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평택에 있는 한 성인게임장의 전경. 평택시청 관계자가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도시보다 인허가 받기 쉽고 경찰 단속 피하기 좋아 성행
경기 52·경북 30건 등 증가세
짙은 필름 붙여 내부 안 보여
불법행위 횡행…악영향 우려
농민신문 평택·화성=이문수 기자 2024. 9. 10
불법 사행성 성인게임장(성인PC방 포함)이 농촌 곳곳에 우후죽순 생겨나며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경찰 단속이 느슨하고, 도심과 견줘 상대적으로 인허가를 받기 쉬운 농촌으로 게임장이 몰려드는 탓이다.
농촌지역에 성인게임장이 얼마나 많은지, 어떤 불법이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해보고자 6일 저녁 경기 평택시내와 안중읍·포승읍, 화성시 팔탄면 일대를 찾았다. 평택시청에서 안중읍까지 약 20㎞를 이동하는 도중에 숫자를 세어본 성인게임장만 예닐곱군데는 족히 넘었다. 특히 한적한 농촌에 게임장이 다수 포진돼 있었다.
이 가운데 한곳을 평택시 직원과 함께 둘러봤다.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 아래 검은색 래핑이 붙여져 안이 보이지 않는 유리창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몇번 초인종을 눌러봤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건물 벽 오른쪽 상단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보이시죠? 경찰 단속을 피하려 업주가 방문객을 확인하고 낯선 사람이다 싶으면 문을 안 열어줘요. 단골은 이미 입구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 쉽게 출입할 수 있죠.”
성인게임장이나 성인PC방에서 불법행위가 횡행하면서 지역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업장에서 칩을 딴 후 따로 정해진 환전소에서 돈으로 바꾸는 수법이 요새 유행한다”면서 “업장 인허가를 받은 후 내부가 보이지 않게 래핑을 하는 것도 전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평택경찰서 관계자는 “과거엔 조직폭력배가 기업형으로 다수의 게임장을 운영했다면 지금은 (조폭 출신들이) 개별적으로 업장을 내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성인게임장은 주로 산업단지를 낀 도농복합지역에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단지 등 배후 지역에서 고객을 확보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농복합지역 내에서도 읍·면 지역인 농촌에 많이 들어서는데, 농촌이 인허가를 받기 쉽고 경찰 단속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도시에는 초·중·고등학교 같은 교육시설이 많아 인허가를 받기 쉽지 않으니 성인게임장이 농촌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승읍의 한 주민은 “아무래도 도심보다는 농촌이 경찰 순찰 횟수가 적으니 단속을 피하기 쉬워 농촌에 성인게임장이 많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의 로컬데이터(Local Data)에 따르면 평택시 일반게임제공업소 24곳 가운데 17곳이 읍·면 단위에 자리 잡고 있다. 화성시 역시 15곳 중에 11곳이 읍·면 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게임제공업은 성인 게임장·오락실 등 청소년 이용이 불가한 게임을 설치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게임제공업소의 신규 인허가 건수는 증가세다. 2022년 215건에서 지난해 278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도별 인허가 건수를 살펴보면 경기가 52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30건)·충남(24건)·전북(18건)이 그 뒤를 이었다.
성인게임장을 둘러싸고 전국에 강력범죄도 끊이질 않는다. 최근 전남 영암에서는 중국 국적인 한 남성이 돈을 잃었다며 성인게임장에 불을 질러 4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 안중읍의 한 주민은 “문신을 한 업주는 물론, 외지인들이 마을을 들락날락하면서 지역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고 했다.
팔탄면에 사는 한 주민은 “게임장에서 수천만원을 잃은 한 농민이 경찰에 업주를 고발하면서 주변이 한동안 떠들썩했다”면서 “게임장 앞에서 ‘돈을 땄느니, 잃었느니’ 하면서 다투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