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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농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농업의 생산성·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동농업경영 활성화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영세·고령농 대다수, 집단화·조직화로 농업자원 효율화 추진 바람직
일본, 참여 인센티브 부여·전략적 정책 지원 참고
공동농업경영체 육성 저해하는
소농직불제·부재지주 문제 등 과감한 규제 개혁 필요
농수축산신문 이문예 기자 2024. 8. 13
지역소멸, 기후변화, 고령화 등 급속한 농업환경 변화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 공동농업경영이 보다 확산돼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조직화가 농업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도모해 생산성을 높이고 농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끌어올리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 농업 현실이 처한 구조적 한계와 문제점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며 정책·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일본 마을영농을 비롯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의 공동농업경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 소규모 영세·고령농 대다수...농업 지속가능성 ''위협''
우리나라 농업은 소규모 영세·고령농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농업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취약한 구조를 띄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작물 재배규모가 50ha 이상인 약 7%의 농가가 전체 경작지의 70% 가까이를 경영하고 있으며, 일본도 재배규모 10ha 이상인 5.1%의 농가가 전체 농경지의 55.4%를 경작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체 농가의 약 93%에 해당하는 재배면적 3ha 이하의 소규모 농가가 전체 경작지의 절반 이상인 58%를 경영하고 있다.
규모화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노동력 부족에 의한 노무비, 농기계 관련 비용, 유통 비용 등 농업 경영비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업총수입은 2003~2005년 2558만 원에서 2020~2022년 3594만 원으로 거의 20년 사이 140.5%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농업경영비 증가율은 1410만 원에서 2452만 원으로 173.9% 증가해 수입 증가보다 경영비 지출이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가속화되는 농업 고령화는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농가의 비율은 52.6%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체 고령인구 비율이 18.2%인 것과 비교하면 농가 인구의 고령화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미래 농업을 짊어지고 나갈 젊은 농업인들의 유입 또한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농업 후계자의 부재로 인한 농업경영 단절도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공동농업경영 필요성 공감하지만 확장 한계
이 같은 우리 농업의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농가를 집단화·조직화하는 공동농업경영의 형태가 여러 해법 중 하나로 지목된다. 개별 농가 단위의 경영규모 확대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여러 독립된 생산 주체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하나의 경영주체처럼 판단하고 행동하는 공동경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동필 농촌살리기현장네트워크 이사장은 ”영농 규모의 확대가 농지 집단화와 연계되지 않으면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복합화·겸업화·다각화되지 않으면 농업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지속적 영농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공동농업경영의 형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09년부터 벼를 주작목으로 해 들녘 단위 50ha 이상을 집단화한 농가조직체를 지원·육성하는 ‘들녘경영체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1252억 원이 투입됐으며 전체 논 면적의 14.1%에서 집단화를 이끌었다. 한국농산업조사연구소에 따르면 육묘, 경운, 이앙, 방제, 수확 등에 대한 공동작업 비율이 9~16% 증가했으며 개별 농가 대비 생산비 14% 절감, 순수익 5.3% 증가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2013~2014년에는 경북형마을영농육성사업이 농업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큰 주목을 받았다. 마을당 도비, 시·군비 등으로 3억 원이 지원돼 농가 소득 증대, 농기계 효율화, 작부체계 변화, 일자리 창출, 공동체 활성화 등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비전과 철학을 갖춘 리더의 부재,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합의도출의 어려움, 기존 영농 추진 방식과의 충돌, 판로 확보와 잉여 노동력 활용 미흡, 여타 정책과의 연계 미흡 등 여러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우리나라에서 공동농업경영은 크게 확산되지 못했다.
# 집단화·조직화 이룬 일본이 주는 시사점
소규모 영세농 중심에 농지필지가 분산돼 우리와 비슷한 농업 환경의 일본은 오랜 시간 정부 주도하에 농가 집단화·조직화가 진행돼 비교적 잘 정착했다. 일본은 1961년 농업기본법 제정 이후 경지 규모 확대와 분산 필지의 단지화를 위한 구조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평지지역에서는 개별경영의 규모화, 중산간지역에서는 지연성(地緣性) 조직인 마을영농의 도입·육성 등 투트랙 전략을 추진해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마을영농은 한 개 또는 수 개의 마을 단위로 영농조합을 설립해 농기계와 노동력 등 지역 자원을 공동으로 효율적으로 관리·이용하는 구조다. 각자가 가진 농지 소유권은 그대로 두고 이용권 조정을 통해 농업의 생산성·효율성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3개 마을로 조직된 이누칸노 영농조합은 6차 산업화와 경영다각화로 부가가치를 높여 자체 브랜드 쌀을 인근 농가 대비 2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등 지역 진흥을 이룬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각 마을에 자치조직이 있고 농작업을 수탁하는 농가조직이 별도로 존재하며, 조합은 재배계획수립, 농작업 수탁, 농산물 판매·가공, 소비자 교류사업 등의 활동을 통해 조합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1마을 1농장형 마을영농을 일구고 있는 다카미야 영농조합은 자재 구입에서부터 농산물 판매, 수익배분까지 함께 하는 협업형 마을조직이다. 조합은 조합원 소유의 농지 전체를 수탁하고, 농지 소유자는 지대를 수취하며 영농조합에 취업해 추가 소득을 얻는다. 생산비 절감은 물론 지역 주민과의 교류 활동 강화로 강한 공동체 결속을 이뤄낸 점이 높게 평가 받고 있다.
김태곤 농촌살리기현장네트워크 감사는 “일본 농림수산성 시산에 따르면 농가 37호가 30ha(호당 평균 0.8ha)에서 개별경영을 하는 경우와 한 마을 이상 단위의 마을영농을 하는 경우, 마을영농에서 개별경영 대비 47% 수준까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생산성 제고 효과가 분명했다”며 “개별경영의 경영목표가 이윤확보에 머무는 반면 한 마을 이상 단위의 마을영농은 지역자원 보전, 공동체 유지, 다원적 기능 발휘 등 다양한 목표로 진화한다”고 말했다.
# 참여 인센티브 부여·정책 연계 등 이뤄져야
최근 다소 정체기에 있지만 일본 마을영농은 2005년 1만63개에서 2010년 1만3577개, 2019년에는 1만4949개로 빠른 속도로 증가했는데, 배후에는 전략적인 정책 지원이 숨어있다.
일본은 2005년 ‘식료·농업·농촌기본계획’이라는 장기 농정운용 방침을 수립하며, 경영규모 확대 목표 등을 설정한 개별 혹은 법인경영 농업인을 ‘인정농업자’로 구분해 국가가 추진하는 금융 우대조치,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시책의 수혜 대상이 되도록 했다. 또한 일정한 조건을 갖춘 마을영농에 정책 지원을 집중적·중점적으로 실시할 것을 밝혔다. 2007년부터 농지·농업용수 등 농업자원과 농업생산 환경의 보전·향상을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자원·환경직불제’는 지원대상에도 농가 외 활동조직을 포함시키며 다양한 주체가 참가하는 활동조직을 통해 제도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도 공동농업경영이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려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여타 농업정책과의 연계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동필 이사장은 “지금까지 영농규모화사업은 농지매매사업, 농지매입비축사업, 농지이양은퇴직불제, 농지연금사업 등 농지유동화 시책으로 정책 방향성과 목표가 흐려졌다”며 “농지 관련 정책뿐만 아니라 농산물 유통 개선, 영농 후계자 양성, 지역 활성화 등 관련 정책과의 촘촘한 연계를 통해 영농조직이 수익을 창출하고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지속가능한 전문 경영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윤태 미래농업전략연구원장은 과감한 규제개혁과 지역별·주체별 발전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공동농업경영체 육성을 저해하는 소농직불제와 부재지주 문제 등에 대해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며 “지역별, 주체별로 각기 여건에 맞는 공동농업경영체 지역 성공 모델을 발굴해 이를 토대로 점진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태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공동농업경영체 운영의 기본적 사항에 대한 제도적 토대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부원장은 “과거 구성원간 갈등으로 집단화·조직화 실패한 사례들이 존재하는 만큼 운영 규칙과 비용 분담, 이익 분배 등 기본적 사항에 대한 제도적 장치와 갈등 관리를 위한 묘안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며 “경영체 운영의 주축이 될 인력의 양성, 지속적 교육, 지원 조직 육성과 컨설팅 등 지원도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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