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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고랭지 여름배추 둘러싼 정부-산지 ‘동상이몽’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8-04 조회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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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 여름배추 산지인 강원 태백시 창죽동 매봉산 고랭지배추단지에서 지난달 30일 외국인노동자들이 영양제와 살충제 등이 섞인 약제를 배추밭에 살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수급’뿐인 정부와 지속가능성 우려하는 농민·산지유통인

          선충 피해 휴경지 지속 증가…재배면적 감소 심각 수준

          단편적 수급정책 넘어 ‘근본 대책’ 마련 필요성 높아져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4. 8. 4



 폭우 이후 극한의 폭염과 산발적인 강수까지 계속되자 정부는 주요 채소 수급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는 모양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거듭 현장 행보를 이어가며 수급이 불안한 품목들의 ‘가격’ 인상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품목 등의 저관세·무관세 수입과 기존에 비축한 물량을 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주산지인 고랭지 기후 여건 등이 악화됨에 따라 여름배추 역시 한동안 ‘수급 불안’의 도마 위에 올랐으나, 8월부턴 큰 이변 없이 시장에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현재 전망되고 있다. 강원도 태백시와 평창군, 정선군, 강릉시 등 여름배추 주산지 농민과 산지유통인 등에 따르면, 이미 출하된 7월 물량의 경우 강우와 고온 탓에 작황이 좋지 않았던 반면 8~9월 출하될 물량 대부분은 현재 포전에서 큰 문제 없이 생육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시갑 강원도 무·배추 공동출하회 연합회장은 “8~9월 출하될 배추의 경우 모종을 이식한 지 30~40여일 밖에 되지 않아 작황을 전망하기 이른 면이 있다. 다만 올해 바람이 많이 부는 까닭에 작물 생장이 지연되고 비대가 잘되지 않는 현상이 확인된다. 바이러스병 발생 또한 평년보다 조금 더 눈에 띈다”고 전했다. 최선동 강릉시 고랭지채소공동출하협의회장 역시 “7월 출하된 여름배추는 폭우 피해가 일부 확인됐지만, 8~9월 출하될 배추 작황은 대체로 괜찮은 편이다. 일부 포전의 세균성 병해도 평년에 그치는 수준이고 오히려 비가 많이 와 가뭄 피해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강원도 태백시에서 만난 배추 산지유통인 A씨는 “6월 매봉산 기온이 35℃를 넘길 만큼 무더워 7월 출하된 배추 작황이 아주 안 좋았다. 제대로 크지 못하고 노랗게 뜨거나 무름병이 발생된 경우가 많았고 생육 자체가 잘 안 돼 제대로 된 ‘상품’이 없었다”면서도 “8~9월 출하될 배추는 아직 보름 내지 20일가량 더 키워야 된다. 지금으로선 병 발생이 조금 눈에 띄는 것 말고 특이 사항은 없지만 많은 비가 내린 뒤 고온이 2~3일만 지속돼도 배추가 훅 가버릴 수 있어 예의주시 중인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산지에선 고랭지 여름배추의 수급 불안보다 ‘존립’에 대한 우려를 더 크게 나타냈다. 연일 수매 물량을 시장에 방출하며 수급과 가격을 조절하는 데만 신경을 쏟는 정부와 달리 지난달 30일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과 산지유통인 등은 급격한 재배면적 감소를 크게 우려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여름배추 주산지 중 한 곳인 강원도 태백시 일원의 매봉산은 눈만 돌리면 배추로 가득했던 과거와 달리 양배추와 쌈채소 등을 비롯해 풀이 가득 자란 휴경지로 둘러쌓인 형국이다. 산지유통인 B씨는 “수십 년 동안 배추만 거래했는데 체감상 재배면적이 50% 가까이 감소한 것 같다. 예전엔 어딜 봐도 배추였는데, 지금은 딱 봐도 빈 곳이 너무 많다”고 전했다.

B씨는 덧붙여 “선충이 발생한 농경지엔 배추 모종을 정식해도 배추가 잘 자라지 않아 상품성 있는 배추를 생산해 낼 수가 없다. 그동안은 정부가 선충 발생 농지에 휴경을 권고하며 보상금을 지급해 왔지만 예산 문제로 내년부턴 지원 자체가 사라진단 얘기가 돌고 있어 농민들을 비롯해 산지유통인 등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라며 “선충 피해를 피하려면 적어도 3년 이상 휴경해야 하는 만큼 정부 차원의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재배면적이 급감하면 정부가 아무리 훌륭한 수급 정책을 세우고 이를 추진해도 시장에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선충 피해 절감 기술이나 약제 등의 연구개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주산지 농협의 관계자 또한 “농산물 수급이 안정되려면 기본적인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유지돼야 하는데, 생산량은 기후로 인한 변동성이 워낙 크다 보니 면적 자체라도 일정 수준 이상 끌고가야 한다. 기후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더불어 재배면적까지 줄어든다면 수급계획 전체가 흐트러질 수 있어서다”라며 “시장가격, 출하물량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재배면적이 유지되도록 정부가 관련 정책을 이끌어 갈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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