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채소류값 폭락 어쩌나
햇물량 시세에 찬물…밭떼기 ‘꽁꽁’
봄배추 4월 중순 본격출하…겨울배추와 겹쳐 혼란
양파 재고많은데 햇품 곧 나와 …수집상 발길 끊겨
제철 맞은 참외도 출하량 늘어 열흘새 2만원 급락
현재 출하 중인 대부분의 채소류값이 바닥세를 보이면서 봄철 출하가 집중되는 햇물량에도 좋지 않은 여파가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봄배추와 양파·마늘 등 일부 산지에선 수확의 기쁨을 맛보기도 전에 밭떼기거래 실종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참외와 수박 등 제철 과실류 산지들도 출하 초반 가격 하락의 고통으로 풍년의 역설을 벌써부터 체감하고 있다.
주요 산지 수집상들은 겨울배추 물량을 현재 15만t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6월까지 겨울배추 저장물량이 시중에 유통될 것이란 시각이 많은 이유다. 이런 가운데 봄배추인 하우스배추가 4월15일께부터 본격 출하될 전망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겨울배추와 봄배추가 동반 출하될 4월 중순 이후 시장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실제로 충남 예산지역의 경우 3일 현재 밭떼기거래가 얼어붙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엔 하우스 한동당 3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됐지만 올해엔 150만원 전후까지 내려갔고, 밭떼기 성사율도 예년의 30% 수준에 머문다는 게 현지 농가들의 얘기다.
양파 주산지들도 고통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 조대권 경남 창녕 영산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농가들로부터 수매한 저장 양파가 아직도 창고에 가득하지만 그동안 시세가 없어 출하를 포기하다가 이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3일부터 출하작업을 개시했다”면서 “하우스양파가 4월 초순이면 출하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에 맞물려 저장양파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더욱이 올 양파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5%가량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가격 추가 하락을 우려한 산지 수집상들의 발길이 뚝 끊긴 상태. 이는 일부 주산지농협의 경영기반을 붕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조대권 조합장의 분석이다.
시장 관계자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 대아청과㈜ 오현석 경매사는 “마늘의 경우 지난해산 저장 물량은 현재 3만여t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지난해 마늘 가격이 하락한 데는 2012년산 마늘 재고 1만여t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탓이 컸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올 시장 상황이 얼마나 더 심각할지를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제철을 맞은 참외 주산지도 채소류 시장을 강타한 가격 하락세의 불똥을 맞는 것은 아닌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장기수 경북 성주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예년 이맘때 하루 평균 1200상자(10㎏들이 기준) 정도가 출하되던 것이 올 들어선 2월 말 현재 4000상자 이상이 자체 공판장으로 쏟아지면서 2월 중순 6만5000원 선을 웃돌던 산지 시세가 열흘 새 4만5000원 선으로 급락했다”고 전했다. 날씨 호조로 작황이 좋은 탓도 있지만 채소류 시장에서 알 수 있듯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물량 처리가 원활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한재희·김소영 기자 201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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