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게시판 > 농산물뉴스 |
|
|
|
|
 |
 |
* 농지에 수직농장 설치, 3ha 이하 ‘자투리 농지’ 정리, 농촌체류형 쉼터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윤석열정부의 농지규제 완화 정책이 시행되며 농지 훼손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경기 여주시 흥천면 들녘 모습. 한승호 기자
2월 공식 발표한 정부 농지규제 완화 정책, 속속 실체화
식량주권·지역균형발전 위한 농지정책 공적 책임감 실종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024. 8. 18
농지 정리, 수직농장 설치, 농막 확장 등 윤석열정부의 농지규제 완화 정책이 하나둘 효과를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공식 예고한 정책들이 착실히 이행되고 있는 것인데, 국민 식량창고이자 농촌사회 유지기반으로서 농지의 가치가 경시된다는 비판이 만연하다.
지난 2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정부는 △농지에 수직농장 설치 허용 △3ha 이하 ‘자투리 농지’ 정리 △농촌체류형 쉼터 도입 등 세 가지를 골자로 한 농지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했다. 세 정책은 모두 최근 현장에서 제도화 내지 영향력 행사 단계에 이르렀다.
셋 중 그나마 논란이 덜한 건 ‘농촌체류형 쉼터’다. 농촌체류형 쉼터는 기존의 농막을 확장한 개념인데, 허용면적을 늘리고(20→33㎡) 주차장·데크·정화조 등에 별도 면적까지 허용한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거주가 불가한 농막과 달리 농촌체류형 쉼터는 공식 용도가 도시민·주말체험영농인들을 위한 ‘임시 거주시설’이며 농지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으로 오는 12월부터 설치가 허용됐다.
이는 농막의 불법 이용을 ‘단속’하는 대신 ‘합법화’한 것으로, 농지 이용의 예외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현행 농막만 해도 컨테이너형으로 시작해 ‘펜션’ 규모로 무단 확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방만함을 더욱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정책 자체가 도시 등 재외지주의 농지 소유를 전제하고 있어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을 외면한 측면이 있다.
물론 재외지주의 전유물은 아니다. 농식품부는 “농사용으론 기존 농막 규모면 충분해 농민들이 농촌체류형 쉼터를 지을 일은 없다”고 단언하고 있지만 최소한 향후 지어지는 농막의 대부분은 농촌체류형 쉼터로 대체되리라는 게 현실적이면서도 지배적인 의견이다. 다만 우려가 있긴 해도 농민들의 편의를 높이는 측면이 있어 다른 항목들에 비해 아직은 현장의 비판이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수직농장’은 문제의 여지가 좀 더 크다. 농지에 수직농장을 지으려면 농지 타용도 일시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농지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달 3일부터 이 일시사용 기간을 8년에서 16년으로 대폭 늘렸으며, 추가로 일정 지역에서 농지에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게 하는 방안까지 고안 중이다.
수직농장은 인공 광원과 양액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는 스마트재배시설, 이른바 ‘식물공장’이다. 햇빛·토양 등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탓에 농업으로 볼 수 있는지부터가 논란이었으나, 정부가 앞장서서 그 벽을 트려는 모양새다. 벌써 수직농장에 농업경영체 등록을 허용하려는 고시 제정이 진행 중이며 보수언론에선 ‘농지 일시사용 기간 16년도 너무 짧다’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수직농장은 기술의 측면에선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농촌 주민이 아닌 자본세력의 농업 점유를 조장하며, 그 고비용·고투입 방식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문제가 있다. 이는 진보농민단체들이 가장 경계하는 바다.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은 “도시에서 자본을 들여와 농촌을 살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수십년 동안의 농정에서 실패가 이미 다 드러난 정책”이라며 답답해했다.
윤석열정부 농지규제 완화의 백미는 ‘농지 정리’다. 농업진흥지역 내 개발 이후 남은 ‘자투리 농지’를 마저 해제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것인데 그 ‘자투리’의 기준이 무려 3ha(약 9000평) 이하며 정부 스스로 전국 합계 2만1000ha로 집계하고 있다.
이는 중소 영세농이라면 누구나 힘이 빠질 만한 행보다. 전남 담양 농민 김승애씨는 “시골에서 할머니들이 농사짓는 텃밭이 50~100평이고 그 땅이 생활의 젖줄이다. 농지 300평이 되면 밭벼와 채소들을 심어 자급자족까지 가능하다. 기계화에 불리하다고 수천평을 ‘자투리’라 하며 없애는 건 농업을 너무 효율로만 바라보고 소농을 외면한 것”이라고 한탄했다.
아직 정부의 공식적인 정비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현장엔 벌써 커다란 파급력이 미치고 있다. 지역 농지심의위원회엔 ‘자투리 농지’라는 ‘정부의 언어’를 동반한 농업진흥지역 해제 민원이 줄을 잇고 있으며 몇몇 지자체는 선제적인 논의와 조사 활동으로 이들 민원에 호응하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농지 축소 기조는 매우 일관된 양상으로 나타난다. 지난달 농지 수직농장 허용 당시 1000㎡(약 300평)짜리 농업노동자 숙소 설치도 허용키로 했고, 지자체 특별자치권 부여를 통해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한층 용이케 하고 있다. 지난 8일엔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발표하며 더욱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촌 주민들 사이에마저 농지를 ‘자산’으로 인식하는 풍토가 확산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농지규제 완화 정책은 일면 현장의 호응을 얻을 수도 있다. 단적으로 이번 그린벨트 해제 계획 발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을 소폭 끌어올린 요인이 됐다.
하지만 농업분야 전문가들은 농지가 자산이기 이전에 먹거리 생산의 기반이며 농촌지역 사회·문화·생태의 터전이라 강조한다. 농지가 농민 몫으로 제대로 보전되지 않고선 식량주권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달성할 수 없고 이것이 지금껏 정부가 경제효율을 떠나 공적 관점에서 농지를 관리해 온 이유다.
우리나라 농지는 1975년 224만ha에서 지난해 151만ha로 줄어들었고 최근 수년간 매년 1만ha 이상씩 꾸준히 감소 추세에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을 꺼내 든 지금부턴 감소폭이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정부가 개발논리나 포퓰리즘에 치중해 정작 중요한 역할을 소홀히하는 게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