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감자연구소와 농촌진흥청이 9월 24일 가락시장 유통인들을 대상으로 감자 신품종 ‘풍농’에 대한 평가회를 열었다. (아래) 아래부터 크기가 큰 순으로 선별된 ‘풍농’ 감자.
강원도 감자 신품종 ‘풍농’, ''수미'' 대항마 될 수 있을까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4. 9. 27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감자연구소가 자체 육성한 감자 신품종 ‘풍농’이 가락시장 유통인들 앞에 선을 보이며 상품화 가능성을 모색했다. 9월 24일 오후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농촌진흥청과 강원도농업기술원이 함께 진행한 ‘신품종 감자 풍농 시장성 평가회’에 참여한 유통인들은 기후변화 등 재해에 견디는 내재해성이 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품종 특성에 대해 주목하면서 가공 편의성이 우수한 만큼 식자재용 수요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 감자연구소 육성 ‘풍농’ 기후변화에 강하고 생산성 우수…손질·가공 편의성도
감자 품종 중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이 미국에서 들여온 ‘수미’ 품종인데, 1978년 국내 보급 이후 국내 감자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이 수미 품종과 많이 비교되는 것이 2000년 국내 업체인 ‘오리온’이 칩 가공용으로 개발한 품종 ‘두백’이다. 품종 다변화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단오·통일·조풍 등 신품종 비중도 늘고 있는데, 아직까지 가락시장에서는 수미와 두백, 이 두 품종 위주로 유통되는 상황이다. 수미가 수분이 많은 점질감자라면 두백은 수분이 적은 분질감자로 분류되고, 숙기에서도 수미는 조생종, 두백은 중생종으로 각각의 특색을 갖췄다.
이번 평가회에 선보인 풍농은 수미를 대체하기 위해 강원도농업기술원 감자연구소가 오랜 기간 공들여 육성한 신품종이다. 2007년 ‘대서’와 ‘금서’를 인공교배한 것을 시작으로 2013~2015년 지역적응시험, 2016년 품종보호 출원, 2018년 품종보호 등록에 이어 올해 시범사업 2개소(원주·삼척, 4ha), 재배단지 4개소(정선·영월 등, 16ha)에서 80톤 이상 수확을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농가 보급을 앞두고 있다.
풍농의 경우 수미와 두백보다 기후변화에 강하고 생산성이 우수하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수미와 비슷한 맛을 띠는 점질형이지만, 생산량은 30% 이상 더 많은 다수확성이다. ‘풍농’이라는 이름도 수량성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지었다.
평가회에서 풍농 특성을 소개한 송윤호 강원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올해 시범사업을 진행한 원주·삼척의 실증농가 조사자료를 보면 수미는 수확량의 70% 비중이 50~100g, 100~150g, 150~200g 구간인데 풍농은 150~200g, 200~280g, 280g 이상 구간의 물량이 이에 해당돼 풍농이 수미보다는 수확량이 많고 과 크기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외관상으로도 풍농은 눈 깊이가 얕아 손질·가공 편의성이 좋고, 과 크기가 큰 데다 길쭉한 타원형이어서 ‘동글동글’한 외형의 수미·두백과는 한눈에 구별된다. 조생종인 수미보다 저장성이 더 뛰어나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송윤호 연구사는 “온라인을 통한 소비자테스트와 실증농가의 반응에서도 장기 저장성이 우수하고 당도가 높아 맛이 좋다는 반응이었고, 점질에 수량성이 높아 식자재, 부식용 등으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큰 감자가 많은데도 중심공동(구멍)이 거의 없어 상품성도 좋다는 호평을 받아 고무적”이라고 했다.
# 가락시장 유통인 평가는 모양·식감 등 ‘호불호’ …‘식자재용 수요 공략’이 유리
외관 및 시식 평가 등에 참여한 가락시장 경매사, 중도매인들은 풍농이 기존 품종과는 다른 외형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부터 맛, 유통 및 시장 접근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외형적으로 눈이 얕아 손질 및 가공이 용이하다는 점이 주목을 끌었다. 다만 기존 품종과 달리 길쭉한 타원형 모양이라는 부분과 점질형 식감 등으로 소비자 선호도가 갈릴 수 있다고 봤다. 단기적으로, 가정소비보다는 식자재용 수요를 공략하는 것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많았다.
김부용 동화청과 경매사는 “농산물은 구매하기 전에 눈으로 먼저 소비되는 경향이 많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감자는 둥근 모양이다. 표피 색깔도 매끄럽고 밝은 감자를 선호한다. 이 때문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역시 이런 스펙을 선호하고 있어 대형 유통채널에 진입하는 것은 단기간 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감자 크기가 크고 눈이 얕아 가공이나 식자재용으로는 활용도가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이용호 한국청과 경매사도 “소비 트렌드는 분질감자를 더 선호하는 추세다. 하지만 풍농은 점질감자라서 가정에서 쪄먹는 용도보다는 식자재업체가 반찬용으로 사용하는 쪽이 더 나을 것 같고, 튀겼을 때 색깔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회오리감자 등 튀김용 가공 수요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찐 풍농 감자를 시식해보니 수분이 많아 쫀득쫀득한 식감인데, 생소한 맛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인상적이어서 맛이 괜찮은 것 같다. 점질감자라고 하지만, 소비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통 과정에서 선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문도 있었다. 한 경매사는 “기존 품종과 달리 길쭉한 타원형이기 때문에 향후 생산을 확대하려면 출하 과정에서 선별기 사용 등의 애로점이 있을 수 있어 이 부분을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했고, 평가회에 참석한 중도매인은 “도매시장 출하 시 길이나 크기가 비슷한 것들이 각각 따로 선별돼 있어야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긴 모양과 둥근 모양이 섞여 출하할 경우 중도매인 선호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도 유념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평가회에서는 품종 특성을 적극 홍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이름을 별도로 고민하거나 소비용 레시피 발굴, 출하 박스 등을 활용한 홍보 전략 등으로 차별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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