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농업분야에서도 농식품 유통업체 중심으로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재발을 막으려면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전자상거래(e-커머스)업체의 늦은 정산주기를 농식품부터라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티메프’ 사태는 모기업인 큐텐 그룹의 유동성 부족문제가 심화하면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기업의 현금 흐름에 차질이 생기면서 티몬과 위메프가 입점업체에 대한 판매대금 정산은 물론 소비자 환불마저 중단하게 된 것이다. 최근 소비자 환불 조치는 차츰 진행되는 반면 판매자에 대한 대금 정산은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두 업체의 미정산 금액은 29일 기준 약 2100억원 규모다.
두 업체의 전자상거래 점유율이 낮아 농산물 산지에 끼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되지만 피해가 없는 건 아니다. 호남권 60여농가로부터 토마토 등을 납품받아 티몬을 통해 판매해온 ㈜윤율의 경우 이번 사태로 못 받은 판매대금이 8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상훈 윤율 대표는 “양질의 지역농산물을 소개한다는 일념으로 3년 전 시작한 사업이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면서 “거래처와 신뢰를 지키고자 개인적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농가와 부자재 거래처에 대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티몬 등을 통해 쌀을 유통하는 경기지역의 한 농업법인도 입금 지연된 판매대금이 5억2000만원을 넘었다. 업체 관계자는 “많은 쌀농가들이 정미소나 도매상 등 유통업체에 납품할 때 미수금을 깔고 거래를 진행한다”면서 “우리 같은 도매업체가 정산받지 못하면 그 피해가 농민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도 하우스감귤 등을 판매하고 받지 못한 금액이 1억9000여만원이다.
피해업체들은 전자상거래업체의 늦은 정산주기가 바로잡히지 않으면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태 당사자인 티몬과 위메프는 전자상거래업체 중에서도 정산주기가 긴 편에 속한다. 거래가 발생한 달의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티몬은 40일 후, 위메프는 두달 후 7일에 각각 대금을 지급한다. 두 업체 외에는 쿠팡이 정산주기가 긴 편인데 ‘주정산’의 경우 매주 일요일로부터 15영업일 이후에 대금 70%를, 익익월 1일에 나머지 30%를 정산한다.
쿠팡 등 대기업 유통사는 그나마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40∼60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정산해야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처럼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업자에 속하는 기업은 이런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다. 이처럼 긴 정산주기 때문에 전자상거래업체는 판매대금으로 이자 수익을 누리고, 판매자는 자금난을 겪다 은행으로부터 선정산 형태로 대출을 받는 기형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들은 반품 등을 감안할 때 대금 지급에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이에 대해 반품 주기가 짧은 농식품부터 제도를 개선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2021년부터 이 문제를 지적해온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양동안갑)은 “두부 등 농식품은 공산품과 달리 소비기한이 있어 오래 보관할 수 없고 반품도 쉽지 않다”면서 “농식품은 정산주기를 당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조만간 농식품 등의 판매대금 정산주기를 앞당기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산지에서도 농가 등을 보호할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용경 광주·전남 통합미곡종합처리장(RPC)협의회장은 “대부분 전자상거래업체가 채권 보전이나 담보가 없는 상태에서 농산물을 거래하기 때문에 납품업체는 항상 사고의 위험을 감수하는 셈”이라면서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정산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29일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문제와 관련해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56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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