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충남 부여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서 작업자들이 무게와 당도에 따라 멜론을 선별하고 있다.
올 예산 86억…지난해 반토막
금액 줄면 가입농가 이탈 우려
“2023년 수준 원상 복구시켜야”
농민신문 부여=서륜 기자 2024. 9. 11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의 핵심은 산지 규모화인데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공동선별비(이하 공선비) 지원을 지금보다 대폭 확대해야 하는 이유죠. 그런데도 기존 지원마저 오히려 줄이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에요.”
10일 찾은 충남 부여농협(조합장 소진담)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멜론 등을 공동으로 선별해 출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여기에는 부여농협 멜론공선출하회(회장 류재훈) 회원 100여명이 참여한다.
이곳에서 만난 회원농가들은 “올해 숱한 자연재해와 급등한 경영비로 어느 해보다 힘들게 농사지었는데 제값을 받을지 모르겠다”며 근심 어린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런데 농가들의 시름을 더 깊게 하는 게 있었다.
바로 공선비의 대폭 삭감이다. 공선비란 농산물 공동선별에 참여하는 농가가 부담하는 비용으로, 정부는 이 중 일부를 지원한다. 2002년 도입돼 올해까지 2078억원(국비 기준)이 지급됐다. APC나 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생산·유통 통합조직 등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을 배정받아 농가 통장에 입금해준다.
공선비는 공동출하를 통한 산지 규모화·조직화, 농산물 유통비용 절감, 물류 효율성 제고, 농산물시장 내 교섭력 확보를 위해 지원된다. 이처럼 중요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관련 예산은 2020년 98억원에서 지난해 172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올해 예산은 느닷없이 86억원으로 줄며 지난해와 견줘 반토막이 났다. 부여군지역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대표 김동수)의 경우 지난해 6억원가량이던 공선비 배정액이 올해 1억2000만원으로 80%가량 곤두박질쳤다. 이는 농가에 지급되는 공선비가 80% 준다는 얘기와 같다.
류재훈 회장은 “공선비 지원액이 농가별로 계산하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인건비와 농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근근이 버티는 농가에겐 도움이 됐다”며 “농가소득과 직결되는 공선비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 올해는 받으나 마나일 거 같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재정당국이 공선비 예산을 급격히 줄인 이유는 공선비 지원을 20년간 이어오면서 지원 목적인 산지 규모화가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생각은 다르다. 농식품부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50%가량은 공동선별을 통해 유통해야 농산물 유통구조가 효율화되고, 농가의 실익도 높아진다고 본다. 현재 이 비율은 30%선에 그친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협경제지주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공선출하회 1535개를 육성하는 게 목표였지만 1380개(유실적 조직수)에 그쳤다. 아직은 공선출하회를 더 많이 육성해야 하고 이 출하회에 농가를 최대한 많이 끌어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소진담 조합장은 “공선비 지원을 줄이면 가입농가가 늘기는커녕 이탈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기껏 만들어 놓은 공선회가 와해될 수도 있다”며 “예산을 삭감할 게 아니라 지금보다 더 많이 늘려야 한다”고 짚었다.
이런 지적이 나오면서 재정당국은 내년 공선비 지원 예산을 129억원으로 올해보다 50% 늘려 편성했다. 하지만 이도 지난해(172억원)에 비하면 25%나 적다.
이동한 부여농협 수박공선출하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공동선별에 참여하는 인력의 인건비는 매년 상승하고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을 심의할 때 공선비 예산을 적어도 지난해 수준으로 원상 복구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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