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당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활용한 할당관세로 인한 농축산물 수입업체 관세지원액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2023년 할당관세 부과 실적 및 결과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산물 관세지원액은 3400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할당관세 농축산물 품목을 71개로 크게 늘린 올해는 관세지원액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돼 할당관세가 농축산물 수입업체 배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은 “농축산물 수입업체들이 할당관세로 특수를 누렸을 것”이라며 업체들을 직접 겨냥했다. 일부 언론은 국내 대표적인 바나나 수입업체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직전 연도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 할당관세 영향일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국회에 지난해 닭고기 992억원, 돼지고기 347억원의 관세를 깎아줘 소비자 물가지수를 각각 0.18%, 0.68% 인하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신뢰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영향평가는 아예 없어 설득력이 낮다는 평가가 많다. 따라서 관세 인하가 소비자물가 안정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에 대한 사후적 실증평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관세법’ 제71조 할당관세는 원활한 물자 수급 혹은 수입 가격이 급등한 품목에 대해 수입을 촉진하거나 국내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할당관세 혜택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야지 수입업체만의 ‘대박’이 돼서는 안된다. ‘관세법’ 제71조4항이 기재부 장관으로 하여금 할당관세 부과 실적과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농축산물 생산자인 농민들은 소비자와 달리 할당관세로 인한 채산성 악화라는 이중의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물가당국이 유념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