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과 농림축산식품부는 10일 국회에서 ‘추석 성수품 수급 점검 및 수확기 쌀값과 한우 가격 안정 대책 민당정 협의회’를 개최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왼쪽 여섯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김병진 기자
수확기 수급안정대책
타작물서 벼 회귀 2만㏊ 추정
해당 생산량 10만5000t 격리
쌀 공급과잉문제 해소에 총력
지역별 할당·페널티 부과 검토
농민단체 “서둘러 이행” 촉구
야당·일부 단체 “불충분” 비판
농민신문 하지혜 기자 2024. 9. 11
농림축산식품부가 10일 내놓은 ‘2024년산 쌀 수확기 수급안정대책’의 핵심은 ‘사전격리’다. 그간 추진했던 사후 시장격리 방식에서 벗어나 선제적 수급관리로 초과생산량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 사전격리 최초 시행
정부는 우선 2만㏊의 재배면적에서 생산되는 밥쌀을 사료용 등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시장에서 격리한다. 이미 사료용 등으로 판매 계획이 잡혀 있는 정부 양곡(구곡)과 별개로 추후 수확한 신곡을 사료업체에 바로 판매한다는 것이다. 신곡을 사료용으로 공급함으로써 외국산 사료 수요도 대체할 수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사전격리 재배면적 2만㏊는 벼 회귀면적을 고려해 산정했다. 최명철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올해 쌀 적정 생산 대책 추진을 통해 벼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2만900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만㏊가량만 줄었다”며 “쌀값(상승)에 대한 기대, 영농 편의 등을 이유로 (타작물에서) 벼 재배로 회귀한 면적이 2만㏊ 정도인 것으로 보고 여기서 생산되는 물량을 시장에서 빼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사전격리 물량이 10만5000t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벼 재배면적(69만7714㏊)과 농촌진흥청이 추정한 올해산 쌀 단수(10a당 525㎏)를 적용한 수치다. 산지에선 작황 호조로 올해산 쌀 단수가 역대 최고치(2015년산 10a당 542㎏)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데 반해 추정 단수는 그보다 낮게 책정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상청 예보 등에 따라 9월 등숙기에 일조량 부족, 폭염 등의 영향으로 생육에 변수가 생길 수 있는 점을 감안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추가 격리 계획도 밝혔다. 10월7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올해산 쌀 예상 생산량과 농식품부가 추정한 쌀 수요량을 바탕으로 사전격리 물량 외에 초과생산량이 발생하면 이 역시 격리한다는 것이다. 11월 중순 통계청이 최종 생산량을 발표한 후에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가 대책을 마련한다.
이같은 방침에는 올해산 쌀의 초과생산량이 기존 시장격리 발동 요건을 충족할 것이란 관측이 깔려 있다. ‘양곡관리법’ 시행령과 고시에 따르면 ‘초과생산량(생산량-수요량)’이 생산량 또는 예상 생산량의 3% 이상인 경우에 정부가 초과생산량 범위 내의 물량을 사들여 격리할 수 있다. 단순히 올해 재배면적에 예상 단수를 적용하면 올해 생산량은 366만3000t이다. 초과생산을 우려해 사전격리하는 물량 10만5000t만 해도 생산량의 2.9%를 차지한다.
◆ 벼 재배면적 감축 고삐 죈다
정부는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쌀산업 근본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지역별 감축면적 할당을 검토하고, 벼 재배면적 조정에 참여한 농가에 대한 인센티브(우대 조치)와 미이행 농가에 대한 페널티(제재)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페널티로는 공공비축용 벼 매입물량 배정 제외, 정책자금 지원 배제, 직불금 감액 등이 거론된다. 벼 재배면적 조정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재배면적 신고제 도입도 검토한다. 농식품부는 감축면적 할당과 페널티 부과 등이 민감한 사안인 만큼 생산자단체 등과 협의를 통해 연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고품질 쌀 생산 확대를 목표로 쌀 등급제와 단백질 함량 표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쌀 등급은 싸라기·분상질립(절반 이상이 하얗게 변색된 낟알) 등의 혼입 정도에 따라 ‘특’ ‘상’ ‘보통’ 등급으로 나뉘는데, 쌀 품질 개선 차원에서 혼입 한도 기준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은 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맛이 좋은 만큼 그간 권장해왔던 단백질 함량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단백질 계측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이 필요해 도입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쌀 등급제 강화부터 빨리 추진하려고 한다”고 했다.
◆ 격리 효과 기대…과감한 격리 촉구 목소리도
정부가 수확기 대책을 발표하자 일부 농민단체는 성명과 논평을 통해 기민한 대책 이행을 주문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이번 대책과 올해산 공공비축용 벼 매입물량을 고려하면 최소 50만t 이상의 격리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같은 노력이 반드시 수확기 쌀값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전격리 물량을 이달 중 신속히 처리하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쌀 수요량 예측을 통해 충분한 물량을 추가로 시장에서 격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과 농업계 일각에선 이번 대책이 불충분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책은 2023년산 쌀 수급 정책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며 “초과생산량 이상의 물량을 (9·10·11월) 찔끔찔끔이 아니라 과감하게 격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쌀값을 20만원 이상(80㎏ 기준) 연중 유지하겠다는 명확한 정책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은 같은 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 수확기 쌀 대책 규탄대회’를 열고 ▲쌀값 보장을 위한 ‘양곡관리법’ 전부 개정 ▲쌀 의무수입 전면 중단 ▲2024년 공공비축 시행 계획 재수립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