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농업기술원 서부농업기술센터가 최근 개최한 ‘마늘 파종기계 운용 교육과 파종 연시’ 행사에서 농민들이 마늘 파종기계를 살펴보고 있다. 제주도
제주지역 재배면적 크게 줄어
값하락 등 여파로 타작물 전환
농기계 작업땐 생산·효율 높여
지역환경에 맞는 기술개발 시급
농민신문 제주·서귀포=심재웅 기자 2024. 9. 29
“하루빨리 기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주 마늘 산업이 수년 내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밭작물 기계화를 더이상 미루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제주에서는 최근 마늘 재배량이 급감하면서 생산기반 붕괴에 대한 위기감까지 감지된다.
기계화 관련 논의는 십수년간 진행된 해묵은 의제지만 더딘 농기계 개발과 소극적인 농가 참여로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러는 와중에 이상기후에 따른 품질 저하와 소비 부진으로 경영이 악화해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급증하자 기계화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서 마늘을 재배하는 김대승씨(75)는 재배규모를 2만3140㎡(7000평)에서 6611㎡(2000평)로 줄이고 나머지 땅에는 무를 심었다. 김씨는 “고생해서 마늘을 생산해봐야 남는 게 없으니 농사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기계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제주지역 마늘 재배면적은 1135㏊로 4년 전인 2020년 2122㏊의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제주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마늘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추세는 뚜렷하다. 같은 기간 전국의 마늘 재배면적은 2만5372㏊에서 2만3290㏊로 9% 감소했다.
농작업에 기계를 도입한 농가들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기계화 논의에 불을 붙인 계기가 됐다.
올해 처음 기계를 활용해 마늘을 파종한 김명철씨(49·한경면 고산리)는 “치솟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기계 파종을 결단했다”며 “기계 작업은 인력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고, 능률이 족히 10배는 뛰어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기계화로 마늘 재배면적 감소세를 안정화하면 다른 채소류 수급 조절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늘을 재배하던 농가가 다른 작물로 전환하면 해당 품목의 공급과잉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정훈 제주고산농협 상무는 “마늘 가격 하락으로 손해를 보고 양배추·무·양파 등으로 돌아선 농가가 매우 많다”며 “기계화로 이들의 이탈을 막아야 채소류 공급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지역 농업 환경에 맞는 농기계 개발이나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농가 의식 변화 등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상무는 “기계가 사람보다 파종 간격이 넓고 정교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어 기술 보완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토질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고, 과감한 지원책을 펼치는 등 농민 참여를 유인할 요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대승씨도 “기계 조작이 복잡해 도입을 꺼리는 농민이 상당수”라며 “사용 난이도를 낮추면서 정확도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상철 제주도농업기술원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업기계화팀장은 “제각각이던 농기계 규격을 통일하는 등 현장에서 기계를 도입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기계화로 경영이 개선되는 사례가 늘면 앞으로 많은 농가가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