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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농업수입안정보험, 농업소득 감소에 ‘농가 책임’을 묻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10-04 조회 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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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정부가 새로 내놓은 농가소득 정책 ‘농업수입보장보험’은 농업재해와 농산물 가격하락을 동시에 보장하는 보험이지만, 농가소득 정책의 기둥으로서 정부의 책임감이 결여된 데다 졸속으로 설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전북 익산시 용동면 들녘에서 한 농민이 침수 피해를 입어 콩대만 남은 논을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한승호 기자




          재해·수급·소득 아우르는 대형 농업정책인데

          농정체계 흔들며 3개월 만에 졸속 설계 정황

          ‘민간보험에 올인’ 무책임한 정책태도도 구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4. 10. 4



 빈번해지는 재해와 폭락으로부터 농민들을 지켜낼 ‘획기적’ 정책. 야당이 제안하는 최저가격보장제를 경솔하다 비판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한’ 정책.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가 내놓은 새 농가소득 정책 ‘농업수입안정보험’이다. 하지만 확신에 찬 농식품부와는 달리 이를 바라보는 농업계의 표정이 너무나도 어둡다. 수입안정보험은 과연 믿을 수 있는 소득정책일까.



  # 농업수입안정보험이란?

수입안정보험은 기존의 농작물재해보험과 유사한 제도다. 농작물 품목별로 가입하는 건 똑같지만, 재해보험이 자연재해 피해만을 보전한다면 수입안정보험은 재해와 시세폭락을 함께 보전한다. 기준수입 대비 당해 수입이 일정수준(보험상품별 60~85%) 이하로 떨어지면 하락분의 일부(60~85%)를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재해보험과 마찬가지로 농협이 운영하며 정부가 보험료의 최대 50%를 지원한다.

수입은 ‘가격×생산량’으로 계산하는데, 기준가격 설정 방식은 보험상품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품목별 평년가격(도매시장 등 5개년 평균가격)을 사용하는 ‘과거수입형’ △평년가격을 기준으로 하되 수확기 가격상승분을 반영하는 ‘기대수입형’ △농가별 실제 수취가격을 활용하는 ‘실수입형’이다. 가장 합리적인 건 실수입형이지만 안정된 계약재배 등을 통해 데이터가 축적된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적용 불가능해 앞의 두 모델이 주류가 될 전망이다.

생산량 검증은 어떻게 할까. 농식품부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모델은 농가가 신고를 한 뒤 이상이 있을 시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과 농협이 1·2차 검증을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고로 일단은 기존의 재해보험 운용체계를 공유해야 한다. 당장은 큰 무리가 없다는 계산이지만 가입률이 늘수록 부하가 예상돼 2027년까지 ‘신고-검증’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내년도 수입안정보험 대상품목은 15개다. 기존 시범사업 품목인 마늘·양파·양배추·포도·콩·감자(가을)·고구마·옥수수·보리가 본사업에 들어가며 쌀·단감·무(가을)·배추(가을)·복숭아·감귤(만감류)·감자(봄·고랭지)가 새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시범사업 품목은 일부 주산지에서만 제한적으로 운영한다.



  # 기존 정책들과의 충돌

수입안정보험은 기존의 농업정책에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재해정책·수급정책·소득정책에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재해보험과의 중첩이다. 앞선 설명에서 보듯 수입안정보험은 재해보험을 포괄하는 개념이고, 따라서 재해보험과 중복 가입이 불가하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11일 국회토론회에서 재해보험과 수입안정보험의 작동 예시를 비교 제시했다. 80% 보장상품(자기부담률 20%)을 가정할 때, 가격이 평년대비 50% 하락하고 생산량이 30% 줄면 보험금은 당연히 수입안정보험 쪽이 월등히 많다. 그럼 같은 조건에서 가격만 평년대비 10% 상승하면 어떨까. ‘과거수입형’ 보험은 재해보험보다 보험금이 크게 쪼그라들지만, ‘기대수입형’ 보험은 이 조건에서도 재해보험보다 소폭 우위를 점한다.

수치 설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재해보험 대비 수입안정보험의 안정성과 우수성을 강조한 발표다. 서로 대체재인 이상 수입안정보험이 확대되는 만큼 재해보험이 축소되리라는 건 자명한 이치며 농식품부가 이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채소가격안정제와도 중첩이 된다. 농식품부는 채소가격안정제의 ‘시세하락 시 차액보전’ 기능이 수입안정보험과 중첩된다며 채소가격안정제에서 이 기능을 단계적으로 제거할 계획이다. 가입 유인요소가 없어진 대신 정부 지출부담이 적어진 채소가격안정제(면적·출하조절 협조 및 보상 체계)는 향후 계약재배사업 전체에 적용하겠다는 설명이다. 당장 내년도 채소가격안정제 예산을 대폭 감액(556억→221억원)했을 만큼 본격적인데, 정부 수급정책의 주력이었던 채소가격안정제의 실효성에 우려가 드리우고 있다.

셋째, 공익직불제와의 재정적 경합이다. 농식품부는 수입안정보험에 다름아닌 이 공익직불제 예산을 끌어다 사용한다. 이 대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농업직불금 5조원’ 공약이 퇴색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내년 15개 품목 25% 가입률(6개 시범품목 가입률은 훨씬 낮을 전망)을 목표로 한 수입안정보험 예산은 2078억원. 향후 30개 품목 60~80% 가입률을 목표로 하고 있어 그 예산은 조 단위로 확대될 수 있다. 수입안정보험에 예산을 할애하는 만큼 공익직불제는 당초 계획보다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선 농식품부 내부에서도 관점 정리가 되지 않은 모습이다. 한 관리급 담당자는 “수입안정보험도 직불제다”라고 말하지만, 다른 관리급 담당자는 “수입안정보험이 직불제는 아니다. 그래서 ‘농업직불금 5조원’을 ‘농업직불금 등 5조원’이라 표현하고 있다”고 말한다. 확실한 건 기존 공익직불제에 충실하게 5조원을 투입하는 건 현재로서 농식품부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앞의 두 정책들까지 함께 살펴보면, 결국 수입안정보험은 대통령 공약에 따라 ‘5조원’으로 설정된(이행 가능성은 논외로 한다) 농업직불제 예산을 쪼개 △새로운 농가소득 정책(수입안정보험) △기존 농업재해 정책(재해보험) △기존 농산물수급 정책(채소가격안정제)을 돈 한푼 들이지 않거나 대폭 줄어든 예산으로 실현케 하는 결과를 낳는다. 농식품부는 ‘예산 집행의 효율화’라 얘기하지만 정책 대상인 농민들 입장에선 기만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정책이다.
 


  # 이처럼 거대한 정책, 졸속으로 설계했다?

예리한 독자라면 상술한 내용만으로 수입안정보험의 불안정성을 감지했을 것이다. 농업정책의 판도를 흔드는 대형 정책인데 시스템이 미비해 임시방편으로 운영하고, 10년 동안 시범사업으로 시늉만 내던 수입안정보험의 예산을 일거에 25배(81억→2078억원)나 늘렸다. 불과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부가 핵심 농업정책으로 홍보하던 채소가격안정제는 뒤안으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는 농민단체와 야권에서 비판을 집중하고 있는 사안이다. 직불제 이외에 농가소득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야권이 지난해부터 ‘쌀 자동시장격리제’와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를 밀어붙였지만 정부(대통령)는 아무 대안도 없이 거부권을 행사해 비난을 샀다. 이후 올해 6~7월경부터 수입안정보험을 그 대안으로 본격 거론하기 시작한 것인데, 불과 3개월 뒤인 지난달 27일 정책이 확정되기에 이른다.

6월 19일부터 총 21회, 이례적인 빈도의 민·관·학 회의를 거쳤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회의에 참여한 몇몇 생산자단체는 “여섯 번쯤 수급에 대한 분과회의만 하다 갑자기 전체회의에서 농식품부의 수입보장보험 계획을 처음 들었다”며 정책이 발표된 지금까지도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애당초 이 민·관·학 회의 또한 갑작스런 대형 정책에 최소한의 명분을 담보하기 위한 절차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잡음 끊이지 않는 보험에 농식품부 소득정책 ‘올인’

수입안정보험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은 사실상 유일한 농가소득 정책임에도 그 성격이 ‘보험’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정부가 관리하고 지원한다 한들 본질은 민간회사가 판매하는 상품이다. 오히려 농업분야 보험은 수익성이 없다 보니 농협 외엔 참여하는 보험사가 없어 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농협조차 보험금 지급에 지극히 방어적으로 임하고 있다.

더욱이 보험은 가입자의 선택과 책임을 전제로 하는데, 정부의 개방농정에 기인한 농가소득 문제에 농가의 책임을 묻는다는 건 여전히 첨예한 논쟁거리다. 하물며 피보험자의 과실이 전무한 재해와 폭락에 ‘할증’ 등으로 후속 책임까지 묻는 문제는 농업보험의 최대 모순으로 꼽힌다.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농가가 정책에서 배제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수입안정보험은 재해보험보다 지역별·품목별 차등요율이나 가입제한을 더 많이 두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정부정책의 보조라면 모를까 핵심으로서는 하자가 많은 방식이다.

보험에 ‘올인’한 농업정책의 폐해는 재해보험에서 이미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재해보험 가입률이 조금씩 늘어나면서도 현장의 분노가 점점 거세지는 이유는 재해보험이 정부 재해대책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가입 안 하자니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고, 가입했더니 정책이라 할 만한 수준이 못 되는 것이다.

수입안정보험도 같은 구조다. 공익직불제라는 보조장치가 있긴 하지만 공익직불제는 농가소득 문제에 앞서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을 기본 목표로 삼고 있다. 농작물 자체에 대한 신뢰할 만한 소득보전 장치는 결여돼 있었고 이것이 농민단체와 야권이 최저가격보장제를 요구한 이유였다. 결국은 국가 책임 중심의 최저가격보장제가 아니라 농가 책임 중심의 수입안정보험이 소득정책의 기둥이 된 것이다.

농식품부는 수입안정보험과 공익직불제로 구성된 이 새로운 소득정책에 ‘한국형 농업인 소득·경영 안전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름에 구태여 ‘한국형’이라는 표현을 붙인 건 외국(대표적으로 미국) 정책을 참고했으면서도 외국 정책과는 차별점이 있기 때문이다.

차별점은 공익직불제다. 미국 소득정책은 수입보험 발동 이전에 가격손실보전제(PLC)와 수입손실보전제(ARC) 등 구체적인 농가 손실보전 장치를 마련해 여러 제도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했지만, ‘한국형’ 소득정책은 수입보장보험과 공익직불제라는 독립된 두 제도를 별도 운영하면서 정책 사각을 양산하고 있다. 이 또한 공익직불제 중심의 기존 정책 틀을 졸속 선회하면서 빚어진 결과라 의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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