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농업 발전전략] (1) 농가소득 이해와 농정전략
추락하는 농업소득 비중 ‘쟁점’
20%수준…50여년새 50%P↓
전문농가 54%·일반농가는 17%
평균의 함정…유형 등 잘 살펴야
직불금 등 공적보조 포함 검토를
농촌변화 따른 새 대책 등도 필요
농민신문 기획=안동환 한국농업경제학회장·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2024. 8. 13
32.2%(271만6000원)와 509%(3475만3000원). 지난해 기준으로 1993년과 견준 농업소득과 농가부채의 증가폭이다. 농업소득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늘었지만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수입 농산물의 범람, 고령화 등 켜켜이 쌓인 위협이 배경에 있다. 최근엔 기후위기라는 큰 변수가 농업을 뒤흔들었다. 한국농업경제학회 등 농식품분야 4개 주요 학회와 케이(K)-농업의 위기 극복 방안, 더 나아가 ‘필승 전략’을 모색한다.
2023년 평균 농가소득은 전년 대비 10.1%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5000만원을 넘어섰다. 2013∼2017년, 2018∼2022년 농가소득 연평균 증가율이 각각 2.6%, 2.3%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도시근로자가구의 분기별 월평균 소득을 통해 추정해보면 2023년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약 60.5% 수준으로 나타났다. 농가소득의 더딘 증가 속도와 도농간 소득 격차는 농업경영비 증가와 농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농업소득의 정체 또는 감소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2018∼2022년 농업소득은 연평균 7.4%나 줄었지만 농외소득(3.2%)과 이전소득(11.4%) 증가로 농가소득은 연평균 2.3%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와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농업소득의 변동성 확대는 농가소득을 불안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집중호우, 감염병 유행, 전쟁 등 예측·제어하기 어려운 변수가 증가하는 환경에서 농업경영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농업소득의 변동성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농업소득 비중이 20%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쟁점이다. 1970년 75.9%에 이르던 농업소득 비중은 2023년 21.9%까지 감소했으며 그 자리를 농외소득(39.3%)과 이전소득(33.8%)이 메우고 있다. 높은 농업소득, 쌀 소득 의존도는 한때 농업경영 구조의 큰 문제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농외소득 확충을 강조하던 것이 얼마 전인데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낄 만한 상황 변화가 찾아온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평균의 함정은 있다. 2023년 기준 주업농가 가운데 일반농가의 농가소득은 2807만6000원으로 자급농가(4237만3000원)의 66.3%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주업농가 중 전문농가의 농업소득 비중은 54.6%인 반면 일반농가의 농업소득은 17.1%에 그친다. 일반농가는 농외소득이 미미한 반면 이전소득 의존도가 65.1%(1828만1000원)로 높고, 자급농가는 57.6%에 달하는 농외소득(2440만8000원)을 통해 농가소득을 확보한다.
주·부업 외에도 영농 형태, 경영주 나이, 경영 규모, 전·겸업, 지역과 지대 등에 따라 농가소득의 분포와 구성이 크게 다르다. 농가 유형별로 농가소득의 구성과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 그에 따른 정책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농가소득 가운데 농업소득 비중이 20%대로 추락했다는 자조적인 평가보다는 그동안 추진해온 6차산업화, 농촌융복합산업화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한 이유다.
2023년 농가소득의 33.8%를 구성한 이전소득(1718만8000원)의 94.7%는 공적보조(1627만1000원)에 해당하며, 여기에는 직불금 등 농업보조가 상당액 포함돼 있다. 농업보조는 농가가 보유한 자원을 농업활동에 투입했기 때문에 발생한 ‘농업 관련 수입’이다. 이를 근거로 농업경영학 교과서들은 회계상 농업보조금이 농업소득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설명한다. 또 공익직불제 도입은 직불금이 농가가 생산한 공익적 가치를 정부가 정산해주는 의미를 갖는 만큼 농업보조를 이전소득보다는 농업소득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지 농업소득에 대한 착시를 유도하려는 카드가 아니라 농가 유형별로 농업경영 활동을 통한 공익적 기능의 생산이 어떻게 농가소득을 구성하고 변화시키는지를 면밀히 이해하기 위한 제언이다. 동시에 농가경영 기록 의무와 농업 소득세 도입 등에 대한 발전적 논의도 공익직불제 선진화 차원에서 더 활발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100만농가 중 3300농가에 대한 표본조사만으로 농가소득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더 정확한 통계를 얻기 위한 표본 확대는 많은 비용을 수반하며 우리나라 농업통계의 수준은 여느 선진국 못지않게 높다.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적은 표본에서 나온 조사통계의 특성을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까지 상상조차 못한 농촌과 농업경영 구조의 변화에 대응하는 농가의 개념과 적응 전략을 새롭게 고민할 때다.
농가소득과 경영안정성 제고 방안 마련을 위해 최근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등과 관련한 뜨거운 논의가 있었지만 많은 경우 보여주기식 정책 토론회로 끝나는 아쉬움이 있었다.
진정성 있는 정책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토론과 의견 수렴의 장을 만들어 농민과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연구자와 정책 담당자 모두의 책무이며, 이것이 농업소득과 농가소득의 수준을 높이는 정책을 찾는 바른길이다.
※ 통계청의 농가 분류
통계청은 농업을 주업으로 삼는지를 기준으로 농가를 크게 주업·부업·자급 농가 세가지로 분류한다.
주업농가는 경지규모 30a(907.5평) 이상 또는 농업총수입 200만원 이상 농가 중 농업총수입이 농외수입을 초과하는 농가를 지칭한다. 주업농가는 크게 전문·일반 농가로 나뉘는데 전문농가는 경지규모 3㏊ 이상 또는 농업총수입 2000만원 이상, 일반농가는 경지규모 3㏊ 미만이면서 농업총수입 2000만원 미만 농가를 의미한다. 경지규모 30a 이상 또는 농업총수입 200만원 이상 농가 중 농업총수입이 농외수입을 초과하지 않는 농가는 부업농가, 경지가 없거나 30a 미만 농가 중 농업총수입이 200만원 미만인 농가는 자급농가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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