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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신문] [Issue+] 정가·수의매매, 10여 년째 제자리걸음…확대 방안은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7-19 조회 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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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가격 급등락, 공급 불안정 등 경매제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2012년 정가·수의매매를 경매제와 동일한 거래제도로 인정했다.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2년 기준 정가·수의매매의 비중은 19.9%에 불과하다. 이에 도매시장법인의 역할론, 산지와 중도매인의 역량 강화 등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된다.




            2013년 이후 거래금액의 20% 내외에 머물러 긍정적 효과 기대 어려워

            도매시장법인, 정가·수의매매 전담인력 확충·산지개발

            가격 안정보다는 공급 안정 측면에서 접근해야



                                                                                  농수축산신문  이두현 기자  2024. 7. 19




 정부가 농산물도매시장의 경매제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정가·수의매매를 내세운 지 10년 이상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비중은 미미하다. 이에 산지와 중도매인의 조직화·규모화, 도매법인 역할론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이 제시된다.

정가·수의매매는 출하자가 농산물의 판매 예정가격을 정하고 도매시장법인이 중도매인·매참인 등 구매자에게 가격과 물량을 제시해 거래가 이뤄지는 정가매매와 사전에 가격을 정하지 않은 채 특정 구매자와 1대1로 가격·물량 등을 협상하는 수의매매를 포괄한다.

정가·수의매매는 우선 농산물을 출하하는 생산자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고 충분히 의견을 반영할 수 있어 농업인의 권익 보호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더불어 사전 계약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면 정해진 금액에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구매자 역시 지속적인 납품을 원하는 수요처 관리에 용이하다. 이에 정부는 정가·수의매매가 주요 거래 방식으로 정착된다면 수요와 공급이 적정선을 유지하며 가격·수급 안정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이러한 기대효과에도 불구하고 실제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정가·수의매매는 비중이 미미하며 더딘 성장세를 보인다. 공영도매시장의 정가·수의매매 현황과 확대 방안을 살펴봤다.

 

  # 10년째 답보…실효성은 물음표

1985년 전국 최초로 개장한 공영도매시장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을 시작으로 전국의 공영도매시장에선 기존 위탁상이 가격 정보를 숨기고 폭리를 취하는 등의 폐해를 개선하고자 도매법인을 통한 경매제를 원칙으로 농산물이 거래됐다.

이후 20여 년이 지나며 가격 급등락, 수요에 맞춘 적정 공급의 부재 등 경매제의 문제점이 발생,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새로운 거래 제도로 정가·수의매매를 제시했다. 2012년 8월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과거 예외적으로 인정하던 정가·수의매매를 경매제와 마찬가지로 통상적인 거래제도로 인정했다. 이어 정부는 이듬해 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에서 2016년까지 정가·수의매매 거래 비율을 20%로 확대하는 목표를 설정하는 등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설정·추진했다.

이렇듯 정가·수의매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장세가 미미했다.

2013년 전체 공영도매시장의 거래금액은 9조6319억 원으로 이 중 정가·수의매매로 거래된 것은 1조2221억 원, 12.7%이다. 이후 정가·수의매매 비율은 20% 내외에 계속 머무르며 2021년 19.6%, 2022년은 전체 거래금액 12조658억 원 중 2조4010억 원으로 19.9%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된 형태의 정가·수의매매는 적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현재 가락시장 내에서 시장 반입 이전에 가격과 물량 등이 조율돼 계약을 마친 정가·수의매매 물량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시장 반입 이후에 중도매인이 일부 선취하거나 거래 실적을 위해 정가·수의매매로 돌려지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또한 수입농산물 역시 정가·수의매매 물량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지금의 정가·수의매매로는 농산물 가격·수급 안정이라는 효과를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의 ‘가락시장 청과부류 정가·수의매매 거래실태 분석 및 개선방안 도출 연구’ 보고서에서도 사전 조율 없이 시장 반입 이후 정가·수의매매가 진행되면서 당일 경매가가 정가·수의매매 상품의 가격 결정에 영향을 끼쳐 가격 안정 효과가 미미하고 상물분리에 따른 물류비 절감 등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 산지·중도매인의 조직화·규모화 필요

이처럼 아직 정가·수의매매가 명확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지속적으로 정가·수의매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유통 주체별 역량 강화, 도매법인의 역할·기능 확대 등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이 요구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의 4대 전략 중 하나로 공영도매시장 공공성·효율성 제고를 제시하며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2027년 25%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농식품부는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해 도매법인의 정가·수의매매 전담 인력 확보를 의무화하고 예약형 정가거래 비중의 도매법인 평가 배점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오는 24일 시행되는 농안법 개정안에는 경매사가 수행하는 업무에 정가·수의매매에 대한 협상과 중재가 명시됐으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거래방법과 절차를 잘못 운영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이러한 정부의 정가·수의매매 확대 노력에 대해 도매법인만을 닦달해서는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미 도매법인은 견고한 경매제를 기반으로 원활히 경영되는 만큼 최소한의 평가 실적 충족을 위한 정가·수의매매 물량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농산물유통 전문가는 “일본은 양판점 ·슈퍼마켓 등 소매유통의 핵심 주체들이 주로 농산물도매시장을 통해 상품을 구입하면서 일정 물량의 꾸준한 납품을 필요로 하고 이에 따라 현재 정가·수의매매 비중이 90%에 달하고 있다”며 “우리도 대형소매유통업체와 대형급식업체 등 큰 규모의 소비처를 농산물도매시장의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중도매인의 규모화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산지 조직화로 거래 교섭력을 높이는 한편 균일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를 완화해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에게 제삼자 판매, 직접 집하 등을 일부 풀어줘 새로운 기능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중도매인의 경우 직접 산지를 찾아가 거래를 조율하고 체결하면 굳이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수요가 있는 소비지로 직접 배송해 물류 효율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정가·수의매매의 본질적인 긍정적 효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산지와 중도매인 모두 영세한 상황에서 중간자인 도매법인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하는 의견도 나온다.

한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일본 오다시장의 도쿄청과의 경우 100명 이상의 경매사들이 산지와 소비지를 오가며 거래를 중개하고 생산자들에게 최신 소비 경향을 전하며 산지 개발과 역량 강화에 이바지하고 있다”며 “국내 공영도매시장의 도매법인도 공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비용을 투입해 정가·수의매매만을 전담하는 인력을 확충하고 산지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량적인 정가·수의매매 확대만이 아닌 실질적인 기대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사전에 계약되는 정가·수의매매를 늘리기 위한 제도 정비도 주문된다.

이 사무총장은 “도매법인 평가에서 인정하는 정가·수의매매를 24시간 이전에서 길게는 수일 전에 체결된 국산 농산물 거래에 한하면 제대로 된 정가·수의매매 물량을 늘려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정가·수의매매의 법적 기준에 대해서도 재검토해 실효성 있는 제도가 안착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산지의 생산자들이 정가·수의매매로 이뤄진 거래 결과에 대해 인정하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시됐다.

가락시장의 한 유통인은 “공동출하로 정가·수의매매를 진행할 때 같은 품목의 경매 시세가 높게 나오면 생산자들이 담당자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항의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의 경우 구매자도 마찬가지”라며 “정가·수의매매 시 거래 조율 과정에서 대리인·중개인에게 온전히 권한과 책임을 일임하고 거래 결과에 대해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 가격 안정 한계성도 있어

한편 정가·수의매매가 농산물 가격안정의 절대적인 방안은 아니라는 한계성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원료·인건비 등 생산비용을 계산해 가격을 결정하고 동일한 규격으로 생산되는 공산품과 달리 농산물은 완전히 같은 수준의 상품으로 균일화하기 어렵고 수급 상황에 따라 시세가 변동한다. 특히 날씨 등의 영향으로 농산물 생산량이 크게 증감하면 가격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호소카와 마사시 일본 도매시장정책연구소 소장은 “정가·수의매매 역시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 가격이 형성되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경매제에 따른 가격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판매자·구매자 중 한쪽의 거래 교섭력이 월등하면 오히려 시세 왜곡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박사도 “정가·수의매매로 농산물을 거래한다고 해도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면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가격 안정보다는 공급 안정 측면에 집중해 정가·수의매매에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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