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산물 가격’ 위주 언론보도 유감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유통팀 기자 2024. 9. 9
명절 특수가 사라진 지 오래라는 얘기들이 많지만, 그래도 추석은 산지와 농산물도매시장이 기대하는 전통적인 성수기다. 추석 대목장을 취재하면서 만난 농업인과 유통 관계자들에게 많이 들었던 얘기가 ‘농산물 가격’ 위주의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이다. 그 중 하나를 꼽아본다면, 이렇다.
도매시장 가격은 등급(특, 상, 중, 하)에 따라 경매가격이 매겨지는데, 상품 기준이 가장 일반적으로 언급되고 있고, 최고가의 경우 특품 기준으로 보도되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도매시장에선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도매시장 가격 보도가 상품 기준, 즉 선물용으로 쓰이는 좋은 품질 위주로 알려지다보니 가격이 아주 높은 것처럼 인식되고 있어요. 일반 소비자들이 먹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중품 기준을 보더라도 상품 가격과 차이가 많이 나거든요.” 이를테면, 9월 9일 가락시장 사과 홍로 도매가격(5kg)은 특품 7만8000원, 상품 6만2000원, 보통 4만1500원, 하품 2만4000원으로 각각 나뉘는데, 언론에는 특·상품 위주 가격으로 보도되고 있어 왜곡이나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특·상품의 경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고급 선물용으로 쓰이는 고품질 농산물이어서 물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체 농산물의 가격을 대표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가락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물량 기준으로 고가 평균(상위 20%), 중가 평균(중위 60%), 저가 평균(하위 20%)으로 표시한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앞선 날짜와 같은 9일 홍로 평균가격은 고가 6만195원, 중가 3만7159원, 저가 2만1856원으로, 언론 보도와는 달리 체감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물론 이 역시 오차가 존재할 수 있지만, 접근방식에 따라 가격 지표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주는 언론 보도는 산지에서도 왕왕 언급된다. 한 수박 산지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 6~7월 농산물 작황이 좋았어요. 참외, 복숭아, 수박 등 출하가 활발했는데,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 수입과일 대체 영향으로 가격이 좋지 않다는 보도가 많았어요. 그러다가 폭우에 이어 역대급 폭염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가격이 오르니 가격이 비싸다고 난리를 쳐요. 그러면 소비는 또 위축되잖아요. 참 어쩌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 농산물 가격이 지난해보다 얼마나 상승했는지는 언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지와 도매시장 관계자들이 처한 여건이나 어려움은 많이 보도되지 않은 것 같다. 올여름 산지와 도매시장에선 “이런 더위는 처음 겪어본다. 참 힘들었다”는 읍소가 많았다. 고랭지배추 농가, 사과 수확을 앞둔 농가, 작황을 걱정하던 고추 농가들, 2기작 물량 출하에 여념이 없던 수박 농가들, 가락시장 유통인들 모두 ‘역대급’ 폭염에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많은 이들의 얼굴빛뿐만 아니라 속까지 새까맣게 태운 2024년 유난히도 길었던 여름은 그렇게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다가오는 추석, 산지 및 도매시장 관계자들에게 “올여름,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인사를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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