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준 제주 구좌농협 상무(왼쪽)와 당근 재배농민 양영태씨가 불볕더위와 가뭄 탓에 아직 파종하지 못한 당근농장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가뭄에 파종 40~50% 불과
농가들 농업용수 부족 호소
재해보험 초기보상도 어려워
농민신문 제주=심재웅 기자 2024. 8. 8
지속되는 폭염과 가뭄으로 제주지역 당근 파종이 지연되면서 겨울철 당근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당근은 파종 후 충분한 물 공급이 필요해 농가들은 비 오기 직전 파종에 나서는데, 최근 비 소식이 없어 전체적으로 파종이 지연되는 것이다.
김희준 제주 구좌농협 상무는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은 제주 당근의 파종 적기로 작업이 가장 활발한 시기”라며 “평년이면 지역 당근 재배면적 가운데 70%는 파종을 마칠 시기인데, 올해는 40∼5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7월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제주지역에는 하루도 비가 관측되지 않았으며, 매일 최고기온 30℃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지속됐다.
파종이 지연되면서 수확 시기가 일시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종이 시기별로 고르게 진행되지 못하고 특정 구간에 집중되면 수확 일정도 비슷해져 홍수출하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생산자단체가 가격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이 쏟아지면 시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파종을 완료한 농가도 폭염과 가뭄이 야속하긴 마찬가지다. 토양이 마르고 온도가 오르면 생육이 부진한 데다 발아율도 떨어져 다시 파종하는 등의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물을 충분히 뿌려줘야 하는데, 농업용수 수요가 집중된 시기여서 물 구하기도 쉽지 않다. 농가들은 물을 찾아 이곳저곳을 누비는 중이다.
구좌읍 평대·한동·세화리에서 약 6만6115㎡(2만평) 규모로 당근을 재배하는 양영태씨(52)는 “재배면적 가운데 절반은 파종을 마쳤는데 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물이 잘 나오지 않는 관정이 많아 다른 지역에서 물을 구해오는 농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바뀐 당근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기준 또한 농가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지난해까진 파종 전 가입이 가능해 파종 후 발아기에 자연재해로 생기는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파종 후 발아가 50% 이상 완료된 사실이 확인돼야 가입할 수 있도록 기준이 변경돼 생육 초기 보상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윤민 구좌농협 조합장은 “당근은 파종 후 발아기 폭염·가뭄·강풍·집중호우 같은 자연재해에 가장 취약하다”며 “이 시기 피해를 본 농가가 정책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보험당국의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