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농우바이오 매각…국내 종자산업 미치는 영향
- 해외 120여국 종자수출 ''''글로벌 경쟁력'''' 시스
- 독자적 경영권 보장…인·물적 자원확보 담보
- 종자산업+it 결합…건전한 선순환 구조 유도
국내 1위 종자기업을 자부하던 농우바이오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농우바이오 유가족들은 고 고희선 명예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지분에 대한 상속세 약 1100억 원을 납부하기 위해 오는 17일 매각 본입찰을 단행할 것으로 밝혀졌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농우바이오에 지분 인수의향서를 낸 회사는 농협경제지주를 비롯해 사모펀드 회사인 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3개사로 지난달 둘째 주부터 예비 실사를 진행 중이다.
매각 대상지분은 창업주 고 명예회장이 유족들에 상속한 지분 45.5%인 650만여 주 중, 38.5% 인 550만여 주이다. 장남 고준호 씨 상속분 100만여 주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추후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농우바이오의 이 같은 매각은 단순히 회사 하나가 넘어가는 것으로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게 국내 종자업계의 반응이다.
농우바이오는 국내 채소 종자시장의 1,2위를 다투던 기업임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시장으로 진출을 통해 우리 종자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농우바이오 매각이 국내 종자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봤다.
# 독자적 경영과 인적·물적 재원 확보돼야
농우바이오가 어느 회사에 인수되던 간에 독자적인 경영권은 유지돼야 하고 인적·물적 자원이 확보돼야 국내 종자산업 발전에 장해가 없을 것으로 전해진다.
농우바이오는 최근 10여년 간 해외진출을 확대해가며 2020년 국내 매출 890억원, 종자 수출 1억달러 돌파를 통해 ‘글로벌 톱 10’진입을 목표로 해왔다. 특히 전체 매출의 17% 수준에서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신품종 개발에도 힘써왔다.
이 같은 경영에 힘입어 수입종자 시장에 파묻힌 일부 채소 품목의 국산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며 한국 종자의 위상을 확보했고 해외 120여 국에 종자를 수출하며 경쟁력을 갖춰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불가피한 인수로 인해 농우바이오의 경영방침이 변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 종자업계 관계자는 “농우바이오를 누가 인수하든 간에 경영에 대한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결과물에서 보듯, 건실한 경영을 통해 국내 종자산업 발전을 견인해 온 만큼 농우의 운영 노하우가 사장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 글로벌 경쟁력 확보 여부가 중요
종자주권 확보 차원에서 농협경제지주 인수를 갈망하는 업계 분위기가 만연했지만 국내 종자산업 발전을 위해선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분명 사모펀드는 정체가 불투명한 만큼 외국계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종자업체 특성상 기업논리에 힘입어 r&d 투자를 확대하고 신품종 육종을 통해 세계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데는 오히려 펀드회사가 더 낫다는 것이다.
농협은 종자산업에 있어 글로벌 경쟁력이 미약하고 육종 기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없다는 전망 때문이다.
반면 정상적인 펀드회사는 수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국내 시장을 해외 종자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우려하는 유전자원 유출보다도 오히려 외국의 유전자원을 국내에서 활용해 육종 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한 종자업계 관계자는 “채소는 각 국가마다 소비되는 품종이 다르다”며 “신젠타, 몬산토 등이 국내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경영 능력을 전파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육종 시스템이 도입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또 그는 “국내에서 채종은 어렵지만 한국의 우수한 it 기술력을 종자산업의 육종, 가공, 정선, 품질 보증 등과 연계해 나간다면 건전한 형태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재호 기자(jhshin@aflnews.co.kr) 201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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