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독과점 폐해 혁파 위한 토론회’
정가·수의매매, 예약형 거래 등
가격 위험관리 체계화 목소리
생산자-소비자가 참여하는
농산물 가격결정시스템 제안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2024. 8. 23
농산물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정가·수의매매, 예약형 거래 등 공영도매시장의 경매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가격결정 구조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아울러 공영도매시장 내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위원장 박주민)’ 등은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의 독과점 폐해 혁파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혀 왔던 공영도매시장의 거래 제도를 살펴보고, 해결과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첫 번째 발제에서 농산물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공영도매시장에서도 가격 결정 방식의 다양화를 통해 가격 위험 관리 등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병옥 연구위원은 “기상이변으로 인해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하는 상황인데, 지금은 물가 안정 시국이기 때문에 생산량 감소로 국내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바로 수입산이 들어오고, 그러면 그 품목에 대한 국내 재배면적 감소에 이어 또 다시 생산량이 줄어서 가격이 폭등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라며 “농산물 수급 안정과 생산자 소득 보장, 소비자 물가 안정을 연계해서 고려한다면 도매시장에서 정가·수의매매, 예약형 거래 등이 체계적으로 연동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백혜숙 지속가능국민밥상포럼 대표는 공영도매시장, 특히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매제도’를 농산물 가격 급등락 등의 원인으로 꼽으면서 도매시장 내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혜숙 대표는 “우리는 농산물 가격결정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부재한 상황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출범해야 한다”라며 “프랑스의 경우 시장가격 결정 시 생산비를 고려해 농민이 가격을 제안할 수 있도록 했고, 덴마크에는 데이터에 근거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인 생산자-소비자 통합위원회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이밖에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으로 △도매시장법인 평가제도 개선 및 공모제 실시 △경매사 공영제 실시 △정가·수의거래 전면 확대 등과 함께, ‘공익형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언급하기도 했다.
학계, 시민단체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이 같은 발제 내용을 반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제에 대한 원인분석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춘수 순천대학교 교수는 “발제에선 농산물 가격 변동의 원인을 유통주체와 유통구조로 보는데, 가격이 높을 때 농산물 출하를 더 많이 할 수 있고, 가격이 낮을 때 출하를 적게 해서 가격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농산물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라며 “농산물 가격 변동성 문제는 인위적으로 하거나 거래 제도를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거래제도나 거래주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가격 변동의 핵심 원인이 무엇인가를 먼저 바라봐야 하는데, 최근에는 기후변화 이슈”라면서 “이런 부분은 농가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이라서 농가의 생산비를 보장할 수 있는 가격이 형성되지 못했을 때 오히려 사후적으로 가격안정제 같은 제도를 통해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춘수 교수는 백혜숙 대표가 언급한 시장도매인제 확대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미 정책적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드러났는데도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농가 수취가격 개선과 가격 불안정성에서 오는 것인데, 시장도매인제도가 농가 수취가격을 제고하지 못하고, 가격 불안정성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강서시장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도 정책효과가 없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는데 이를 가락시장이라는 대표 가격을 형성하는 시장에 포함시키자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라며, 농가에서 적정한 시기에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가격안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개선 방안 마련을 다시 한 번 주문했다.
|
[한국농어민신문] “구리도매시장만의 차별성·경쟁력 제고 온 힘” 
[한국농어민신문] “농산물 할당관세·TRQ 신중하게 운용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