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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옥천군 이원면 의평리에서 농민들이 밭작물을 심기 위해 경운기로 밭을 간 뒤 관리기로 두둑을 만들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16년 시작된 육성지원사업에 전국 174개 사업소 참여
인건비 절감·매출 증대 및 지역 농산물 브랜드화 등 성과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2024. 7. 21
밭농업에는 복잡하고 강도 높은 수작업이 많이 들어가지만, 기계화율은 논농사에 견줘 낮다(2022년 기준 논농업 99.3%, 밭농업 63.3%). 여기에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비 폭등까지 겹쳐 어려움이 더욱 큰 분야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확대(2023년 1월 기준, 59개국 21건)되면서 밀려 들어온 수입 농산물로 밭농업은 상시적인 가격 불안정에 시달린다.
이에 정부는 한-중 FTA가 정식 발효된 2015년 12월에 즈음해 국산 밭작물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밭작물의 품질을 높이고 안정적 수급 체계를 구축한다는 기본 방향에 따라 ‘밭 식량산업 중장기 발전대책(2016~2020)’을 추진한 것이다.
이 대책엔 △밭작물 생산 확대·기반 확충 △수급 안정·유통 기능 강화 △수요 기반 확대 △지원체계 개편 및 제도개선 등 4대 추진 전략과 19개 세부 과제가 담겼다. 2016년 시작된 주산지 중심의 ‘밭작물 공동경영체 육성지원사업’은 이에 기반한 사업으로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밭작물 공동경영체’는 같은 품목 생산자들이 품종 및 재배 방식을 통일하고 농기계 등을 공동 이용하며 선별·출하·저장 등의 유통과정까지 공동 경영하는 구성체를 말한다.
이 사업은 국산 밭작물의 시장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유통 기능 지원과 밭농업 기계화 촉진 사업(농기계 중장기 임대, 기반 정비 등)과도 연계돼 추진됐다. 이를 통해 FTA 이행에 따른 국내 농업 피해를 지원하고 농가 공동경영체를 자율적 수급 조절의 주체로 육성한다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한국 농업의 경쟁력을 높여 농가의 경영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근거 법률은 4가지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상 국가·지자체의 ‘안전한 농산물과 품질 좋은 식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정책 시행’ 의무(제7조)와 ‘농업의 구조 개선·농업인 소득의 안정적 증대·친환경 농업 육성’ 의무(제8조) △「농업기계화 촉진법」상 농업기계 구입, 관련 부대 시설·제조업에 대한 자금 지원(제4조)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상 농어업 등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원(제5조)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상 공동농업경영체의 지정 등에 관한 조항(제27조의3)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16~2024년까지 전국의 174개 사업소(법인·협동조합·사업단 등 35개소, 농협 139개소)에서 밭작물 40여종을 대상으로 추진됐다. 사업 대상은 개별 농가가 아닌 농업법인(영농조합법인·농업회사법인), 농협(지역·품목조합, 조합공동사업법인), 협동조합(협동조합기본법상)으로 사업체 규모는 신청 품목 총 취급액 10억원 이상, 조직화 취급액 3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내년에 선정되는 2026~2027년 사업 대상부터는 생산유통통합조직(승인형·육성형) 또는 생산유통통합조직의 출자·출하조직도 포함된다.
사업 대상 작물은「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상 청과부류·화훼부류·약용작물부류로, 지자체의 원예산업발전계획에 지정된 전략(육성) 품목이어야 한다. 채소류 주산지로 고시된 품목과 원예농산자조금 품목에는 가점을 준다. 즉 법적 대상 작물 중 해당 지역의 특화 작물로 육성될 수 있는 품목을 선정하고, 생산(농가)-상품화(공동경영체)-유통(생산유통통합조직)이 조직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사업 추진을 위해 구성되는 공동경영체협의회(사업계획·방향, 지원 대상자 선정, 사업종료 후 평가 등에 참여)에는 생산농가가 반드시 참여하도록 돼 있다. 지자체-경영체-농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민관 협동 거버넌스 체제인 셈이다.
사업 기간은 2년, 사업비는 총 10억원(1년 차 1억5000만원·2년 차 8억5000만원 지원, 국고 50%·지방비 40%·자부담 10%)이다. 올해는 19개소가 선정됐으며, 2025년엔 12개소 내외(총 예산안 184억9000만원)가 선정될 예정이다.
지원은 △역량 강화(생산농가 교육·컨설팅, 공동경영체협의회 운영) △생산 관리(공동영농에 필요한 농기계류·장비, 공동육모장 등) △상품성 제고(저장·유통, 건조, 선별·포장, 가공 관련 시설·장비) 부문에서 지역 맞춤형으로 이뤄진다.
역량 강화를 위해 농가 조직화, 재배·생산기술, 농기계 조작·관리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 공동경영체 운영위원회·농기계 공동 운영·경영비 절감·시설 인허가와 설계 등에 대한 자문을 지원한다.
생산 관리 지원으론 파종기·정식기·방제기·수확기 등 각종 농기계와 관련 시설, 톤백·대형 수확상자 등 공동 기자재가 포함된다.
상품성 제고 지원은 △공동선별 및 포장 시설·장비로, GAP 인증시설·선별장·공동선별기·포장장·출하장 전처리장·각종 포장기 등 △가공시설·장비로, 신선 편이시설(세척·급식 식사재) 등 △기타 저장 및 유통시설·장비와 관련 시설에 대한 공사비 등이다.
# 사업 추진 9년, 다양한 우수사례 나와
지난 9년간의 사업 과정에서 지역·품목별로 여러 우수사례가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우수사례로 꼽은 14개 공동경영체(2022년 사업종료 업체까지)의 주요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총 매출액 증가다. 사업 전후를 기준으로 0.8%p부터 148%p까지 올랐다(평균 증가율 63%). 농가 조직률도 3개소를 빼고는 모두 증가했다. 농가 조직률이 낮아진 사업소도 매출액은 늘었다. 부안천년의솜씨조공법인은 150%p, 장계농협은 103.6%p 증가를 기록했다.
협동과 조직화의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는 노동력과 생산비 절감, 품질 제고(GAP 인증 확대 및 의무화)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농산물 가공상품화와 지역 농산물 대표 브랜드화가 활성화됐다. 아울러 공동경영체 회원 농가의 생산물을 전량 출하해 농가 경영에도 일조한 것으로 평가됐다.
태백농협(고랭지 배추)은 농자재 공동구매·방제인력 공동 운영·공동 농작업 차량 무상 임대 등으로 인건비와 재료비를 줄였고, 품종 변경으로 수확량을 늘렸다. 다인농협(복숭아)도 공동 기계로 작업 효율을 높였고, 복숭아공동출하회를 결성해 농가별 출하 시기를 분산해 수급을 조절했다. 나주시농업농촌융복합산업진흥재단이 진행한 나주 로컬푸드 사업은 나주 지역 농가 생산물을 주원료(50% 이상)로 가공한 식품 판매와 공공급식 확대, 신규 직매장 확대로 참여 농가들의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시장 선호도가 높은 꿀고구마 품종과 친환경 농법을 도입한 해야영농조합법인도 농기계 공동 작업으로 작업 속도를 개선하고 임대료와 인건비, 공동구매 농자재로 생산비를 절감했다. 저장 기간을 늘리고 상품성을 높이는 저장고(큐어링시설)를 구축해 총 매출량이 늘었다.
장계농협은 지역 맞춤 방제력을 도입해 GAP 인증 농가를 확대함으로써 2022년 국내 홍로 생산량의 65%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농산물 수송차량과 지게차 등을 도입해 고령농가 및 차량 미보유 농가들의 생산물을 수집해 운반비를 줄이고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아울러 못난이농산물 판매를 활성화하고, 품종 차별화로 2023년 11월 명품 후지사과를 홍콩에 수출하게 됐다. 사과뿐 아니라 오미자·토마토 등 장수의 붉은 농산물을 브랜드(이츠레드) 상품으로 키우며 가공업체도 운영한다.
남김천농협(양파)은 농가 조직화에 적극 나서 총 매출량이 증가했다. 생산물을 농협에 무조건 수탁, 전체 구매사업 이용, 불이행 시 회원 제명 등 강력한 약정을 내세웠음에도 비가입 농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이상기후에도 무주반딧불조합공동사업법인은 못난이사과를 전량 수매해 출하 실적을 늘렸다. 정가수의매매로 농산물 제값 받기, 농산물가격안정 지원사업으로 수매를 지원했고 맛·품질 우수성·안전성 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석농협은 선별 자동화에 투자하고 생산방식을 캡오이에서 일반오이로 바꿔 인력을 크게 줄였다. 기후변화로 병해충 발생이 늘어나는 가운데 균일한 크기나 모양보단 재배 안정성이 뛰어난 품종으로 과감하게 바꾼 것이다. 창녕농협은 부족한 저장공간으로 인한 품질 저하와 조기 판매를 막기 위해 차압식 저장설비를 증설하고, 건조시설과 저장 일원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품종 일원화(대서종), 마늘종구 공선출하회 운영, 마늘 통합 마케팅 참여 확대, 안정적 출하처 발굴 등 노력으로 2022년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대상을 받았다.
씁쓸한 맛보다 단맛이 나는 상추를 좋아하는 최근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유럽식 상추를 생산한 영농조합법인 온채도 눈에 띈다. 온채는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회원 농가를 선별해 모집하고, 일대일 현장 교육을 진행해 충청남도 산지조직 활성화 경진대회에서 농가(조직)관리상을 받았다.
물론 이 같은 우수사례는 현장의 노력 없인 불가능했다. 2021~2022년 우수사례 사업체 관계자는 말했다. “수확부터 이어지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 밭에서 수확한 마늘을 톤백으로 실어 와 건조 뒤 흙먼지를 털어내고 수작업으로 망에 담는다. 품질 유지를 위해 창고의 보관 온도를 관리하고, 8월 종구마늘의 쪽 분리를 지원하고, 깐마늘 공장일까지 이 모든 과정의 관리를 직원 한두 명이 하다 보니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자부담 외에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다.” <한국농정>은 앞으로 3회에 걸쳐 이 사업의 의미와 발전 가능성, 개선 방안을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짚어 볼 예정이다.
※제작지원 : 2024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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