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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유례없는 폭염탓 벼멸구 기승…추수 앞두고 농가 한숨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9-22 조회 1243
첨부파일 20240920500613.jpg
* 충남 서천군 한산면 벼농가 박우철씨가 부인과 함께 벼멸구 방제를 위한 분제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다. 바람에 날리는 살충제 입자가 체내에 들어갈 수 있어 위험한 건강에 위협이 된다.



         피해 현장에 가보니 

         벼 누렇게 변하면서 말라죽어

         수확 2~3주전…방제 큰 애로

         충청도·전라도·경남까지 확산

         전남도 "재해인정 복구지원을"



                                                         농민신문  서천=서륜, 보성=장재혁 기자, 전국종합  2024. 9. 22



 “일주일 전부터 벼가 누렇게 마르기 시작하더니 걷잡을 수 없이 퍼졌어요. 수확하기까지 2∼3주밖에 남지 않아 적극적으로 방제하기도 어렵습니다.”

19일 전남 보성군 보성읍 옥암리 일대 들녁에선 수확을 코앞에 두고 누렇게 말라버린 벼 때문에 농민들이 한숨을 쉬고 있었다. 수확기를 눈앞에 둔 9월 중순이지만 낮 최고기온이 35℃에 달하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벼멸구 피해가 확산된 것이다.

60년 넘게 쌀농사를 짓고 있는 선찬규씨(81)는 “이렇게 심한 벼멸구 피해는 처음”이라며 “절반 가까이 벼가 누렇게 변하고 주저앉아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곳뿐 아니다. 장흥·해남 등 전남은 물론 충북·충남·전북·경남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벼멸구가 급증했다. 들녘 곳곳에서 벼들이 말라죽어 주저앉으면서 여기저기 땜빵이 난 듯 보이는 곳이 적지 않았다.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은 전남이다. 전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19일 기준 전남지역 전체 벼 재배면적 14만7715㏊ 가운데 7.3%에 달하는 1만776㏊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벼멸구 피해면적 175㏊보다 61배가량 늘었고, 최근 5년간 평균 벼멸구 피해면적 3876㏊보다 3배 가까이 크다.

특히 보성은 전체 재배면적 7953㏊ 중 3182㏊에서 벼멸구가 발생해 피해규모가 40%에 달할 만큼 심각했다. 장흥은 1734㏊, 화순은 1318㏊, 해남은 1146㏊에서 피해가 보고됐다.

전북에서는 임실이 1914㏊ 등 총 2707㏊에서 벼멸구 피해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은 서천 530㏊, 태안 150㏊ 등 총 1283㏊가 피해를 봤다. 경남에서는 20일 기준 하동군(700㏊)·사천시(350㏊) 등 7개 시·군의 논 1475㏊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충북도 보은을 중심으로 일부 피해가 확인됐다.

전남도농기원 관계자는 “올해는 계속되는 고온으로 해충의 세대교체 주기가 4일 정도 단축돼 평년에 비해 한 세대가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벼멸구가 다량으로 증식했고 추석 연휴에도 고온이 지속되면서 소멸하지 않아 피해가 확산됐다”며 “수확 시기까지 피해면적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수확을 앞둔 시기여서 발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피해가 더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농기원·전남농협본부와 공동으로 농약 공급, 방제 지도, 약제 구입비 지원 등에 나서는 한편 방제비 32억원을 지급한다.

문제는 방제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벼 생육이 많이 진행된 현 단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제법은 볏대 아랫부분까지 약제가 들어갈 수 있는 분제 제형의 살충제(등록약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제 살충제는 드론으로는 살포할 수 없는 데다 최소 2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수확기를 앞두고 있어 잔류 농약이 검출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은 “수확을 2주 정도 앞두고는 잔류 농약이 검출될 수 있어 약제를 치지 않는다”며 “20일부턴 비까지 내려 작업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난감해했다.

무엇보다 분제이다보니 바람에 쉽게 날려 살포 작업을 하는 농민들이 흡입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게다가 분제 살충제는 벼에 이슬이 앉아 있는 오전에는 사용하지 못하고 무더운 한낮에 살포해야 해 농민들이 온열질환에 노출될 위험도 적지 않다.

분제 살충제를 어렵사리 뿌린다 해도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방제 비용이 예년에 비해 급격히 올라 농가수익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9.91㏊(3만평)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박우철씨(73·충남 서천군 한산면 마양리)는 “최근 액체 살충제를 살포했는데 효과가 거의 없어 할 수 없이 분제를 추가로 사용했다”며 “3966㎡(1200평) 기준으로 농약 값만 5만4000원이 들었고 100만원짜리 분제 살포기도 구입해 이래저래 지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벌써 6번째 방제를 해서 비용이 예년에 비해 3배는 더 많이 들어갔다”며 “쌀값까지 계속 떨어지고 수확량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올해 벼를 팔아 돈을 벌기는 이미 틀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기적으로는 이상기후와 기후변화 등을 고려해 약제를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천 한산농협 관계자는 “올해 지자체와 협력해 공동방제를 3번이나 시행했는데 벼멸구 살충제 성분도 들어 있었고, 마지막 방제 때는 추가로 살충제를 넣었지만 벼멸구 발생을 막지 못했다”며 “벼멸구가 기존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건 아닌지 국내 농약회사가 심각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벼멸구 확산 방지를 위해 각 도농기원과 협력해 방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는 19일 벼멸구 확산 원인이 폭염이므로 ‘농업재해대책법’ 등에 따라 재해로 인정하고 피해 조사에 따라 복구비를 지원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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