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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경남 거창군 거창읍의 썸머킹 사과 과원에서 이현목 (사)전국사과생산자협회 거창군지회장이 올해 사과 작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햇사과’ 출하 소식 앞세워 핑크빛 전망 내놓은 농식품부
주산지선 동해 여파에 나무 베어내며 생육관리 안간힘
가격 논란 이후로도 정부 수급 대책 체감 안 돼 한숨만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24. 7. 21
2024년산 ‘햇사과’ 출하 현장을 찾은 장관 동정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지난해 대비 양호한 올해 사과 작황을 강조 중인 정부와 달리 현장에선 그다지 밝지 않은 사과 생육 상황을 걱정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먼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1일 대구광역시 군위군에 위치한 대구경북능금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찾아 햇사과 선별 현장을 살폈다. 송 장관은 “2024년산 썸머킹 품종 햇사과에 이어 쓰가루(아오리), 홍로 등 조·중생종 사과 출하가 7월 중하순부터 본격화되면 시장 공급이 충분해짐에 따라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난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높아 부담이 컸던 국민들의 장바구니가 한결 풍성해졌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농식품부 관계자 또한 “조생종 썸머킹 햇사과 출하가 시작되며 도매가격이 하향세로 전환됐다. 소매가격도 마찬가지다”라며 “중만생종 사과 역시 작황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상품과 비중 또한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조기’ 출하되고 있는 햇사과 물량이 전체 수급에 영향을 미칠 만큼 많지 않다는 점, 햇사과 가격과 저장 사과 가격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정부가 올해산 사과 작황과 가격 동향을 지나치게 낙관 중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현장엔 ‘풋사과’ 조기 출하에 대한 우려가 퍼져 있는 상태인데, 썸머킹 품종을 개발한 농촌진흥청에서도 “쓰가루보다 출하시기가 빠르긴 하나 썸머킹은 제 숙기가 7월 하순인 품종이다”라며 “제대로 익지 않은 사과는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숙기를 거친 다음 출하할 것을 당부하는 편이다. 하지만 햇사과 출하를 기다리는 수요자가 있다 보니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해 조기 출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경남지역의 한 사과 재배 농민은 “익지도 않은 사과를 갖다 파는 것도 문제지만, 풋사과 출하가 시작됐다고 온 언론에 홍보하는 농식품부도 정상은 아니다”라며 “8월 말 수확이 적기인 아오리도 원래는 빨간 사과인데 아무도 빨간 사과인 줄 모르고, 그저 신맛 강한 초록 사과인 줄 아는 게 조기 출하 때문에 소비자 인식이 그렇게 굳어져서 그런 것이다. 계속해서 사과를 조기 출하한다면 소비자가 국산 사과에 안 좋은 인식을 가질 우려가 크고, 이는 전체 산업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만생 사과 작황에 대해서도 농식품부와 현장 농민들은 엇갈린 시각차를 나타냈다.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는 정부와 달리 현장에선 병해충 발생으로 인한 생육 저하 우려가 퍼져 있는 상태다. 아울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지난 1일 발표한 7월 농업관측정보에 따르면 사과 생산량은 전년 대비 16.1~22.9% 증가할 전망이나 평년대비 1.3~6.7% 감소할 것으로 파악된다.
이현목 (사)전국사과생산자협회 거창군지회장은 “동해로 인한 나무좀 발생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거창뿐만 아니라 장수에서도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심한 경우 600주 중 400주를 잘라낸 농가도 있다고 들었다”라며 “좀 발생뿐만 아니라 부란병으로 나무가 아예 죽은 경우도 많은 것으로 파악 중이다”라고 토로했다. 덧붙여 이 지회장은 “지난해 매일같이 사괏값 폭등 소식이 보도되며 일각에선 농민들이 엄청 돈을 번 것처럼 얘기하는데 생산량이 적어 팔 게 없다 보니 정작 농민들은 빚더미에 앉았다. 올해도 작황이 이 정도면 수익을 낙관하기 어려운 지경이다”라며 “더욱 속이 터지는 건 이상기후와 재해로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오른 것을 보고도 정부에서 근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잘못된 유통구조도 그대로고 현장에서 체감되는 수급 안정 대책이 단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 1월 구성한 ‘과수생육관리협의체’ 회의를 매달 진행해 모니터링과 농가 기술지도 강화, 방제적기 알림 등으로 생육시기별 위험요소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방제약제도 지방자치단체 및 농협 예산 등을 활용해 일부 보조 중이며,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과 계약재배 점유율 확대 등의 수급 개선 대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농민들은 “약제 지원은 10번 칠 것 중 1~2번 정도에 불과할 뿐이고, 유통구조 개선이나 계약물량 확대 등도 현장 체감도가 아주 미미하다. 아직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아서 그렇지 지난해처럼 이상기후가 거듭되면 올해산 사괏값도 낙관하기 어렵다”라며 “근본적인 생산 안정 정책과 고도화된 소비량 예측, 유통구조 개선이 속도감 있게 실시돼야 한다. 계약재배도 정부에선 늘린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가격 등의 이유로 쉽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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