
     조직·관리운영 초기단계 수준
      납부도 회원농협이 대납 ‘문제’

   농산물자조금은 24개 품목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이 중에서 농협중앙회에 무려 17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농협이 아닌 개별 생산자들의 자조금은 파프리카, 육묘산업, 백합, 참다래 등 일부 품목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임의자조금 임원은 생산자단체 즉 농협과 협회 등의 임원으로 구성돼 있고, 사무국 또한 관련 단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농산물자조금이 대부분의 품목이 셋방살이를 하고 있어 사업활성화에 대한 원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부문 자조금 운영실태와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서는 “자조금의 품목에 따라서 조성된지 상당기간이 지났음에도 조직과 관리운영에서 초기단계 수준이고 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대다수 원예품목들은 농협중앙회에서 자조금을 관리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조금의 납부도 회원농협이 대납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자조금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또 “임의자조금이 별도의 사무국을 두지 못하고 농협, 협회, 연합회 직원이 고유업무와 겸임하는 등 취약한 사무국 기능으로 인해 대다수 자조금단체들은 사업비의 상당부분을 협회, 회원조합 등에 위탁해 집행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자조금단체의 경우 조합이 부과금을 납부했다가 다시 사업비로 받아서 사용하고 추가로 정부보조까지 받아 이용하는 사례도 있어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농산물자조금 운용과 관련해 “사실 농협중앙회에서 농산물자조금을 많이 운영하고 있는데 소비판촉 등의 행사를 보면 해당 자조금단체의 임원진들의 홍보성과 친목모임으로 비쳐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과연 현행 농산물자조금 중에서 제대로 된 사업을 펼치고 있는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농산물자조금의 현장여론도 분분하다.

   임의자조금의 경우 농협 등에서 대납하고 있어 대다수 농가들이 자조금사업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별 생산자들은 소비촉진 등의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자조금 납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지유통조직 관계자들은 자조금사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자조금 거취창구로서 기능을 해야 한다는 데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일선 농업인들은 “농업인들은 자조금을 내면 나에게 어떤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오는지 확신이 있어야 하고, 특히 직접적인 소득증대로 이어지지 않고는 반대할 것”이라며 “어렵게 농사지은 돈을 내고 체감하지 못하는데 누가 자조금을 선뜻 내겠느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apc 등 산지유통조직 관계자들은 “소비촉진과 수급조절 등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조금사업을 보다 확대하고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그러나 산지조직체에서 개별농가를 대상으로 자조금을 부과해 거출하는 것은 간단한 일만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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