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주체 등 기본 자료 부재
타 조사 차용…정확성 낮아
농지대장 정비·법제화 필요
농민신문 김소진 기자 2024. 8. 5
‘불법 농지 임대차’는 농업의 오랜 난제지만 그 규모가 얼마인지는 여전히 깜깜이다. 통상적으로 임대차 농지 비중은 전체 농지의 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계청 ‘농가경제조사’의 표본농가(2023년 기준 3300가구) 등을 활용한 추정치일 뿐 정확한 수치는 안갯속이다. 전문가들은 농업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이런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농지통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농정연구센터가 1일 서울 서초구에서 개최한 ‘농지통계 정비 필요성과 법제화 과제’ 세미나에서 윤석환 농정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농지 관련 통계가 없다보니 농지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비효율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최근 ‘농지법’ 개정 논란의 경우) ‘농지법’ 규제 강화가 농지 거래 위축의 주요 원인인지, 거래 위축 현상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통계에 따른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으로 쪼개지는 농지, 은퇴농의 승계 지연 등 농업 현안의 실마리는 상당 부분 ‘농지’와 연계된다. 하지만 기초적인 농지 소유 현황 통계조차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당국과 연구자 등은 이같은 통계 부재 속에 논·밭 등 지목별 면적 등 기초적인 지적 자료를 활용하거나 상이한 목적의 통계 조사 데이터 일부를 차용하고 있지만 정확성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농업정책을 정교화하려면 농지통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명헌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사람이 농지를 얼마나 가졌는지 파악하면 농업 구조조정 정책의 방향에 대해 보다 의미 있는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향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령화, 수도권 쏠림 등으로) 인구감소지역의 유휴 농지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농지통계가 있다면 이를 파악하고, 일본처럼 농지를 집적화해 청년농 등에게 이양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선 농지대장을 기반으로 통계를 구축하자는 제언도 뒤따른다. 농지대장은 실제 지목·면적 등 농지 관련 현황부터 소유주에 대한 정보까지 기록한다. 심재성 전북 완주군 농업축산과 농지관리팀 주무관은 “농지대장을 제대로 정비하면 별도로 통계 조사원들을 동원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농지통계를 고도화하기에 앞서 ‘목적’을 명확히 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서세욱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통계를 어떻게 쓸 것인지 생산 의의·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농지의 집적화가 목적이라면 공급도 중요하지만 누가 농지를 승계받아서 집적화할지 수요 조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선 통계조사를 법제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건축통계는 ‘건축법’ 제30조, 주거실태는 ‘주거기본법 시행령’ 제13조에 근거해 조사가 이뤄진다. 윤 전문연구위원은 “농지는 공공복리성이 강한 공공재”라면서 “현행 ‘농지법’에 농지통계 생산관리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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