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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전북 김제시 백구면에 위치한 김제 스마트팜혁신밸리 임대형농장 복합동에서 한 청년농민이 엽채류가 자라고 있는 베드를 들어 보이며 스마트팜 시설 하자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비 줄줄 새는 천창 누수부터 존재 의미 잃은 스크린과 양액기
지반 불균형 등 곳곳의 심각한 하자…청년농민 안전까지 위협
청년농민들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상규명·재발방지 이뤄져야”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4. 8. 30
농업경영과 농촌정착이라는 부푼 꿈과 희망을 안은 청년농민이 김제 스마트팜혁신밸리에서 1년 8개월의 교육을 마친 뒤 맞닥뜨린 임대형농장(스마트팜)은 비닐온실만도 못한,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임대형농장 복합동에 입주한 청년농민 대다수는 준공이 무색하리만치 다양한 하자를 마주해야 했으며, 부실한 보수 등의 이유로 3년의 임차 기간을 채우지 못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청년농민들은 이 모든 과정에서 깊은 절망감과 고립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간의 지난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현재 복합동에서 영농을 지속 중인 청년농민의 굳은 결심 덕택이었다. 지역 정착을 목표로 길게는 4년에 달하는 시간을 김제 스마트팜혁신밸리에서 보낸 청년농민들은 대중 앞에 나섬으로 인해 혹여 발생할 수도 있는 불이익을 감수하며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추후 복합동에 입주할 후배 청년농민들을 위해서였다. 아울러 청년농민들은 고난했지만 3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땀방울을 쏟아부은 시설이 앞으로라도 제대로 운영됐으면 하는 바람에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됐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 따르면 청년농민들은 준공 이후 2년 9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약 200건의 시설 문제를 제기했다. 청년농민들은 “스마트팜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온도, 습도, 빛, 이산화탄소 농도 등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부실한 시설·설비로 인한 잦은 고장과 오류는 스마트팜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라며 “특히 2021년 11월 준공 직후부터 수십 차례 발생한 천창 누수로 정성을 다해 키운 작물들은 처참하게 망가졌으며, 70여 차례의 보수 요청에도 실제 이뤄진 조치는 모두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심지어 천창 누수는 지금까지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청년농민들이 제기한 시설의 문제는 천창 누수에 그치지 않는다. 부족한 천창 개폐율과 강한 햇빛을 가릴 스크린의 고장, 자동 급수를 위한 양액기 작동 중단 등을 비롯해 지반 불균형과 이로 인한 시설 내 설비 휘어짐, 비합리적인 전기·수도 계량 등 여러 불편을 겪어내야 했다. 청년농민들은 200여건에 달하는 하자가 그간 제대로 보수되지 않았으며, 근본 원인에 대한 분석과 문제 해결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청년농민들은 계속된 땜질식 보수로 괴로운 시간을 보내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기자회견 이후 약 일주일이 흐른 뒤인 지난 26일, 누수 문제가 불거진 임대형농장 복합동에서는 천창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보수가 이뤄진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천창의 비닐은 아직도 푸른 빛을 띄고 있었고, 보수가 이뤄지지 않은 한 켠에선 공사인력이 작업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날 만난 청년농민 고택균씨는 “2021년 11월 준공 이후부터 계속 보수 중이다. 하자보수 기간은 지난 6월로 끝이 났지만, 입주 기간 내내 제기했던 천창 누수 등의 하자가 수년째 해결되지 않아서다”라며 “임대형농장 입주 전 1년 8개월의 교육을 거쳤고 그동안 잘 지어진 유리온실뿐만 아니라 노지 등 여러 농업현장에서 실습을 진행했지만, 이런 스마트팜은 없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기자회견까지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씨에 따르면 천창 누수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일 뿐 유일한 문제가 아니었다. 환기 역할을 하는 천창의 개폐 역시 여타 스마트팜 또는 비닐온실과 다르게 한 뼘도 열리지 않았고, 이로 인해 온실 내부가 한여름철엔 50℃를 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당연히 시설 내부의 작물은 모두 녹아버리고 말았다. 천창 개폐뿐만 아니라 강한 햇빛을 막는 스크린 역시 모터가 거듭 고장난 탓에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볕에 약한 작물들은 모두 타버렸고, 그 손해는 모두 청년농민들의 몫이 됐다.
고씨는 “보육센터 실습동은 물론, 임대형농장의 과채동에서도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다른 지역 스마트팜혁신밸리도 마찬가지다”라며 “같은 스마트팜혁신밸리 내에 나란히 위치한, 다른 임대형농장(과채동)에서는 누수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히 복합동의 시공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채동과 복합동의 시공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설관리자인 김제시는 근본 문제 파악과 해결에 그간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고, 그야말로 상황 모면을 위한 보수에 급급할 뿐이었다”라고 전했다.
복합동에서 엽채류를 재배 중인 농민 A씨 역시 “누수, 스크린 고장 등의 하자 외에 양액기 문제도 심각하다. 3년 내내 언제 작동을 멈출지 몰라 온실에 계속 상주해 있어야 했고, 지금도 작물을 원활히 키워내기 위해선 양액기 가동 여부를 하루 종일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A씨는 또한 지반 불균형 문제를 지적했다. A씨에 따르면 A씨가 운영 중인 시설 내부 곳곳에선 땅 꺼짐 현상이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지반 침하가 심각한 수준이며, 이로 인한 난방관 휘어짐 현상과 누수 등의 피해까지 동반되는 상황이다. 실제 A씨가 엽채류를 재배 중인 시설 내부 바닥에 자리한 난방관은 대부분 휘어진 모습이었다. 이로 인해 A씨는 난방관에 결합해 사용하는 리프트(수확 작업 및 운반을 위한 이동차)를 입주 후 단 한 번도 활용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배 편이성을 높일 수 없었을뿐더러, 추가 인력 활용이 불가피했다는 의미다.
A씨는 덧붙여 “임대형농장에서 보낸 3년의 시간 동안 물, 온도, 습도, 광을 동시에 조절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시설이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매일같이 시설에 출근해 작물을 키워낸 덕에 올해 초부터는 택배를 몇천 건씩 보낼 수 있었고 이제야 수익을 내나 싶었는데, 가장 수익이 좋은 6·7·8월에 보수 공사가 끝나지 않아 대규모로 발생한 천창 누수로 작물을 모두 잃었다”라며 “사실 임차 기간 동안 출하처도 확보하고, 자본금도 마련해 임차 기간이 끝나고 난 뒤 시설을 지으려고 농지까지 구해놨는데, 지난 손해가 심해 농지도 물 건너간 상태다. 제로베이스로 임차 기간을 마무리하게 돼 아쉽지만 차라리 여길 떠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앞으로 10년, 20년을 위해서라도 부실 시공 여부를 확실히 확인하고 진상규명을 통해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김제 스마트팜혁신밸리 임대형농장 복합동에서 영농을 지속 중인 청년들의 요구는 책임 있는 기관들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명확한 대책으로 좁혀진다. 청년농민들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도 부실 공사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앞으로 발생할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확실한 협약 체결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청년농민들의 기자회견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에선 보도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특히 유례없이 많은 양의 설명자료가 농식품부에서 쏟아져 나왔고, 설명자료에는 청년농민들의 요구대로 원인 규명을 통한 책임 소재 파악, 신속한 하자보수와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 재발방지를 위한 관계기관과 제도개선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뿐만 아니라 농식품부는 나머지 스마트팜혁신밸리 3개소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문제 발견 시 즉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청년농민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기자회견 이후 최근 김제시 등 관계기관이 이전과 다르게 하자 보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시설이 정상화될 때까지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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