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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강수량 느는데 배수용량 그대로…물난리 되풀이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7-23 조회 1404
첨부파일 20240722500694.jpg
* 8~10일 집중호우로 충남 논산시 연무읍 마산천의 제방이 무너지면서 물이 넘쳐 일대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논산시



          농업 배수시설, 수해 예방기능 ‘역부족’ 

          20 ~ 30년 내 최대치 고려 설계  이상기후탓 제 역할 못해 원성 

          현실 맞게 시설기준 정립 필요  개선사업 국고 지원수준 조정을



                                                                                         농민신문  지유리 기자  2024. 7. 22



 “이 지역에 설치된 각종 용·배수로와 배수장은 20년 안에 내릴 수 있는 최대 강우를 배제하는 시설로 설계·시공됐기 때문에 홍수 시 완벽한 배제가 어려운 실정으로, 배수장 등이 설치된 논이라 하더라도 저지대에 특용작물인 밭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침수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이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전북 익산 산수배수장에 세운 안내판 내용이다. 수해를 예방해야 할 배수시설의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며 침수 피해가 일어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농업재해가 반복되고 있다. 피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농업기반시설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들이 과거 기준에 맞춰 설계된 탓에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단순히 노후 시설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설계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어촌공사의 배수시설은 2012년 개정된 설계기준을 따른다. 벼의 경우 20년 내 최대 강우량을 기준으로 24시간 침수를 허용하는 수준으로 시설이 지어졌다. 수해에 더욱 취약한 원예는 품목과 피해 정도 등을 종합 평가해 30년 내 최대 강우량을 기준으로 배수시설을 다시 설계하도록 하고 있다.

현장에선 이같은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상청 기상연보에 따르면 전국 기상관측망이 설치된 1973년 우리나라 합계 강수량은 1038.9㎜였다. 강수량은 점차 늘어 2020년에는 1629.9㎜를 기록했다. 한번에 내리는 비의 양도 계속 많아지고 있다. 국립기상원이 2021년 발간한 ‘남한 상세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우리나라 1일 최대 강수량은 147.9㎜로, 2000∼2019년 전국 평균(125.7㎜)보다 17.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가뭄도 잦아지는 등 강수량의 지역별 편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10일 충남 논산 탑정호 하류 지역에서 물난리가 발생한 배경도 일대를 담당하는 아호배수장의 배수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시 논산에 50년 만의 큰비가 내리자 농어촌공사는 배수장 내부 침수와 감전 사태가 우려된다며 펌프 가동을 중단했고 결국 인근 6개 마을이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해당 지역은 지난해에도 수해를 본 곳으로 재해가 수년째 반복되면서 인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농어촌공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 배수시설을 점검하고 오래된 것은 교체·개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배수 개선사업의 설계기준을 현실에 맞게 바꾸지 않은 채로는 땜질식 처방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지역만 해도 100곳에 이르는 농어촌공사 배수장 펌프시설이 홍수위보다 낮게 설치돼 집중호우 시 오히려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백성현 논산시장은 “현재 수리·배수 시설 현황은 원예작물농가가 급증하고 돌발성·집중 호우가 빈번한 지금의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꼬집으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하는 배수 개선사업은 50㏊ 이상 침수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그 미만 지역에는 지방비를 투입해야 해, 재정 여력이 달리는 지자체의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배수 개선사업 설계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과거에 벼 재배면적이 주를 이뤘는데, 최근 들어 논에 벼 대신 전략작물을 심거나, 원예·시설 작물로 품목을 전환하는 농가가 증가한 점도 고려할 요인으로 꼽힌다.

이광야 충남대학교 연구교수(한국농공학회 기술부회장)는 “전국 배수장의 설계기준을 일괄적으로 상향하는 것은 정부의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며 “지역별로 상황에 맞는 설계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국고 지원 기준을 조정해 수해가 잦거나 보강이 필요한 지역에 배수 개선사업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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