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가당 4000만원 돌파
경영비, 소득보다 빠르게 상승
예산 심사때 해법 마련 관심을
정책자금 금리 인하도 급선무
농민신문 이재효 기자 2024. 9. 10
지난해 농가부채가 4000만원을 넘어서면서 농가 경영이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로 긴장감이 돈다. 농업계는 이를 구조적인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농가부채 감축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다.
통계청이 5월 발표한 ‘2023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농가부채는 4158만1000원으로 2022년(3502만2000원)보다 655만9000원(18.7%) 증가했다. 1농가당 부채가 4000만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급격한 부채 증가는 농가에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농업계는 이달 개회한 정기국회에서 각종 법안과 내년 정부 예산안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만큼 농가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내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농자재 구입 보조 등 농업 경영비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업용 전기료 인상, 농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농업 경영비가 농업소득보다 더 빠르게 상승한 것이 부채가 늘어난 원인 중 하나”라며 “경영비를 줄이기 위해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논의할 때 농약·비료·사료 같은 필수 농자재 구입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 등의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농업 정책자금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부채가 크게 증가한 이유를 작년 농업 정책자금이 2022년 대비 11.8% 확대 공급되면서 농가 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식품부 분석처럼 정책자금 확대로 부채가 증가했다면 정책자금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부채 감축 대책”이라며 “특히 대농에 비해 경영 상황이 어려운 중소농이 정책자금 대출을 이용할 경우 금리를 인하해주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앞장서 농가부채 문제를 해결한 선례와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001년 김대중정부는 농가부채 해소를 위해 ‘농어업인부채경감 및 경영안정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정책자금 금리를 낮추고 장기 분할 상환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 외에도 농민의 연체이자를 감면하고 부채를 정상적으로 납부한 농민에게는 정책자금을 우선 지원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했다.
미국에서 2022년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는 부채로 영농활동 지속이 어려운 농가에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농무부(USDA)는 부채로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한 농가에 융자를 통한 대출 갱신, 이자 경감, 보증 융자 등의 방식으로 31억달러(4조1540억원)를 지원했다. 이 중 8억달러(1조718억원)는 정책자금 대출이 연체된 농가부채를 직접 탕감하는 데 사용돼 1만3000명의 농민이 혜택을 봤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대국회 요구안’에서 “김대중정부나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정부·지방자치단체·금융기관 등이 농민의 부채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정기국회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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