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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확 달라진 ‘제주형 농산물 수급관리’, 향후 추진 방향과 과제는?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10-20 조회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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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 달라진 ‘제주형 농산물 수급관리’, 향후 추진 방향과 과제는?

            제주특별자치도 농업정책 기획②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4. 10. 20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오영훈) 민선8기 농업 공약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주형 농산물 자율적 수급안정사업’이 기지개를 켜고 본격 시행에 돌입했다.

제주농산물 자율적 수급안정사업은 생산자 스스로가 품목별 재배면적과 출하시기, 출하규격 등 수급 관련 사항을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 전반을 일컫는다. 아울러 이를 통한 제주형 농산물 수급관리는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과잉생산과 시장격리(산지폐기) 문제를 생산자인 농민 스스로 직접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궁극적으로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형 농산물 수급관리는 농가의 안정적 소득 보장을 그 목표로 한다.

최근 예측 불가한 이상기후와 갈수록 강도를 더해 가는 기상이변 탓에 농산물 수급관리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와 생산자단체가 함께 구상·설계·실행 중인 선제적 수급관리 체계를 2주에 걸쳐 톺아보려 한다. 


제주형 농산물 수급관리가 지난해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 및 수급관리센터, 제주농업디지털센터 발족과 함께 힘찬 첫걸음을 내딛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수급관리연합회는 사업 이행을 위한 조직 체계를 갖춰감과 동시에 시범사업을 전개했으며, 올해부턴 지난 4월 발족한 수급관리센터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수급안정사업 추진에 나설 방침이다.


  # 가능성 엿볼 수 있었던 수급관리 시범사업

지난해 수급관리연합회가 추진한 시범사업은 당근·감귤 품목을 대상으로 했다. 감귤의 경우 조직화가 잘 돼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 점유율이 98.5%에 달하고 의무자조금 가입률 역시 86% 이상이기 때문에 상당한 시장 장악력을 갖고 있어 시범사업 대상 품목으로 선정됐다. 당근 역시 제주도에서 재배되는 밭작물 중 조직화가 가장 잘 돼 있고 전국 점유율 또한 50% 이상인 품목이기 때문에 제주도와 수급관리연합회는 사업 효과가 우수할 것으로 전망되는 두 품목을 대상 작목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당근을 대상으로 한 수급관리 시범사업은 △비규격품 단속 강화 △분산출하 조절지원 △자조금 활성화 △가공용 당근 출하물류비 지원 △성출하기 비축저장 △출하조절 포전 매취 지원 △산지매취 수매지원 △당근 가공물량 확대 △온·오프라인 행사 및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 △상품 당근 가공지원 등이다.

당근 대상의 앞선 10개 사업은 시범사업 참여 농민과 지역농협, 영농조합법인을 비롯해 밭작물 제주형자조금단체, 농협제주본부 유통지원단 및 당근 품목협의회 단체, 산지 유통법인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사업비는 행정과 자조금, 산지농협 등이 부담했다.

이렇게 추진된 시범사업은 꽤 긍정적인 평가를 얻은 것으로 확인된다.

예를 들어 비상품 당근 폐기 및 혼입 방지·상품 선별 지도 등으로 이뤄진 비규격품 단속 강화는 상품 위주의 시장 출하로 제주산 당근의 경쟁력을 강화했고, 자조금 활성화 사업으로 추진된 계통출하 물량 대상의 당근 포장재비 지원은 계통출하 확대 및 물량 규모화를 통해 수급조절 역할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가공용 당근 출하물류비 지원과 상품 당근 가공지원 시범사업은 농가 경영비 절감과 수급조절 등의 효과를 낸 것으로 확인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가장 대표적으로 추진된 산지매취 수매지원은 주산지농협 당근 수매가의 일정 부분을 지원함으로써 매취 형태 계약재배 물량을 늘리고 이를 통한 수급조절 효과까지 도출했다. 매취 형태 계약재배 확대의 걸림돌로 여겨지는 농협 부담을 자조금으로 지원해 농협의 부담을 경감시킨 것은 물론 계약물량 규모를 확대했고, 해당 물량의 가공 전환 및 분산출하로 농가 수취가격 또한 증대시켰다는 호평이 뒤따르고 있다.

고광덕 수급관리센터장은 이와 관련해 “구조적으로 고랭지 등에서의 출하가 끝난 뒤 제주 출하가 시작되는데, 기후 등의 영향 탓에 제주 당근의 출하 가능 시기가 짧아져 물량이 홍수처럼 쏟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수 출하를 막으려면 조기 출하 등을 유도해 출하 시기를 조절해야 하는데 조기 출하의 경우 육지부와 출하 시기가 겹칠 우려가 있고 이 경우 농가 손실이 우려되므로 분산출하와 관련된 시범사업들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며 “예를 들어 지난해 주산지농협의 당근 수매가를 지원한 ‘산지매취 수매지원’은 계약재배 확대 성과뿐만 아니라 해당 물량을 도매시장에 출하하지 않고 저장한 뒤 세척·소포장해 대형 유통 3사 및 전문 유통업체 등으로 납품해 유통을 분산하는 효과까지 냈다”고 말했다.

또 고광덕 센터장에 따르면 ‘출하조절 포전 매취 지원’은 지난해 이상기후로 생육이 빨라져 조기 출하될 가능성이 커지자 수급조절연합회가 긴급히 자조금을 투입해 포전 매취를 확대한 사업이며, 이를 통해 시장 출하를 늦추고 시장가격 급락을 완화시킨 효과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월동채소 주산지로서 도내 출하 물량의 조절이 사실상 시장가격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난해 당근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은 출하 물량을 도내에서 미리 조절함으로써 가격 급등락 폭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구좌읍의 당근 재배 농민은 “전적으로 시범사업 덕분이라 할 순 없겠지만 지난해 당근 수취가격이 좋았던 건 맞다”며 “농민 입장에선 생산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판매하고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을 수취하는 것만큼 큰 바람이 없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해당 사업들이 농가소득 안정을 목표로 한다니 적극 참여해보려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감귤은 지난해 육지부 이상기후로 사과 등 주요 과일의 생산량 자체가 줄어든 측면도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도내 출하량이 증가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가공용 수매사업 등을 추진해 도매시장 반입량 조절로 좋은 가격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제주형 농산물 수급관리, 어떻게 전개되나

지난해 시범사업 대상인 감귤·당근을 포함해 올해 월동무·양배추로 확대된 제주형 농산물 수급관리는 그간 생산 이후 유통 단계에서 극약처방 식으로 전개되던 산지폐기 등 시장격리 위주의 정책 대신 사전 면적 조절과 함께 유통 구조 개선, 시장 대응 방안 강화 등의 사후 대책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사전 대책은 농업관측센터의 조사 결과를 바탕에 두고 생산자 논의를 거쳐 생산 이전에 재배면적을 사전에 조절하고 이를 통해 과잉생산을 예방하는 식이다. 또 출하단계에선 개별 조합 중심의 유통 구조를 품목별 생산자 중심으로 전환해 시장 상황에 대응할 능력을 제고할 방침인데, 이와 함께 출하처를 도매시장뿐만 아니라 가공 분야 등으로 다변화하는 등 유통 문제 해결 역시 제주형 농산물 수급관리의 주요 방향 중 한 갈래로 꼽힌다.

예를 들어 올해 시범사업 대상인 월동무와 양배추의 경우 도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중 수급에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품목이다. 이에 수급관리연합회와 수급관리센터는 현재 개별 주산지 조합 단위의 출하를 공동 연합 형태로 묶어 해당 연합 조직의 판매 사업 구조를 형성할 계획이다.

수급관리연합회와 수급관리센터는 품목별 통합 판매 체계 구축에 정책적 지원을 더해 전체적인 출하조절에 집중할 방침이며, 12월 조기 출하되는 양배추의 경우 육지에서 생산되는 양배추와 시장 경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 선호도에 맞춘 소구형 양배추 재배를 장려하고 가공 등을 통한 업체 출하 계약 확대로 분산출하도 추진할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와 수급관리센터는 농가 수취가격을 생산비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기준가격을 만들고 농가소득을 안정화시키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아울러 이러한 사업 전반에는 자조금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추가 재원을 투입한다.

사전 수급관리와 출하 규모화, 유통 구조 혁신뿐만 아니라 제주도가 지난 2017년부터 시행 중인 ‘제주형 농산물 가격안정제’ 역시 제주형 농산물 수급관리의 주요한 축을 맡고 있다. 제주형 농산물 가격안정제는 농산물 시장가격이 적정가격보다 하락할 경우 자조금단체 참여 농민에 대해 일정 부분 소득을 보전하는 정책이다. 제주도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 간 농어업경영안정기금을 활용해 1175농가에 약 28억3000만원을 지원했으며, 올해 품목별 출하 적정가격을 현실화하고 자율적 수급안정사업과 연계해 가격안정제 규모도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올해 제주형 농산물 가격안정제 지침도 개선한 것으로 알려진다. 채소류의 경우 주출하기를 기존 5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했고, 노지감귤은 목표가격 산출방법을 전년도 유통비에서 최근 유통비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했으며 평균 시장가격도 가락시장 평균가격에서 전국 9대 도매시장 평균가격으로 바꿨다.

또한 강동만 수급관리연합회장에 따르면 수급관리연합회는 추후 제주도의 ‘농산물 스마트가공센터(가칭)’ 건립과 더불어 제주산 농산물의 부가가치 제고에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농산물 스마트가공센터는 도내 농산물이 과잉 생산될 경우 해당 물량을 산지폐기하지 않고 가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농산물 스마트가공센터는 내년 설계를 시작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 회장은 “수급관리연합회가 자리를 잡고 참여 농가도 확대되면 제주농산물 수급관리와 함께 스마트가공센터 운영을 수급관리연합회가 맡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전문가 그룹의 참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라면서 “수급관리가 잘 돼서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면 가공센터에서 활용할 물량 확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연합회가 가공센터에 공급할 적정 물량까지 고려해 수급관리를 펼치면 유통·가공 분야 시장 장악력도 생산자 위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강 회장은 농산물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입 농산물에 대해서도 추후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생각이다. 정확한 생산·소비량 통계를 근거로, 만약 생산량이 부족하다면 그만큼의 수입만 허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제도 마련을 지속 건의하고 몇몇 업자의 돈벌이 수단으로 농산물 수입이 이뤄지지 않게 시장 상황도 바로잡겠다는 구상이다.


  # 자율적 수급관리의 성패, 농민 참여와 제도 개선

제주형 농산물 수급관리는 생산자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그 성패가 생산자 참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는 농산물 수급안정 추진을 위해 품목별로 최소 60% 이상의 농가가 모여야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중이며, 이를 위해 참여 농가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구상·추진하고 있다. 참여 농가 확대를 위한 대표적인 정책은 ‘상벌제’ 도입이다. 참여 농가에 도내 지원사업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미참여 농가에겐 사전예고제를 통한 페널티 제도 적용을 적극 검토 중이다. 아울러 농가 대상의 홍보·교육도 지속 전개한다.

수급관리센터에 따르면 현재 수급관리연합회 참여율은 품목별로 상이하나, 감귤·당근을 제외하곤 대체로 저조한 실정이다. 감귤의 경우 참여 농가 비중이 전체의 약 80%, 당근은 95%가량인데 반해 월동무의 경우 30%가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양배추와 브로콜리, 양파·마늘 등의 참여율 역시 아직은 저조한 편이다. 이에 수급관리연합회와 수급관리센터는 지속적인 홍보로 농가 참여를 확대하는 동시에 의무자조금이 이미 형성돼 있는 양파·마늘의 경우 지역 자조금을 조성하고 지역 자조금이 지역 특수성을 반영한 수급안정 사업을 의무자조금의 지부로서 추진할 수 있게 관련 논의를 진척시켜 나갈 계획이다.

한편 농민 참여 확대와 함께 여러 제도 개선도 자율적 수급관리의 성공을 위한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특히 사전 면적 조절의 핵심인 ‘토양생태환경보전사업’의 경우 제주도 내 농지 임대차 문제와 깊이 얽혀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실경작자인 임차농민이 휴경 및 사료·경관작물 재배 시의 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시급한 이유다. 이에 수급관리센터는 제주도 행정과 함께 실경작자인 농민의 주도적 사업 참여를 위해 제도 개선을 진행 중이다.

또 재배·출하 신고의 제도 마련 및 연착륙도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제도 개선 중 하나다. 감귤의 경우 재배·출하 신고가 제도화돼 있지만, 월동무 등 밭작물에는 해당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사실상 생산에서 유통까지의 통계를 명확히 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제주도는 품목별 재배·출하 신고 의무화를 제도로 정착시키고 수급관리연합회가 이에 기반한 수급 정책을 현실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취재·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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