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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지역농협의 오랜 숙제, ‘대손충당금 과다적립’ 문제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7-21 조회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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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일단의 농민들이 지난해 5월 11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협 조합공동사업법인 RPC 분식회계 행태를 폭로하고 있다. 당시 RPC들은 쌀값이 좋았던 2020~2021년 결산 당시 대손충당금을 과다적립한 후 결산에서 이를 수익으로 환입한 바 있다. 권순창 기자



           과다적립 금액 통한 분식회계, 부적절한 성과급 지급 문제 등 발생

           대손충당금 적립 ‘상한선’ 설정, 조합원의 상시 감시 필요성 제기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2024. 7. 21



 외부에 대출했다가 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손실 난 금액을 메꿀 용도로 미리 적립해놓는 금액인 대손충당금. 지역농협에서도 각각 대손충당금을 적립해놓고 사업을 벌인다. 이 대손충당금을 농협이 정한 기준 이상으로 과다적립해, 정작 농민 조합원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배당금 등)이 줄어든다는 지적은 하루 이틀 제기된 게 아니다.

농협중앙회에서 규정한「상호금융특별회계 대손충당금적립준칙(준칙)」은 대손충당금 적립대상 자산 중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문제없는 ‘정상’ 자산은 전체 자산의 1% 이상, ‘요주의’ 자산은 10% 이상, ‘고정’ 자산은 20% 이상, ‘회수의문’ 자산은 55% 이상, ‘추정손실’ 자산은 100%를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토록 규정한다. 예컨대 일반적인 지역농협이 100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면 그중 1%인 1억원 이상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준칙상 전체 자산의 특정 퍼센티지(%) 이상을 적립하라고만 돼 있어, 사실상 어느 정도까지 적립해야 적절한지 ‘상한선’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일부 지역농협에서 이 준칙을 악용해 대손충당금을 과도하게 적립하고, 그중 일부를 부적절한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가 종종 소개된 바 있다.

대손충당금 과다적립이 야기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 브릿지론(건설 투자를 위한 종잣돈 마련 목적으로 자금을 연결해주는 단기대출. 지역농협의 경우 단독 브릿지론 대출은 불가능하고 공동대출만 가능) 등 고수익·고위험 대출을 남발하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게 생긴 지역농협이 대손충당금을 끌어다가 당기순이익을 맞추는 사례가 있다. 이런 행태는 사실상 분식회계와 다르지 않다는 게 현장 조합원들의 지적이다.

영남지방 모 원예농협의 경우 2022년도 당기순이익이 29억7800만원,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142.22%였다. 그런데 지난해엔 당기순이익이 7억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22억7300만원이 줄었으며,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전년 대비 약 41% 줄어든 101.11%였다. PF 대출 부실화로 인한 손실을 대량의 대손충당금으로 메꾼 것이다.

PF 대출 부실화에 따른 여파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심화되리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브릿지론 대출에 적극 뛰어들었던 해당 농협은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101%대로 떨어져 더는 손실을 메꾸기도 어려워졌고, 결과적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둘째, 과다적립된 대손충당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나타난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대손충당금을 통한 당기순이익 조작’을 통해 지역농협이 흑자를 기록했다고 기만하며, 흑자가 발생한 만큼 농협 임직원들이 성과급을 빼 가는 문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달리 말해 지역농협이 경제사업을 잘하지 못해 적자가 발생했음에도, 대손충당금을 악용해 임직원들은 성과급을 챙겨가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 과정에서 농민 조합원들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배당금이 제대로 배당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셋째, 지역농협에서 그해 경제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도, 위에서 지적한 ‘대손충당금을 통한 분식회계’로 인해 그 사실이 조합원에게 알려지지 않을 가능성도 발생한다. 따라서 지역농협 내부의 회계 부실은 알려지지 않은 채 더 심화할 수 있다.

넷째, 지역농협에서 과다적립한 대손충당금을 마음대로 써도 규제할 방안도 없다. 이용희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장(협개위원장)은 “대손충당금 적립 건은 (지역농협) 대의원총회 또는 이사회 그 어디서도 의결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손충당금 과다적립에 대해 조합원들이 도의적 문제를 이야기할 순 있으나, 과다적립과 관련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그 어떤 법적 장치도 없다”며 “사실상 지역농협에선 대손충당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셈이다. 임의로 환입(대손충당금 끌어다 쓰기)한다 해서 조합원한테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론 △대손충당금 적립률 상한선(또는 구간) 설정 △지역 조합원들의 상시적 회계 감시 등이 거론된다.

남성민 전농 부산경남연맹 협개위원장은 “지역농협들이 대손충당금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면, 예컨대 120~130%, 이런 식으로 명확하게 적립률 ‘구간’을 설정해야 한다. 현행 농협 규정처럼 ‘100% 이상’이라고만 명시하면 과다적립에 따른 폐해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한 뒤 “과거 진주 문산농협의 경우 조합원들이 과다적립 문제를 대대적으로 지적해, 과다적립된 대손충당금 중 상당액을 출자 수준에 따라 조합원마다 최소 100만원 이상씩 현금으로 돌려받은 경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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