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애월농협 김태언 상무(오른쪽)와 진정현 과장(왼쪽) 등이 애월읍 어음리에 있는 한 밭에서 양배추 생육 상황을 점검하며 수급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지난해 값좋아 기대감 상승 탓
전남·제주농가 작목전환 늘어
생산량 증가로 가격 폭락 우려
선제적 수급 대책 마련 목소리
농민신문 제주·서귀포=심재웅, 무안·진도=이시내 기자 2024. 9. 5
겨울양배추 재배면적이 지난해와 견줘 최대 20% 늘어날 것이란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우려감을 자아낸다.
제주·전남 지역에선 현재 양배추 아주심기(정식)가 한창이다. 이 지역 농협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배추 육묘업체의 모종 공급량은 전년 대비 30%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자가육묘 농가를 고려하면 제주 전체 양배추 아주심기 물량은 전년 대비 최대 20%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산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남에서도 겨울양배추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20% 안팎 증가할 것이란 견해가 힘을 얻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일 내놓은 ‘9월 엽근채소 관측’에 따르면 겨울양배추 재배 의향 면적은 전년·평년 대비 각각 7%·12% 높았다.
겨울양배추 재배 의향 증가는 2023년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대심리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 3월 서울 가락시장에선 양배추가 8㎏들이 상품 한망당 9212원에 거래됐다. 전년 3월 평균(5801원)보다 58%, 평년 3월(7271원) 대비해선 26% 높았다.
배정섭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은 “겨울양배추는 출하 막바지에 값이 뛰면서 8㎏당 2만원까지 치솟았다”면서 “무안은 물론 진도·해남·보성에서도 양파농가들이 겨울양배추로 작목을 전환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송영석 제주 서귀포 대정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소장은 “올초 ‘벌마늘(2차 생장)’ 피해를 본 마늘농가 상당수가 양배추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확기 값 폭락 우려가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진정현 제주 애월농협 과장은 “올초엔 막바지 공급량 부족으로 가격이 반짝 상승했던 것”이라면서 “늘어난 재배면적이 그대로 생산량 증가로 이어진다면 올겨울 양배추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걱정했다.
날씨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실제로 진도는 폭염으로 양배추 모종이 고사하는 등 일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병수 애월농협 조합장은 “정부·지방자치단체·농가가 협력해 재배면적 조절과 소비 확대 등 선제적인 수급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