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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의 시선] 농업수입안정보험, 농가 경영안정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9-25	조회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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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1일 국민의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이 주최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관한 토론회에서 윤원습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관이 한국형 농업인 소득·경영 안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야당 공세에 급하게 내민 카드…급조하다 보니 곳곳 ‘허점’

           ‘농산물가격안정제’ 반대하며 10년 시범사업 갑자기 확대

           개별 농가수입 파악 기반 없고 대상품목 제한 형평성 논란

           중소·복합농 다수 소외 우려도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 기자  2024. 9. 24

지난 9월 11일 국민의 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이 주최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관한 토론회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농업수입안정보험’의 윤곽이 공개됐다.

수입안정보험은 민주당이 양곡법, 농안법 개정을 통해 도입하려는 농산물가격안정제에 대해 정부·여당이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대안으로 내놓은 카드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가 제시한 수입안정보험은 경영안전망으로 충분한가? 야당의 가격안정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대안으로 제시할 만한 방안인가?

▲ 수입안정보험, 의미 있는 대안 될 수 있을까?

야당의 가격안정제는 주요 농산물에 대해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시장가격이 이보다 낮으면 차액의 일정비율을 보전하는 직불방식의 제도이다. 반면 수입안정보험은 농민의 자기책임을 전제로 보험에 가입, 기준 수입 이하로 수입이 떨어지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형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방향’을 소개하고, 내년부터 품목별 수입안정보험을 전면 도입하되, 현재 시범사업 중인 9개 품목은 전국으로 확대하고, 6개 품목은 시범 도입한다고 밝혔다.

수입안정보험은 자연재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 가격 하락에 따른 품목별 수입 감소를 보상하는 정책보험이다. 보험기간의 수입이 기준수입의 60~85% 밑으로 하락 시 하락분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데, 보장 수준은 농가가 보험 가입시 선택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대상 면적을 품목별 재배면적의 1% 수준에서 최대 25% 수준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농정의 취약한 경영안정장치를 감안하면 정부가 수입안정보험을 전면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수입안정보험은 농가의 경영위험을 다 커버하지 못할 뿐 더러 야당이 제시한 가격안정제를 배척하고 유일한 대안으로 내세우기엔 허점이 많다.

▲ 10년간 시범사업, 본 사업 문제 없나?

우선 정부의 수입안정보험은 2015년 ‘수입보장보험’이란 이름으로 지난 10년간 시범사업만 추진돼 왔던 사업으로, 이를 갑자기 확대하는 내용이어서 졸속 추진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수입보장보험의 본사업화가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보험 가입 금액과 보험금 산출의 근거인 개별 농가의 수입 자료를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손해율이 높은 것도 보험 확대의 발목을 잡았다.

실제 정부는 수입보장보험 예산을 2015년 32억 원에서 2020년 53억 원으로 늘렸다 2021년부터 3년간 25억원으로 축소했다.  이렇게 반토막이 났던 예산은 지난해 양곡법 거부권 이후 올해 81억 원으로 늘었고, 내년 예산안에는 2078억 원이 반영됐다.

정부는 이것이 품목단위 수입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므로, 농가의 전체 수입이 아닌, 품목별 수확량만 파악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수확량은 보험사에서 손해평가인력을 통해 전수조사로 파악하는데, 향후 농가 신고-2단계 검증(농금원· 보험사) 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지는 의문이다. 농정전문가인 A 박사는 “수입안정보험은 농가 수확량·소득 파악 등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그동안 농식품부도 본사업 도입에 소극적이었고 향후 도입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수확량 파악을 위한 신고, 검증의 2단계 체계는 2026년 이후에나 도입한다고 하는데, 그럼 검증 체계도 구축하지 않고 본 사업에 들어간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중소농이 많은 우리 농업구조를 고려, 국가가 제공하는 기본 안전망을 먼저 갖추고, 보험제도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채소가격안정제 폐지 논란 일자 ‘예산 축소’로 대응

정부가 수입안정보험을 추진하면서 또 하나 불거진 문제는 그동안 확대한다고 했던 채소가격안정제를 폐지 내지 축소하는 움직임이다. 채소가격안정제 확대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가입물량을 2021년 16%에서 2027년 35%로 확대한다고 돼 있고, 올 3월4일 업무계획을 통해서도 채소가격안정제 확대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뒤인 지난 7월 갑자기 채소가격안정제가 수입안정보험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폐지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졸속 추진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이에 정부는 채소가격안정제는 내년도에도 그대로 추진되며, 예산도 요구했다고 설명하고, 채소가격안정제의 수급조절기능은 유지하되, 농가수입안정기능은 수입안정보험에 단계적으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도 채소가격안정제 예산은 올해 555억원에서 211억원으로 절반 이상이 삭감됐다. 기존의 채소가격안정제가 있으므로 야당의 농산물가격안정제는 필요 없다고 하던 정부가 갑자기 채소가격안정제를 폐지·축소로 몰고 간 것이다.

▲ 다수 농가 제외, 농작물재해보험 보다 나은 게 없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실효성, 즉, 과연 수입안정보험이 농가 경영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가이다. 정부는 수입안정보험의 ‘전면 도입’이라고 하지만, 여기엔 어폐가 있다. 15개 품목 중 전국으로 확대하는 품목은 마늘·양파·포도 등 9개 품목이고, 벼·가을배추·가을무 등 6개 품목은 시범사업으로 일부 지역만 대상으로 한다.

15개 품목을 제외한 대다수 품목은 보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부 품목에서 가입률을 최대 25%까지 높여 잡는다 해도 나머지 75%는 사각지대로 남는다. 다수 품목과 다수 면적이 제외되는 제도에 전면 도입이란 표현은 어불성설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수입안정보험의 기준수입 산정은 농작물보험의 평년 수확량, 기준가격(평균가격)과 유사한 방식인데, 이 방식대로 하면 기존 농작물재해보험처럼 농가가 당하는 피해에 비해 받는 보험금이 크게 미달하는 문제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농민들의 부담이 과도한 것도 문제다. B 박사는 “이 제도는 농가의 자기책임부분을 20-40%로 계획하고 있는데 농민 부담비율이 너무 과도하다”면서 “농산물가격의 불안정은 기후, 수입농산물, 정부 정책 등 외부요인에 의해 좌우되는데 수입보험은 농민에게 높은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 자기책임부분이 보험사의 방식으로 책정된다면 결국 보험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제시된 내용을 보면 농민 입장에서 수입안정보험은 대상품목, 보험료, 보험금 등 여러 측면에서 기존 농작물재해보험보다 못한 제도이고, 이 때문에 확대 시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무자조금 납부, 경작신고 등 수급관리 정책에 적극 참여하는 농민을 대상으로 보험료 지원, 계약재배시 85% 보장 등 유인을 제공하는 등 수급과 연계한다는 방침에도 문제제기가 이어진다.

B 박사는 “정부정책에 잘 따르는 농민에게 보험료를 지원해주겠다는 것은 또 다시 보조금으로 농민을 줄 세우려는 처사”라면서 “특히 수입안정보험은 주산지 중심으로 수급안정사업과 연계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농가의 선택권 제약, 인센티브를 받는 농민과 그렇지 못한 농민, 타 지역 농민과의 차별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 미국은 수입안정보험만 있는 게 아니다

정부가 미국과 일본은 수입보험이 경영안전망의 중심이라고 주장하면서 내놓은 대안이 달랑 수입안정보험 하나라는 것도 문제다. 미국의 경우 수입보험뿐 아니라 △가격손실보전(PLC)△수입손실보전(ARC) △작물보험 △대재해보험(CAT) 등 다양하고 중층적인 제도로 경영안전망을 구성하고 있다.

이 중 품목별 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아지면 그 차액을 보전하는 PLC와 품목별 또는 농가별 수입이 감소시 수입액을 보전하는 ARC는 일종의 직불방식이다. 정책 대상 품목은 콩, 옥수수, 참깨 등 23개 품목이다.

농가는 PLC와 ARC 둘 중 하나만 선택 가입한다. 또한 미국은 PLC를 선택한 농가는 추가보상보험(SCO)에 가입, 수량 감소로 인한 손실도 보상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손실률이 14%를 넘으면 ARC와 SCO가 발동되고, 25%를 넘으면 수입보험이 적용되며, 손실률이 50%를 넘으면 대재해보험(CAT)이 발동된다. 결국 손실률 14%의 경미한 손실부터 50% 이상인 중대한 손실까지 모든 위험에 대한 완충기능이 작동한다.(GS&J 인스티튜트)

민주당이 제시한 가격안정제는 미국의 PLC와, 정부가 제시한 수입안정보험은 미국의 수입보험과 유사성이 있는데, 미국의 제도는 어느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제도가 중층적으로 위험에 대비하게 돼 있다.

“수입안정보험 하나만 가지고는 미흡하죠. 농가가 보험에 의존하는 사람도 있고, 보험에 의존 안하는 사람도 있고, 보험 가입이 안 되는 사람도 있고, 품목별 규모별로 사정이 다르잖아요.”

농업경제학자인 C 교수는 야당의 가격안정제, 정부의 수입안정보험은 서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것이며, 어느 하나만이 아니라 다층적인 안전망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목표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보상해주는 PLC 같은 일종의 직불제도, 수입보험, 작물보험이 있고, NAP이라고 하는 비보험작물 재해지원도 있어요. 이런 것들이 서로 보완하면서 촘촘하게 다층적으로 안전망을 구성하는 건데, 우리 정부는 수입안정보험만 얘기하잖아요.”

사실 보험방식은 소농, 복합농 보다는 전업농과 대농에 적합한 방식이다. 중소농은 매출규모도 적고, 보험료에 대한 부담도 있기 때문에 소득신고와 장부 정리에 노력을 들여가며 보험을 가입할 여력이 부족하다.

이것은 그동안 수입안정보험이 정착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농가 형편을 고려, 평균적인 대책으로 수입 감소의 일부를 직접지불로 보전하는 제도가 별도로 필요한 것이다.

올해도 유례 없는 폭염 속에서 기후위기와 농산물 가격 불안정은 심화되고, 농가는 점점 더 경영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여·야는 각자의 입장만 내세우면서 서로 입맛에 맞는 인물을 따로 불러 농민 간, 전문가 간 갈라치기를 할 것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제대로 된 위험완충제도, 경영안정장치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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