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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계속되는 농산물 ‘금값’ 논란, 가격안정 정책의 올바른 방향은?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10-13 조회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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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농정개혁 정책 제안 연속 토론회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 합리적 개선 방안은?’에서 강혜영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이 토론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경실련 농정개혁 정책 제안 연속 토론회③]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40 10. 1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8월부터 매달 한 가지의 농정개혁 주제를 꼽아 연속토론회를 개최 중이다. 경실련의 농정개혁 정책제안 연속토론회는 오는 12월까지로 예정돼 있으며, 경실련은 연속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대국회 입법요구안을 작성할 계획이다.

경실련은 지난 8월과 9월 각각 농지와 농협개혁을 주제로 1·2차 토론회를 개최했고, 지난 4일에는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 합리적 개선방안은?’이라는 주제로 세 번째 토론회를 마쳤다. 이날 토론회는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최했으며, 경실련 연속토론회의 주관을 맡은 <한국농정>은 합리적인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에 대한 논의 내용 전반을 지상중계한다.  


 나날이 그 강도를 더해가는 이상기후와 그로 인한 생산량 감소는 농산물가격 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에 편승해 사괏값과 배춧값 폭등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언론 보도가 잇따르며 농산물가격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 또한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요즘이다. 여기에 정부는 농산물 수입 및 할인·지원 확대 등으로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데 온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는 ‘한국형 농업인 소득·경영 안전망’을 발표했는데, 이는 오늘날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의 주축인 채소가격안정제의 졸속 폐지를 예고해 농업 현장의 불안감을 가속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의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소비지 농산물 가격안정과 농가소득 안정 동시에 고려해야”

이에 지난 4일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춘수 순천대 교수는 정부의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 전반을 훑은 뒤,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합리적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이춘수 교수에 따르면 오늘날 정부의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은 크게 관측사업과 시장격리, 수급안정지원제도(비축사업·계약재배사업·채소가격안정제·유통조절명령·자조금사업) 등으로 구분된다. 여기에 지자체 가격안정제(최저가격 지원)와 시장 제도(농업수입보장보험·선도거래·선물거래)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이 교수는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 각각이 지닌 한계를 지적했다. 관측사업의 경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독점하는 체계로 굳어져 역량 발휘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비축사업은 △비용이 소요되고 감모가 발생하는 한편 △방출을 통한 가격안정 효과 또한 불분명하며 △가격 상승 시엔 천정효과를 유발해 농가의 손실 보전이 어렵다는 점 등이 강조됐다. 계약재배 역시 일부 긍정적으로 작동 중이나, 대상품목 수가 부족하고 농가 참여 또한 미흡한 데다 가격 상승 시 계약 불이행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가격 하락 시 농협 등의 손실이 크게 발생해 참여가 크게 늘어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채소가격안정제의 경우 제도 자체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강조했는데, 시장가격이 최저기준가격 미만으로 떨어지더라도 정부는 보전기준가격과 최저기준가격 사이의 차액만 보전해 농가소득을 충분히 지지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이 교수는 자조금 사업 역시 규모 미흡과 무임승차 문제 등으로 가격 안정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정리했으며, 품목별 대체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가격안정 정책은 가격하락에 따른 농가 손실 보전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농산물 가격위험 관리를 위한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정책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가격도 가격이지만 중요한 건 그 가격이 농가소득의 기본이라는 점이다. 농가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농업과 농촌이 다원적 기능을 해낼 수 있고, 본원적 기능만큼이나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은 우리 사회에 중요하다”며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이 유지되기 위해선 농가 소득안정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가격안정이 절대적인 만큼 적절한 가격안정 정책을 마련·시행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다양한 정책실험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소비지 농산물 가격안정과 함께 농가소득 안정을 주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덧붙여 이 교수는 가격위험 관리와 함께 최근 농산물 가격안정 문제의 핵심인 기후변화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의 보상은 농가가 재생산 활동이 가능한 수준으로 확대돼야 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농산물, 물가상승 주요 원인 아냐… 유통구조부터 짚어야”

이어 강선희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과 신지연 충남 부여 여성농민은 현장 요구를 담은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강선희 정책위원장은 이춘수 교수가 발제에서 언급한 비축사업의 천정효과와 정확하지 않은 관측사업 등에 크게 공감한 뒤 현장 상황을 전했다. 양파 생산자들은 의무자조금 조성 이후 재배의향조사와 주산지 전수조사 등을 통해 재배면적 조절로 생산량 관리를 하고 있다. 강 정책위원장은 다행히 자조금 출범 이후 4년 동안 산지 폐기하는 극한의 상황은 면했으나, 수급조절 가이드라인 상의 TRQ 수입 기준가격과 정부의 시장 개입(수입 발표)으로 재배면적과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강 정책위원장은 “재배면적과 출하량이 줄면 가격이 오르는 게 시장의 원리다. 그런데 가격이 오르기도 전에 정부가 수입을 발표하고, 수입 물량이 들어와 가격이 떨어지기 전엔 홍수 출하가 이뤄져 농협과 유통인들의 손실이 최근 2년 동안 꽤 컸다”라며 “양파의 경우 계약재배율이 타 품목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에 농협은 농협대로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농민은 농민대로 적정가격을 수취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 정책위원장은 “더 큰 문제는 20kg 기준 1만3000원(1kg당 650원)에 농민 손을 떠난 양파가 소비자에겐 얼마에 팔리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유통구조를 짚고 넘어가지 않고, 최종 소비자가격이 생산자인 농민의 책임처럼 호도돼서는 안 된다”며 “우리 국민이 1년 평균 소비하는 양파 양이 약 30kg인데 1kg당 1000원이라고 해도 3만원 정도로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크지 않다. 농산물이 물가상승의 주요한 원인으로 몰리고 농산물 가격 정책을 물가 잡는 쪽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여성농민 신지연씨 역시 정부가 농산물가격을 그저 물가안정정책 측면으로만 접근한다는 점을 강하게 짚고 넘어갔다. 신씨는 “정부의 개입이 가격 상승 시에만 적극적이다. 수입 쌀값이 오를 것을 예측해서 관련 예산을 상향 조정하는 정부가 국내 쌀값 폭락에는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이 그 예다”라며 “국가가 나설 거면 처음부터 끝까지 나서야 하며,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인 농민까지 아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씨는 마지막으로 여야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농업을 지키기 위해 수입 개방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국회와 정부 심지어 농림축산식품부까지 농업·농촌 현장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소회를 전했다. 신씨는 농업·농촌 소멸 위기 속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대책 마련의 골든타임이 지금이라며, 정부와 국회 등에 노력을 촉구했다.


  농식품부 “수입농산물로 수급관리? 그럴 의도 전혀 없다”

송원규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정책실장 또한 최근 정치권의 상황에 쓴소리를 보탰다. 송 정책실장은 얼마 전 열린 ‘한국형 농업인 소득·경영 안전망’ 토론회엔 여당 의원이 대거 참석해 허점 등에 대한 논의 없이 칭찬 일색으로 정부에 힘을 실어준 점과 이날 토론회에 단 한 명의 국민의힘 의원도 참석하지 않은 점을 대조하며 지적했다. 송 정책실장은 “기후위기를 계기로 복합·다중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식량주권 등을 바라보는 거시적 변화가 체감되며, 실제 프랑스 등 유럽국가 대부분이 보호무역주의를 취하며 생산자·소비자를 위한 수급 및 가격 안정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전하며 “미국 등에서도 위기상황에 대비해 비축을 필수화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공정한 가격을 보장하기 위한 상하한제 설정 등의 정책도 다시 등장 중이다”라고 밝혔다. 송 정책실장은 덧붙여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한국형 농업인 소득·경영 안전망이 △농가 소득 수준 목표를 제대로 제시하고 있지 않고 △보험 방식으로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는 방향성의 문제를 지니고 있는 데다 △아직 힘이 크지 않은 의무자조금을 통해 수급을 조절하겠다는 과도한 주장을 담고 있다며 더 많은 논의를 통해 제도의 허점을 확인·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원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위원은 “정부의 가격안정 정책은 안정적인 농민 소득 보장과 소비자물가 안정이라는 상충될 수 있는 두 부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가격 변동성을 완화시켜야 한다. 가격 변동성을 완화시키기 위해선 결국 시장 공급량의 변동을 축소·완화시켜야 하며 이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원활히 하려면 보다 정확한 관측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며 빅데이터·인공지능을 활용한 관측정보 고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김 전문위원은 현재 계약재배 물량이 너무 적다는 점과 계약재배가 농협에 너무 큰 부담을 지운다는 점을 지적하며 농협 판매 역량 강화 및 지원을 통한 계약재배 활성화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김 전문위원은 마늘·양파 등의 품목을 예로 들어 민간업체 저장량과 시장 방출량 등이 시장가격과 정부 수급정책의 성패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해당 정보의 수집·활용 확대가 필요하며, 고랭지 배추처럼 이상기후·연작장해 등으로 주산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 새로운 품종 개발과 재배지 확대 등이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

2시간 가까이 토론이 진행된 뒤 마지막으로 강혜영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수입 농산물로 수급관리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 뼈아프게 생각한다. 농식품부는 그런 의도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말씀드리며, 농가가 안정적으로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생산비를 더 지원하고 소비자도 안정적인 가격으로 우리 농산물을 잘 소비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며 지난달 발표한 주산지 협의체 중심의 선제적 수급관리체계와 지난 5월 공개된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설명했다. 또 강 유통정책과장은 계약재배 활성화를 위한 지역농협 마케팅 강화 필요성, 생산뿐만 아니라 수요까지 아우르는 관측사업의 고도화, 대형업체 유통정보(보유물량·출하량 등) 신고 의무제 도입,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을 통한 도매시장 법인 경쟁 제한 구조 개편 등의 계획을 전했다.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과 농민 소득대책, 별도로 진행해야”

아울러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정부의 거듭된 농산물 수입으로 농민들의 삶이 감당 어려울 지경에 처했다”고 강조하며 “농산물가격은 농민 생존권뿐만 아니라 식량자급률, 식량주권과도 연결된 문제인 만큼 가격이 오를 때마다 물가 핑계를 대며 수입이라는 칼날을 들이대 시장 논리를 어지럽히면 안 되고 오히려 열 걸음 앞을 내다보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장을 맡은 김호 단국대 교수는 토론회를 정리하며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과 농민의 소득대책은 별도로 가야 한다. 정부가 최근 수입보장보험으로 모든 걸 한 번에 통합하겠다고 하는데 비현실적이며 세계적 추세와도 어긋난다”며 “미국도 그렇게 안 하고 일본 역시 가격안정대책과 소득대책을 따로 마련해 활용하고 있는데, WTO 규정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주산지협의체라는 의결기구 새로 만들어서 계속 회의해봤자 결론 안 나온다. 기재부 때문에 안 되지 않느냐. 농안법 개정 얘기도 잠깐 나왔는데 1971년 제정돼 그동안 고치고 또 고치며 누더기가 된 도매시장 위주의 농안법을 손댈 게 아니라 아예 생산조정, 가격안정, 출하조절 다 따로 분리해 원예농산물가격안정법 같은 걸 만드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날 토론회를 단독 주최한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론회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논의에 집중했다. 박 의원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오늘 나온 의견들을 입법과 제도로 실천해야 토론회가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지방소멸 시대에 농업문제는 대한민국 국가생존의 문제라고 규정할 수 있는 만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대한민국 국가 생존을 위한 여야농정 비상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합리적인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 마련 필요성에 공감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인 서삼석·문금주 의원을 비롯해 이재관·강훈식 의원 등은 “국민 밥상 걱정하는 정부가 농민 밥상은 걱정 않고 있다”, “풍년이 들면 즐겁고 흉년이 들면 걱정했는데, 요새는 풍년·흉년 상관없이 걱정뿐이다. 제도적 문제가 분명히 그 원인인 만큼 토론회에서 제기된 좋은 의견이 국회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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