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작업 많아 온열질환 취약
‘농업인안전보험’ 가입률 답보
장기·의무가입 전환 방안 절실
농민신문 하지혜 기자 2024. 8. 12
폭염으로 온열질환을 앓는 농민이 속출하면서 농업인안전보험 등 사후 대책에 대한 재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농업은 야외작업이 많고 고령화가 심각한 특성상 폭염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질환자의 17.8%가 농업분야에서 발생했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가운데 농업분야의 비중은 53.1%에 달한다. 열사병·열탈진 등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2명 가운데 1명이 농민인 셈이다.
이상기후로 폭염 빈도가 잦아지면서 농민 피해도 증가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20일∼8월10일 폭염일수는 13.9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6일)보다 2.3일 늘었다. 이 기간 논밭과 비닐하우스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지난해 344명에서 올해 365명으로 21명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 온열질환에 대한 사후 대책의 사각지대는 메워지지 않고 있다. 농업분야의 경우 농업법인과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만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 포함된다.
산재보험 같은 역할을 하는 농업인안전보험이 있긴 하다. 이는 법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대다수 농민의 업무상 재해로 생긴 신체·재산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보험이다.
문제는 농업인안전보험 가입률이 답보 상태란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66.4%로 증가한 가입률은 2022년 64.0%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66.4%를 기록했다.
사실상 농민 안전을 위한 유일한 사회안전망인 농업인안전보험을 활성화하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와 관련해 현재 임의 가입 방식을 의무 가입으로 바꾸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보험을 모르거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농민들이 적지 않고, 보험의 공공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1대 국회에서도 농민과 농업근로자의 농업인안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국가가 보험료의 80% 이상을 지원하는 내용의 ‘농어업인의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보험 운영 방식에 대한 지적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농업인안전보험의 개선 필요성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1년마다 재가입해야 하는 농업인안전보험 방식은 보장 기간이나 보험가입심사 등과 관련해 농가에 불리한 요소가 되고 있다”며 “장기 가입 등이 가능하도록 보험 유형·상품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험 가입 의무화는 미가입 시 과태료 부과에 따른 농민 부담 증가 문제 등이 수반되기에 의견 수렴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정책보험은 매년 예산이 조정되고 보험료가 변동되는 만큼 장기 가입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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