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구감소지역의 인력난을 해소하고자 도입한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원성을 사고 있다. 본사업 요건을 일부 강화한 탓에 지방자치단체마다 외국인 인력을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2022년 10월 시범사업으로 선보인 지역특화형 비자는 지역 산업·대학·일자리 등에 적합한 외국인의 정착을 유도해 생산인력을 유입하고 생활인구를 확대하기 위한 특례다. 두가지 전형으로 구분된다. 첫번째는 ‘지역 우수인재’로, 일정 자격 요건을 충족한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인구감소지역에서 1년 이상 취·창업하거나 5년 이상 거주하려는 이들이 대상이다. 두번째는 ‘외국국적 동포’가 대상이다. 가족 동반 입국이 가능한 데다 배우자도 취업할 수 있고, 영주권 신청 요건인 5년 체류가 가능해 인기가 높다.
이같은 제도 도입으로 만성적인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지역의 농축산업·식품가공업 등에 외국인 근로자가 장기 근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정주인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농촌 지자체의 관심도 높다. 경북도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역특화형 비자로 도내 600명이 정주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본사업 요건이 강화되면서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지역특화형 비자로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는 업체의 채용규모를 내국인 채용인원의 50% 한도, 최대 20명으로 제한했다.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기 위해서라는 게 배경이다.
현장에서는 까다로운 조건 탓에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뒤따르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시범사업 때 호응이 좋아 올해 지역 우수인재 702명을 배정받았는데, 8월말까지 신청자는 266명에 불과하다”면서 “내국인 50% 조건을 맞추기 어려운 탓”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도 배정인원 210명 가운데 신청자는 8월말 기준 43명에 그쳤다.
대상 지역이 한정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인구감소지역이 아니어도 농축산업 비중이 높은 시·군에 인력 공급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연천·가평만 대상지로 선정됐는데, 그 외 인구감소 관심지역이나 중소 제조기업, 농축산업이 몰린 지역에서도 요청이 많아 지역특화형 비자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법무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사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역특화형 비자는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골자로, 예산 지원은 전무하다. 외국인이 지역특화형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취·창업을 해야 하는 만큼 일자리 매칭을 위한 지원이 요구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도비를 통해 구인·구직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인구감소지역은 늘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만큼 법무부가 관련 예산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역특화형 비자 대상자의 한국어 능력 자격도 강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한국어능력시험 3급 이상을 갖춰야 한다. 내년부터 이를 4급으로 올린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선 식품가공업 등 생산직이나 단순 노무직 고용 인력에 지나친 조건이라고 꼬집는다.
농촌지역에 별도의 ‘지역특화형 농업비자’를 신설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전북연구원은 “농업부문 비전문인력 비자(E-9) 소지자도 요건을 충족하면 지역특화형 비자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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