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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거스를 수 없는 ‘메가·복수국간 자유무역협정’ 물결…새 통상전략 짜야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7-26 조회 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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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농업 6대 현안은] (6) 최후의 FTA가 온다 

          ‘개방농정 20년’ 교역 급증했지만  국산농산물 소비 줄고 수익 감소 

          RCEP·CPTPP 등 영향에 주목  국내 농산물시장 통상압력 확대 

          지식·협상력 갖춘 전문인력 필요  SPS 역량강화·수출확대 노력도 

          농가 경영안전망 구축 선행 통해  회복 탄력성·지속가능성 확보를



                                                    농민신문 기획=최정윤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24. 7. 25



 지난 30여년 동안 효율성, 무역 자유화 등을 강조한 세계화는 전세계 경제의 공동 번영을 가능케 했다. 이런 세계화의 배경에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존재한다. 최근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신보호주의와 지역주의, 경제 블록화 등으로 WTO 체제가 퇴조하고 있지만 아직 전세계 무역은 WTO 규범을 근간으로 한다.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관세와 비관세장벽을 낮춰 국제무역을 촉진하는 중요한 도구다.

올해로 한·칠레 FTA 이행 20주년을 맞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 59개국과 21건의 FTA 네트워크를 형성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에 이르는 경제 영토를 개척했다. 이로써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의 FTA 체결국에 오르며 선진 통상 국가로 발돋움했다. 2022년에는 세계 6위 수출 대국에 올랐고 지난해 수출액은 6322억달러로 2003년에 비해 230% 성장했다.


우리 농업도 20년 동안 FTA 개방농정 체제를 유지하면서 농식품 교역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식품 교역액은 2004년 174억900만달러에서 지난해 526억3400만달러, 수출액은 28억5600만달러에서 89억7100만달러로 늘었다. 또한 FTA로 주요 농식품의 특정국 수출·수입 집중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고 FTA 국내 보완 대책은 농산업 성장과 체질 개선에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효과는 우리 농업 성장의 긍정적 일면이다. 하지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농업소득은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을 기점으로 1000만원 전후에서 큰 변화가 없다. 농산물 수입 개방 확대로 국산 농산물 소비가 줄고 가격이 하락해 농업 수익성도 낮아졌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농산물 작황과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농업소득 불안정성도 확대됐다. 이처럼 농업 부문에서 개방적 통상정책의 득보다 실이 큰 상황에서 경영비 상승, 고령화 등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농업·농촌의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농업을 둘러싼 대외 환경도 악화하는 추세다. 지정학·지경학(Geo-Economics)적 위험과 미·중 전략경쟁 등에 따라 경제와 안보가 융합되는 방향으로 세계 통상질서가 재구성되고 있다. 이에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이 연계되며 지역·관심국 간 메가 FTA와 특정 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복수국간 협정이 활성화됐다. 우리나라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 발효,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등으로 시장 개방 압력이 더욱 거세졌다.

다양한 형태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대내외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 농업이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적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FTA 20주년을 맞이한 시점에 우리 농업통상 전략과 전열을 가다듬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우선 세계 무역의 질서 흐름과 변화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최근 세계 무역은 취약한 글로벌 공급망과 미·중 갈등 등으로 분절화(fragmentation)되고 금융·에너지·식량 등의 독립적 분야가 상호작용을 하며 리스크를 높이는 복합 위기에 처했다. 이에 농업분야의 무역 협상은 메가 FTA와 복수국간 협정을 기반으로 비관세 조치 관련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고 과학에 근거한 규정 적용을 강화하는 데 집중될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빠르게 간파하고 이에 대비한 통상 전략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농업 통상 분야의 전문인력 육성도 시급하다. 최근 국제 협상은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새로운 영역의 통상 이슈는 더 전문적·통합적인 이해를 요구한다. 특화된 지식과 협상 역량을 보유한 농업분야 전문인력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통상정책을 결정하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선제적으로 우리 농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농업 통상 연구도 경제·외교·안보·통상법을 아우른 확장성으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동식물 위생·검역(SPS) 역량을 강화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최근 체결되는 메가 FTA는 WTO 협정에 비해 높은 수준의 SPS 조치를 요구하며 수입국의 절차적 의무가 크게 강화된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보다 인적·물적 기반 확충과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SPS 조치는 검역 주권의 척도로 국가간 분쟁 소지를 항시 내포하며 무역 분쟁의 성패는 분쟁 당사국의 과학적 증빙 역량에 전적으로 좌우되기 때문이다.

선진 통상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19년에 앞으로 농업분야에서 WTO 개발도상국 지위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으로 선진국 수준의 농산물 관세와 국내 보조금 감축 의무 등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문제의 대비책으로 공익직불제, 농가 경영안전망 확충 등의 농정 수단 선진화가 필수다. 아울러 농업·농촌 지원의 당위성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통상 의제 등을 설정할 때 농업계와 충분한 소통을 거치며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일도 선진 통상 국가로서 대응 실력을 갖추는 과정이다.

우리나라는 식량·농산물 순수입국이지만 우리 농식품의 수출 확대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FTA 특혜관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동안 농식품 수입에서 FTA 활용률은 90% 이상을 기록했지만 수출 활용률은 2022년까지 50% 수준에 머물렀다.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규정에 따라 수출업자가 원산지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데 FTA별로 규정이 다르거나 복잡해 활용률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농식품 수출업체의 수출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다. 농식품 수출에서 FTA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통관, 검역, 수출 지원 등 무역 상대국 비관세 조치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해야 한다. 이 외에 맞춤형 FTA 컨설팅이나 농식품의 FTA 활용 비즈니스 모델 개발·보급도 중요하다.

농업이 거센 통상 파고를 넘어 회복 탄력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농가 경영안전망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과거 수세적이고 소극적인 사고의 틀을 깨고 능동적인 자세로 기회 요인을 탐색하고 활용하는 선진 농정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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