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춘천의 홍윤표씨가 육묘한 배추 모판의 모습. 모두 A사 상토를 사용했으나 지난해 11월 생산한 제품을 쓴 곳에만 모종이 죽어 있고, 올 7월 생산한 제품을 쓴 곳엔 모종이 잘 자라고 있다.
A사제품 사용한 모종 생육불량
6농가 피해 발생…면적 더 늘듯
원인규명과 피해보상 요구 거세
업체 “자체 분석 결과 이상없어”
농민신문 춘천=이현진 기자 2024. 9. 11
가을배추 재배농가들이 육묘용 상토문제로 올해 농사를 망쳤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자가육묘에 쓴 특정 상토제품으로 인해 배추 모종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아주심기에 실패해 올가을 배추농사를 망치게 생겼다는 것이다. 농가들은 피해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른 보상을 해줄 것을 관련 업체 측에 요구하고 있다.
최근 강원 춘천시 서면의 한 배추밭에서 만난 정정균씨(71)는 8월 하순 아주심기 한 배추밭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정상적으로 자랐다면 지금쯤 성인 손바닥보다 커야 하는 배추 이파리가 주먹 크기도 안되는 데다 힘없이 늘어져 있어서다.
정씨는 “아무리 물을 대고 영양제를 줘도 자랄 생각을 안한다”며 “육묘단계 때부터 모종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애를 태우더니 결국 말썽이 난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 배추는 정씨가 7월 하순부터 키운 모종을 아주심기 한 것이다. 육묘 때도 처음엔 발아가 잘되다가 점차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대부분 시들해지거나 죽어버렸다. 하지만 대체할 모종을 구하기 어려워 그중에 살아남은 것들을 모아 심었는데,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피해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정씨는 육묘에 사용한 상토가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11월 생산된 A사의 원예용 상토를 썼는데, 주변 농가 중 같은 상토를 쓴 농가들에서만 비슷한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웃농가인 홍윤표씨(67)는 “육묘 중에 상토가 부족해서 1200여개 모판엔 A사가 올 7월에 생산한 상토를 쓰고, 나머지 17개 모판에 정씨가 사용했던 것과 같은 상토를 썼다”며 “같은 환경에서 똑같이 기른 것임에도 17개 모판에서 자란 모종만 싹 다 죽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우리 잘못으로 모종이 죽은 줄 알았지만, 이후 다른 농가들을 살펴보니 지난해 11월 생산된 A사 상토를 쓴 곳은 모두 한결같이 농사를 망쳤다”고 말했다.
서춘천농협(조합장 김용종)에 따르면 현재 확인된 피해규모는 6농가의 11만5702㎡(3만5000평) 안팎이다. 이들 농가는 부족한 배추 모종을 무로 대체하거나, 대체 모종을 구하지 못해 정씨처럼 생육이 불량한 배추를 그대로 심은 상황이다. 농협은 현재 파악되지 않은 농가까지 합치면 피해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농가들은 한해 중 가장 큰 대목인 김장철에 배추를 내기 어려워졌으니 실제 감당할 피해규모는 더 크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정운 서춘천농협 상무는 “우리 지역 내 배추 재배면적이 40만평 정도 되는데 절반 정도에서 관련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강원도농업기술원에 해당 상토의 분석을 의뢰하고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농가들이 해당 상토를 믿고 구매한 만큼 업체에서도 철저하게 원인 분석을 하고 그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사 측은 문제로 지적된 제품을 자체 분석한 결과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도농기원의 분석 결과를 확인하고 추가적인 검토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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