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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부의 ‘선제적 수급관리체계’, 결국엔 책임 돌리기?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9-27 조회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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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5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자조금단체와 지자체 및 농협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정책설명회를 개최했다.




          구성·기능 대폭 강화한 ‘주산지협의체’, 수급 의사결정 기구로

          가격·수량성 변동, 수입안정보험 ‘확대’로 보장하겠다는 구상

          정부선 ‘다층적 수급 안정’ 내걸었지만 생산자 반응은 ‘냉랭’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4. 9. 26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제적 수급관리체계’ 구축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산지 폐기 등 사후 대책 중심이던 그동안의 수급정책이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고 현장의 만족도 또한 좋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인데, 선제적 수급관리체계의 골자가 ‘구성과 기능을 대폭 강화한 주산지협의체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직접 수급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리고 정부가 재정적·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내용인 만큼 일각에선 수급에 대한 정부 의무를 내버리고 책임을 현장에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25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자조금단체와 지자체 및 농협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정책설명회를 개최했다. 정책설명회에선 선제적 수급관리체계 구축 방향 및 배경에 대한 발표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농산 자조금법’ 제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강혜영 유통정책과장은 앞선 정책을 만들게 된 계기와 그간의 경과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강혜영 과장은 “지난 6월 19일 ‘한국형 소득 안전망 구축을 위한 협의체’를 출범한 뒤 총괄기획반, 원예반, 축산반, 식량반 등 4개의 실무반이 18번에 걸쳐 회의했다. 원예반에서는 생산자단체 및 농협, 학계 전문가 등과 함께 6회 정도 토론했고 그 결과 계획을 수립해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에 있다”며 “급변한 기후 탓에 과잉생산을 걱정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과소생산을 걱정하게 됐고, 이에 따라 농산물 가격과 생산량이 큰 변동성을 보이며 농민 소득 또한 그만큼 불안정한 실정이다. 그동안 상황이 발생한 뒤 수습하는 형태의 수급정책이 최근의 기후변화 시기에도 맞는 답인지 고민하게 됐고, 정부 중심의 수급정책이 과연 시기적절하게 현장에 적용돼 농민들이 이를 체감할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해 수급정책의 방향을 바꾸게 됐다”고 전했다.

덧붙여 정성수 사무관은 △정부 주도의 수급 의사결정으로 수급 불안 상황에 적기 대응이 곤란한 점 △생산자단체가 자율적으로 수급을 관리할 역량이 부족한 점 △정부가 추진하는 수급 관련 정책의 실효성이 미흡한 점 등을 현 수급관리 정책의 문제점으로 재차 지적한 뒤 정부가 마련한 선제적 수급관리체계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정성수 사무관 발표에 따르면 정부의 선제적 수급관리체계는 △자조금법 개정을 통해 수급관리 생산자 주체인 자조금단체에 수급관리의 권한과 수단을 부여하고 △이를 토대로 품목별 주산지협의체 기능을 기존 채소가격안정제 사업 심의에서 지역단위 수급 관리 의사결정 중심으로 강화해 정부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주산지협의체에서 결정한 수급관리사업의 전담 실행조직으로 (광역)수급관리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급관리 품목의 자조금단체 대상 국고 매칭 비율을 확대하는 등 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자조금이 조성되지 않은 품목은 지역 집중도가 높고 수급관리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지역자조금 제도를 도입해 생산자를 조직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그간 현장에서 지적해 왔던 수급 가이드라인의 기준가격을 가격 폭락·급등 시를 제외한 방식으로 산정할 계획이다.

기존 채소가격안정제의 가격 차 보전 기능을 수입안정보험으로 단계적으로 이관하고, 남아 있는 수급조절 기능은 수급안정사업으로 확대 운영하겠다는 구상인데, 결론적으로 주산지협의체에서 수급 의사결정을 내린 뒤 이를 수급안정사업으로 실행하는 체계가 된다. 이에 따라 수급안정사업은 국민 식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12개 품목(무·배추·마늘·양파·건고추·대파·사과·배·복숭아·포도·단감·감귤, 추후 수입안정보험 도입 품목인 총 21개로 확대될 예정)을 중심으로 파종 전과 생육기, 출하기로 나눠 이뤄질 전망이다.

이어 농산 자조금법 제정에 대한 설명 이후로는 질의응답이 이뤄졌는데, 각 자조금단체 관계자 등은 품목별 상황을 토로하며 주장을 펼쳤다. 자조금법 세부사항에 대한 질문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 가운데, 현행 자조금 평가 체계의 불합리함과 정부 예산이 연말에서야 지급돼 사업에 차질이 있다는 질타가 잇따랐고 (사)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 관계자는 내년도 자조금 관련 예산이 ‘동결’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바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발표대로 지역 자조금까지 도입되면 사실상 기존 자조금의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내비쳤다.

정부가 내놓은 선제적 수급관리체계 자체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존재했다.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은 “올해 초 채소가격안정제사업에 주력해 연내 농산물 생산비 및 가격 보장을 이루겠다는 정책 방향을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동안의 정책이 잘못됐다며 선제적 수급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정부가 이해 가지 않는다. 또 선제적 수급관리체계 구축의 배경으로 생산자단체 역량 부족을 꼽았는데 마늘·양파 주산지협의체는 올해 첫 사업을 시작했으며, 오히려 이번 정부 발표로 주산지협의체의 과제가 사실상 멈추게 됐다”고 일갈했다.

이어 김 회장은 정부가 말한 현장 중심의 수급정책을 위해 주산지협의체의 역할이 굉장히 커지는데 협의체를 구성 중인 (광역)지자체와 농협 등이 과연 이 사안을 받아안을 만큼 준비가 돼 있는지 이를 제대로 확인했는지에 대해 따져 물었으며 품목별 자조금단체의 상황이 크게 다른 점, 당장 내년부터 대폭 확대하겠다는 수입안정보험에 대한 현장 불안이 벌써부터 확산되고 있다는 점, 현장의 준비가 미흡할 경우 피해는 결국 농민에게 갈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 역시 “지난 2019년 양파협회 출범 이후부터 올해까지 정부는 수급관리에 실패했다. 수급관리의 책임은 정부에 있는데, 오늘 발표를 들어보면 결국 수급관리의 책임을 주산지협의체에 떠넘기는 것밖에 안 된다. 정부가 못한 걸 주산지협의체에서 하라는 것이냐”며 “지금 가격 보장 같은 경우 수입안정보험 확대라는 달콤한 말로 포장하고 있는데, 오늘 설명에서 세부적인 내용이 하나도 안 나왔다. 정부 수급관리가 농가 소득 안정을 목표로 하는 만큼 생산비가 보장되는 기준가격은 얼마로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것도 다음 기회에 꼭 설명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강혜영 유통정책과장은 “정부가 수급관리를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고 항상 늦다 보니 수급관리체계를 현장에서 조금 더 발 빠르게 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얘기다.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어차피 생산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니 변화를 모색해보자는 의도며 보험 등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다층적 수급관리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라며 “오늘 설명회가 처음이고, 앞으로 품목별로 설명회를 추가로 계획 중이다. 품목별 특성에 맞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수입안정보험을 포함해 수급관리체계에 대한 현장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정책설명회에 참석한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각 자조금단체별 규모와 상황이 모두 다른데, 각 단체들과 먼저 의견을 나누지도 않고 정책설명회를 개최해 결과적으로 자조금단체가 각자 처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건의사항을 개진하는 자리가 됐다는 점이 안타깝다. 정책간담회 전에 각 자조금단체와의 간담회를 통해 품목별로 세밀하고 촘촘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거기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발표했어야 한다”며 정부 설명회에 대해 불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자조금 무임승차 예방 등에 대한 정부의 계획, 정부의 갑작스러운 수입안정보험 확대 계획 및 수급관리 의사결정 구조 개편 등에 대한 현장 혼란과 미비 등 여러 논란을 뒤로 한 채 정부가 앞으로 확립해 나갈 선제적 수급관리체계에 농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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