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농업 기계화 속도 높이려면
높은 경사도 등 기반 정비 시급
재배법 표준화 풀어야할 숙제
전과정 고려한 정책 설계해야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4. 9. 30
쌀 과잉생산 문제가 반복되는 원인 중 하나로 ‘더딘 밭농업 기계화’가 꼽힌다. 고령화, 농가 인구 감소 속에서 농민들이 기계화율이 높은 논농사에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벼농사 기계율은 2022년 기준 99.3%에 달하지만 밭농사 기계화율은 63.3%에 그친다. 현장에서는 이마저도 부풀린 수치라는 의견이 나온다. 밭농사에서 핵심적인 작업은 손이 많이 가는 ‘파종·아주심기(정식)’ ‘수확’이지만, 기계화율이 각각 12.6%, 32.4%에 불과하다. 경운·정지(99.8%)같이 논농사를 통해 이미 기계화가 진척된 작업까지 포함돼 현장에서 느끼는 핵심 작업의 기계화 속도는 더 더디다는 주장이다. 작목별로 살피면 배추·고추의 파종·아주심기, 수확 기계화율은 모두 0%에 머물러 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밭농사는 벼농사보다 많은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도 기계화율이 저조하다”며 “농업 인력 감소세를 고려하면 파종·아주심기, 수확 등 필수 분야의 농작업 기계화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과제로 언급되는 것이 기반 정비다. 좁은 진입로, 높은 경사도, 적은 경지 면적이 배경에 있다. 기계를 개발해도 이용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아 밭 기반 정비는 기계화를 촉진할 선결 과업으로 자리한다. 하지만 2020년 밭 기반 정비 사업 주체가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된 후 사업규모는 되레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업생산기반정비통계연보’에 따르면 밭 기반 정비 사업비는 2019년 343억2862만원에서 2022년 249억513만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대상 면적도 1597㏊에서 861㏊로 축소됐다.
재배방법 표준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하유신 경북대학교 밭농업기계개발연구센터장은 “기존에는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재배가 이뤄지다보니 두둑 폭이 트랙터가 진입하기 어렵게 설계된 경우가 많다”며 “기계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표준 재배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반 정비, 재배 과정 표준화 등 재배부터 유통 과정을 아울러 정책을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례로 마늘은 깐마늘, 다진 마늘 수요가 높아 기계 공정 과정에서 줄기를 절단하는 게 효율적이지만 일부 유통업체에서는 줄기가 있는 상품만 제값을 지급하는 문제가 있다. 하 센터장은 “마늘은 비닐 멀칭을 하면 기계화가 어려워 경남 창녕 등에서는 무멀칭을 시도하고 있지만, 농업재해보험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황”이라며 “재배부터 유통까지 과정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이런 연결고리를 고려해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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