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현실이 된 기후위기에 근원적 대응을 위해 전국 14개 지역에 기후대응댐을 만들겠다고 밝히자 구시대적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7월 말 ‘기후대응댐 후보지(안)’를 거론하며 “지난 2022년 발생한 남부 지방의 극한 가뭄과 올해 잇달아 발생한 홍수에 대응하고 미래에 용수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신우용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기후대응댐이 아니라 기후파괴댐이다.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기후대응댐으로 갑작스럽게 닥쳐오는 기후재난에 대처하기가 어렵다”며 정부 주장을 일축했다.
장마철도 다 지난 9월 말에 폭우가 전남 지역에 쏟아져 고흥·장흥·진도·해남에 수해가 발생하는 등 재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신 사무총장은 “지금 기후 예측이 모두 빗나가고 있다. 폭우가 서울 종로에서 쏟아질지 다른 지역서 쏟아질지 예상이 불가능하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면 이번에 환경부가 주장하는 14개 지역 말고도 다른 지역에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댐을 건설하며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해 환경이 파괴되는 문제도 간과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댐 정책 자체가 폐기되고 기존 댐도 없애는 추세다. 이와 더불어 자연기반해법(Nature based Solution)이라 해서 자연의 고유한 능력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활용하자는 것이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령 토양 투수율(물이 흡수되는 비율)을 높이는 등 자연 자원을 활용해 홍수를 예방하는 방안도 있는데 (댐을 더 만들자는) 우리 정부는 후진국 수준”이라고 일침을 놨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해외에서 생태계 복원 등을 위해 댐을 철거한 사례들이 있다. 미국에서 9만여개 댐 중 1700개가량이 철거됐으며, 유럽에서도 180만여개의 댐이 있었는데 4900여개가 철거됐다.
또 다른 문제점은 댐에서 발생하는 녹조다. 신 사무총장은 “물은 어디 가둬놓지 말고 그대로 흐르게 해야 한다. 과거 4대강 정비 사업 때 만든 보로 물길이 막혀 낙동강·금강 등에서 발생한 녹조 현상도 심각했다”라며 “이전 정부에서 개방하거나 철거하려 했던 보를 윤석열정부가 유지해 녹조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기후대응댐을 건설해 물을 저수지화 시키면 되레 환경오염만 가속화시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기후대응댐의 저수용량도 쉬이 넘겨선 안 되는 부분이다. 환경부가 내세운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중 가장 큰 저수용량을 보유한 곳이 강원 양구의 수입천댐(1억톤)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다목적댐인 소양강댐(29억톤)이나 대청댐(14억9000만톤)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기후대응댐들은 ‘한번에 80~220mm의 비가 오면 수용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저수용량이 작아 300mm 이상 폭우가 쏟아지면 감당할 수 없어 방류를 하고 주변 지역을 범람하게 할 위험이 있다. 지난 7월 초 전북 익산 등지에서 불과 4일간 4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9월 말에도 경남 창원 등에서 이틀간 최대 53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댐만으로 홍수 방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천과 같이 분담해 홍수 방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는 댐 밀집도가 정말 높은 나라다. 낙동강 등 주요 큰 강에는 이미 다 댐이 있어 추가 건설이 어렵다. 정부가 더 만들 곳을 찾다보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작은 하천까지 후보지로 선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후대응댐이 미래 물 수요를 위해 필요하다는 환경부 주장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은 “지난달 환경부가 기후대응댐 추진 근거로 (2030년에) 물이 7억4000만톤이 부족해지고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하면 17억톤의 물이 더 필요하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어디서 나온 수치인지 모르겠다. 국가 물 관리 계획에도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고 전혀 근거 없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박창근 학회장은 환경부가 다른 대안 검토 없이 기후대응댐 건설을 추진한 것도 문제 삼았다. 박 학회장은 “특정 지역에서 홍수가 많이 나거나 물이 부족하다 하면 댐을 만들자 하지 말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댐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거기에 끼워 맞추며 일을 진행하니 근거가 빈약할 수밖에 없다”며 “기후대응댐 예정지인 강원 양구, 충남 청양 등에 물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대는데 실제론 주변에 댐들이 있어 물이 부족할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기후대응댐 추진이 어떤 실익도 없고 철회가 최선이라는 것이 신우용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신 사무총장은 “오히려 있는 댐을 철거해도 모자랄 판이다. 기후대응댐이라 이름 붙여 국민을 속이고 추진하는 댐 건설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환경부는 “홍수 대응을 위해 천변저류지(하천변에 위치해 홍수 시 수위를 낮춰주는 곳) 건설 등을 검토했으나 주변에 도로나 민가가 많은 경우 비용 문제로 댐을 선택했다”라며, 미래에 물이 17억톤 더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선 “최근에 한 차례 과학적 분석을 해서 나온 결과이고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